와 그녀가 그렇게 가깝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린 몇 안 되는 인연에서 적어도 서로의 소식 정도는 전해듣고 있는 사이였고, 대부분 서울에 몰려 사는 우리었지만 적어도 P와 그녀는 인구가 50만도 채 안 되는 같은 곳을 같은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왜 나는 장례식장에서 밥을 한 그릇을 홀랑 비우고서야 그녀를 떠올렸을까 생각하며, 목소리의 절반을 한숨으로 가득채워 내 앞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이다, 경아야.” “오빠.” 그래. 나다. 그래 너구나. “어떻게 바로 왔네?” “어. 마침 퇴근하려는데 연락 받고 바로 왔어.” “서울에서 오늘 온 건 오빠밖에 없는 거 같네. 다른 사람 오는 건 안 물어봤어?” “응, 놀라서 그럴 생각도 없이 그냥 바로 내려왔어.” “오빠는 P오빠 아픈 거 알지 않았어?” “듣긴 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지. 믿겨지지가 않네.” “…그래. 그래도 오빠만한 사람이 없네. 이렇게 바로 내려오고. 다른 사람들은 올 생각도 안 하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라고 하기엔… 아마 나도 평소와 같았다면 못 내려올 이유를 찾기 바빴을 거다. 그저 나에겐 도망오기 위한 그런 자리가 필요했던 거고, 그게 이 곳이었을 뿐이다. P도 P지만, 나도 그저 나였다. “그래. 넌 어떻게 금방 왔네?” “오빠 벌써 잊어버렸어? 나 여기가 고향이잖아. 합격하자마자 이쪽으로 신청해서 바로 내려왔어.” “그렇구나. 그래도 어떻게 고향으로 바로 왔네?” “이 쪽으로는 오려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그래. 그러고보면 M시에 오는 건, 그리고 P의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를 만날 가능성 그 자체다. 그것조차 생각할 수 없는 겨를이었던 것에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크게 내색할 상황도 아니었다. 상경할 준비나 해야지. “오빠, 맥주 한 잔 할래요?” “차 가져왔어.” 영혼없는 핑계를 댄다. 그냥 어쩔 줄 몰라 차를 몰고 오긴 했지만 이미 자정이 다 된 상황에서 차를 몰고 서울까지 올라갈 것도 아닌데 마치 평소 저녁에 권유를 받은 것마냥 운전 핑계를 댄다. 하지만, 여지 없다. “이 시간에 바로 가려고? 무리하지 말고 그냥 한 잔만 하자. 내가 마시고 싶어서 그래.” “….그래.” 장례식장에서 너무 거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 것이다. 장소가 장소이닌만큼, 허공에 건배 아닌 건배를 하고 한 잔 들이킨다. 술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가려먹는다면 가려먹는 편이어서 MT 때 외엔 마시지도 않던 싸구려 맥주가 밥만 채웠던 속을 가득 채운다. 좋은 술을 마시고 만족하는 그런 감탄사까지는 아니지만, 배부른 후에 갈증이 차오르니 나름 호흡이 차올라 끌어모은 숨을 심호흡마냥 크게 내쉰다. “오빠 마시고 싶었구나? 저녁 안 먹고 왔나보네?” “아니, 그건 또 아닌데..” 그녀가 씩 웃는다. “뭐 그렇게 무게 잡아? 오빠도 좀 변했어.” 하고 큭큭대고 웃는다. “쓸 데 없는 소리.” “밥은 먹었어?” “지금 한 그릇 비웠어.” “그래? 그럼 같이 먹지 뭐.” “난 분명 한 그릇 먹었다고 하는 거 같은데…그래..” “오빠, 어차피 이런 곳 한 그릇으로는 안 되잖아? 같이 먹어 그냥.” 전형적인 장례식장 식사다. 장성한 몸을 채우긴 약간 부족한 밥, 일회용 접시에 올려진 대여섯 점 올려진 삶은 고기, 샐러드라고 부르기보단 사라다라고 부르는 샐러드. 전을 비롯한 각종 반찬… 익숙한 식사였지만 하나 익숙하지 않았던 것은 그녀가, 경아가 눈 앞에 있다는 것이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