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은 정나은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책상 위에 올라선 그녀를 천천히 뜯어본다. 어스름한 어둠속에서 책상 위 스탠드 불빛만이 어둠을 몰아내며 정나은의 모습을 비춰준다.
얼굴에는 채 닦아내지 못한 타액이 질척거리고 있고, 붉게 달아오른 뺨과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는 도톰한 붉은 입술은 수컷을 유혹하는 강렬한 자태를 자랑한다. 깔끔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책상 밑에서 한 씨름 때문에 흐트러진 모습이 강한 자존심 때문에 남에겐 절대 보여주지 않을 모습에 더욱 가학욕구가 끓어오른다. 매끄러운 목선을 따라 이어진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은 그녀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부풀고 가라앉는 모습은 검은 정장 위로도 그 풍만함을 자랑하고 있다.
자기 관리가 확실한 그녀답게 아름다운 허리라인을 따라 검은 정장 치마에 도달하면 잘 발달된 골반과 타이트한 치마 위로도 확연히 돋보이는 매력적인 엉덩이 라인은 그녀가 책상 위에 앉아 살짝 보이는 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치마 아래로는 속이 꽉 찬 육덕진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검은 스타킹은 그 매끄러운 질감을 자랑하듯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빛을 반사하며 그녀의 탐스런 다리라인이 고스란히 눈에 새겨진다.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라인을 따라 내려오면 그녀의 성격을 반증하듯 관리를 철저히 해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는 검은 하이힐과 강한 그녀와는 정반대로 앙증맞게 귀여운 발과 여성 특유의 자그마한 발목이 김우영 앞에서 그녀의 성격처럼 건방지게 까딱거리고 있다.
“그럼 맛 좀 볼까?”
눈으로 찬찬히 즐긴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정장 상의를 손수 벗기기 시작한다. 김우영은 일부러 천천히 하지만 질척한 손놀림으로 정나은이 자신의 입장이 치욕스럽게 느끼게끔 정장을 벗기지만 오히려 정나은은 그 어스름한 어둠속에서도 날카로운 눈빛은 죽지 않고 김우영을 쏘아보고 있다.
검은 정장 상의를 반쯤 벗기고 새하얗기 그지없는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차근차근 풀러 내려간다. 차츰 드러나는 새하얀 속살과 풍만한 가슴골,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가슴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망사 재질의 자수가 잔뜩 들어간 브래지어는 뭇 남성이라면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기껏 정장 입고 있는데 다 벗기는 건 멋이 아니지.”
김우영은 끌끌 거리며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한, 두 개정도만 남겨두고 완전히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둔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에 비춰지는 그녀의 뽀얀 복근과 자그마한 배꼽까지 수줍게 와이셔츠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김우영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여기서 하겠다고?”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정나은은 가시 돋친 말로 톡 쏴붙이자 김우영은 씩 웃을 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달라붙는다. 뱀처럼 끈적한 손길이 매끄러운 검은 스타킹 위로 정나은의 허벅지를 탐한다. 서서히 그 손길은 허벅지를 따라 치마 깊숙한 곳으로 기어들어가는 사이,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매끄러운 복부와 허리를 쓰다듬으며 유부녀의 속살을 탐한다.
“…….”
정나은은 복부와 허벅지를 돌아다니는 끈적한 손길보단 목덜미를 자극하는 김우영의 뜨거운 숨결이 더욱 기분 나쁘다. 곧이어 김우영의 입술은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핥자 정나은의 입에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살짝 신음이 새어나온다.
“흣!”
껄끄럽고 질척한 김우영의 혀가 그녀의 목덜미를 탐하며 그 라인을 따라 어깨와 쇄골을 자극하며 야생동물의 영역을 표시하듯 자신의 체취를 잔뜩 머금게 해준다. 김우영은 애태우듯이 그녀의 치마 속을 휘젓고 다니는 손은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 주변만을 맴돌고, 복부와 허리를 매만지던 손은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 곧게 뻗은 척추라인을 따라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어 올라간다.
“……후우~”
정나은은 그 미묘하지만 끈적한 자극에 착실히 쾌락이 샘솟기 시작하며 조금씩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다. 새어나오는 숨결도 한층 뜨겁고 달콤함하며 달아오르기 시작한 유부녀의 몸에선 그녀 특유의 체취가 샘솟으며 수컷을 자극한다.
‘역시나 예민하군.’
김우영은 서서히 달아오르며 허리가 뒤틀리듯 움찔거리기 시작하는 정나은을 느끼며 그녀 모르게 미소 짓는다. 처음 강제로 그녀를 취했을 땐 최음 효과가 있는 젤을 썼기에 몰랐지만 차 안에서 그녀를 취했을 때 깨달았다.
그녀는 강한 척하는 것치곤 상당히 예민한 몸을 가지고 있단 걸.
‘아니면 유부녀 특유의 강한 성욕 때문일까?’
어째서인지 여자란 생물은 유부녀가 되면 더욱 성욕이 강해진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확실하게 자신의 배우자가 결정되었기에 그동안 억누르던 성욕을 마음껏 토해내는 것일까?
‘덕분에 나 같은 놈도 밥벌이 할 수 있지만.’
김우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만개한 타인의 꽃의 꿀을 탐하는데 집중한다. 집요하리만치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면서도 절대로 정나은이 만족하지 못할 곳만 자극한다. 골반, 허벅지 안쪽, 등 뒤와 복부, 허리 라인이나 쇄골 등 묘하지만 확실한 자극에 정나은은 점점 달아오른 몸을 비틀며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면서 그 자극을 견디고 있다.
평**면 진즉에 배아래 깔아뭉개고 정나은이란 유부녀를 탐할 그로써는 이상하리만치 소심하면서도 여성을 배려하는 모습에 정나은은 헐떡이면서도 의아함을 품는다.
‘이상하겠지? 이상할거야.’
김우영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질기디 질긴 강한 꽃을 꺾기위해 시간을 들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그녀를 욕구불만으로 만들기로 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해도 이렇게 예민한 몸을 가진 그것도 유부녀는 아예 손을 안대면 몰라도 이렇게 묘한 자극에는 성욕이 쌓일 수밖에 없다.
얼마든지 그 성욕을 풀 수 있는 상황임에도 풀 수 없게 된다면?
그 성욕은 쌓이고 쌓여 단번에 터트릴 때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김우영은 이렇게 그녀에게 미묘한 자극을 하며 성욕이 쌓이게끔 유도하는 중이다.
“이것 좀 달래주겠어?”
김우영은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하면서도 자신의 성욕은 마음껏 풀기위해 분기탱천한 육봉에 그녀의 왼손을 끌어와 꼭 쥐게 한다. 정나은의 가느다란 손가락과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의 이물감을 느끼며 김우영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치마 속 가장 깊은 곳으로 손가락을 이동시킨다. 드디어 한층 강해진 자극에 정나은은 뜨거운 숨결만 토해내는 입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흐음…….”
망사재질의 자수가 들어가 매만지는 맛이 좋은 브래지어 위로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형태가 일그러지듯 주무른다. 치마 속을 휘젓고 다니던 다른 손은 이젠 뜨거움까지 내뿜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도달하자 질척거림이 손가락에 전해진다.
찌지직!
치마 속에 들어가 있던 김우영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의 스타킹을 강하게 잡아당겨 찢어버린다. 그러자 살짝 풀렸던 정나은의 흐리멍덩했던 눈에 빛이 돌아오며 불만어린 빛을 내뿜는다.
“벗으라면 되지 그걸 찢으면 어떻게 해?”
정나은의 불만어린 목소리도 무시하고 김우영은 그녀의 부드럽지만 질척거리는 팬티 위로 손가락을 놀려 가랑이 사이를 천천히 자극시켜준다. 브래지어 위로만 매만지던 가슴도 한층 강하게 자극하더니 결국 브래지어를 위로 올려버리자 맨가슴이 출렁이며 브래지어 속에서 빠져나온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에 뽀얀 두 언덕이 출렁이는 모습은 침을 고이게 한다. 그 언덕 위에 핀 자그마한 꽃을 손으로 건들자 정나은의 허리가 튕겨져 나갈 것처럼 휜다. 갑작스런 자극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랐고, 튀어 오른 자신의 허리 때문에 더욱 수치심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몸에 힘을 준다.
‘눈빛 봐라.’
한층 치켜 올라간 고양이 같은 눈매와 차가운 눈빛은 그녀의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눈빛이 더욱 마음에 들기에 이렇게까지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걸 그녀는 알까?
‘마음껏 쏘아보라고. 얼마나 갈지 궁금하네.’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로 회답해주곤 그녀의 탐스런 두 언덕을 잡아먹을 듯 입을 쩍 벌려 양껏 베어 문다. 김우영의 입 안 가득 퍼지는 그녀의 체취와 짭짜름한 땀 맛을 느끼며 그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듯 끈적하게 탐한다.
“……하읏.”
한층 강해진 자극에 정나은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음에도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지 못하고 고개를 젖히고 허리를 잘게 떤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눈으로 새기며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그녀를 자극하고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 직장인들의 일터. 모두가 퇴근하고 어스름하게 내려앉았던 어둠이 더욱 음영을 더하며 고요함까지 더해져야 할 차가운 사무실에는 어째서인지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고요해야 할 사무실에는 어쩐지 달뜬 숨소리와 달콤하면서도 억눌린 가느다란 신음소리, 무엇보다 퇴폐적인 끈적한 물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이 열기라도 뿜어내는 것일까? 그 불빛에 다가갈수록 확 달아오른 뜨거운 공기에는 야릇하면서도 비릿한 향기가 은은하게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며 사무실을 덥히고 있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이 모든 걸 토해내고 있는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붙어서 서로를 탐했는지 두 남녀의 몸에선 진한 체취와 땀이 샘솟고 있으며 몸에 걸쳐져 있다는 표현이 걸맞은 정장은 있는 대로 흐트러져 있으며, 뜨겁게 달아오른 몸에서 솟은 땀으로 인해 하얀 와이셔츠는 딱 달라붙어 그 뽀얀 속살을 비추며 더욱 선정적으로 다가온다.
“하아! 하아!”
“쩝쩝, 하웁…….”
거칠고 뜨거운 숨결을 계속해서 토해내는 여성은 책상 위에 올라간 채 양 가랑이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활짝 벌린 채 그 탐스런 육체를 덜덜 떨고 있다. 완전히 풀어 헤쳐진 긴 생머리는 그녀가 쾌락으로 인해 도리질 칠 때마다 출렁이지만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며들었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쾌락에 몸부림치는 유부녀에게 달라붙어 아기처럼 풍만한 젖가슴을 탐하고 있는 중년 남성은 얼마나 그녀의 가슴을 탐했는지 그녀의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양 가슴이 그의 침으로 범벅이 된 것도 모자라 젖가슴을 타고 매끄러운 복부를 향해 타액이 흘러내린다. 야생동물이 자신의 영역에 체취를 남기듯 그녀의 가슴에선 더 이상 그녀의 향기는 나지 않고 남성의 타액의 체취가 물씬 풍겨 올라온다.
무엇보다 가장 강하게 그의 체취가 풍겨져 올라오는 곳은 다름 아닌 그녀의 가랑이 사이다. 비릿한 밤꽃 냄새는 그녀가 뿜어내는 달콤한 체취를 짓누르고 그녀에게 달라붙어 마치 그녀의 향기인 양 그 강렬한 냄새를 마음껏 토해내고 있다.
이미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욕망을 토해냈는지 그녀의 하얀 망사 팬티 위에는 더욱 진한 하얀 액체가 끼얹어져 그녀의 팬티로 스며들며 그녀의 속살에 그 냄새를 남긴다. 그 아래에서 그 냄새를 지우려고 하듯 계속해서 샘솟는 그녀의 달콤한 액체는 이상하리만치 양이 적다.
‘하아! 하아! 가, 가고 싶은데!’
정나은은 뜨겁게 달아오른 몸과 토해내는 달콤한 숨결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 한 번도 가질 못했다. 집요하기까지 한 그의 테크닉에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갈 뻔했지만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모든 자극을 멈춰버린다. 그런 주제에 자신은 착실하게 욕구를 마음껏 풀며 자신의 몸에 그것도 자신의 팬티와 가랑이 사이에 그 뜨거운 액체를 토해내고 또 토해냈다.
마치 자신을 놀리듯이…….
정나은은 미칠 것 같은 쾌락 속에서 꽉 막힌 것처럼 터지지 않는 이 가슴 속 깊은 욕구 때문에 불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걸 입술을 꽉 깨물고 버티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를 보며 얄미운 미소를 지으면서 또 다시 자신의 욕구만을 토해낸다.
“크흐음!”
울컥! 울컥!
“…….”
정나은은 또다시 확 피어나는 비릿한 밤꽃 향기와 자신의 팬티 위에서 가랑이 사이를 꾹 누르고 맥동하며 그 뜨거운 액체를 토해내는 남성의 육봉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린다. 자신의 배위에서 마치 아기처럼 가슴을 미친 듯이 탐하며 허리를 덜덜 떨면서 또 다시 욕정을 토해내는 김우영을 보고 있자니 짜증과 동시에 부러움이 샘솟는다.
‘……부러움?’
정나은은 자신의 생각에 화들짝 놀란다. 이런 자신에 더욱 화가 나는 걸 느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마음껏 욕망을 토해내느라 풀린 김우영의 얼굴을 쏘아본다. 김우영은 자신의 차가운 눈빛과 자신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이 마주치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욕망을 다 토해내곤 쓱쓱 닦는 게 느껴진다.
“후~이거 완전 푹 젖었구만.”
김우영은 자신이 토해낸 욕망의 덩어리로 절여지다 못해 질척이는 정나은의 하얀 팬티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런 목소리를 낸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차라리 몸을 더럽히는 게 낫지 일방적으로 성욕을 푸는 도구 같은 취급이 더욱 자존심에 금이 간다. 김우영은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손으로 비비며 자신의 욕망의 액체가 팬티와 속살로 잘 스며들게끔 비빈다.
“…….”
정나은은 이 남자의 의도를 모르겠다. 김우영은 그저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들이 그녀의 팬티와 속살에 잘 스며들 때까지 손으로 매만진 뒤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하아?”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함을 토해낸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즐거운지 연신 웃으며 더욱 터무니없는 소릴 이어간다.
“한 달 동안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지마. 자위도 안 돼.”
“당신에게 더럽혀진 몸으로 남편과 사랑을 나눌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
정나은은 남편의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리친다. 하지만 자위까지 하지 말라는 소리에 정나은은 속으로 이를 간다. 이렇게까지 달아오르고 달아오른 몸과 쌓일 때로 쌓인 성욕을 풀지 말라니 이제야 속셈이 눈에 보인다.
‘빌어먹을 놈. 아주 끝까지 괴롭히겠다?’
김우영은 씩 웃으며 그녀가 속으로 자신의 욕을 하고 있을 걸 상상하고 있다. 보통 여자라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리 없다. 내기의 계약상에 자신이 하는 말을 꼭 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그걸 반드시 따른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고 눈앞에서만 따르는 척 해도 된다. 하지만 이 여자는 다르다.
‘그 알량하고 높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절대적으로 내 말을 따르겠지.’
그녀는 자신에게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게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 것은 절대 안할 것이다.
“오늘은 그 팬티를 입고 자.”
“……뭐?! 미, 미쳤어?!”
정나은은 김우영의 말에 말까지 더듬으며 외친다. 지금 이 비릿한 밤꽃 냄새가 풀풀 피어나는 팬티를 입고 자라는 건 남편에게 들키라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절대 안 돼! 남편이 눈치 챈단 말이야!”
“그건 알 바 아니지. 알리지 않는다고 했을 뿐이지 그쪽에서 눈치 채는 건 조항에 없었잖아?”
낄낄 웃으며 주섬주섬 옷을 입는 김우영을 걷어차려는 자신의 다리를 말리느라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가 집요하리만치 자신의 팬티에 욕망을 토해낸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음흉한 속셈에 치가 떨리며 이가 갈린다.
“까득!”
“그러다 이 상한다?”
그새 옷을 다 주워 입은 김우영은 낄낄 웃으며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 그리곤 아직도 책상 위에서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정나은을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잊지 말라고 다시 한 번 주장하듯 손가락을 가리킨다.
자신의 질척거리는 팬티를…….
“내일 보자고~”
쾌락으로 달아올랐던 조금 전과는 달리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 손을 흔들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적막이 찾아온 사무실에 갑작스레 쾅하는 무언가를 내려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 뒤 화가 난 듯 씩씩거리는 소리와 거친 하이힐 소리를 끝으로 사무실은 고요함을 되찾았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소중한 두 부부의 보금자리지만 오늘만큼은 그 따스한 보금자리로 들어가기가 겁이 난다.
“다녀왔어~”
정나은은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평정을 가장하고 집으로 들어선다. 귀가를 알리는 인사를 들은 남편은 방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오며 자신을 반겨준다.
“늦었네. 회식이었어?”
“응. 회식이었는데 술은 안 마셨어. 어찌나…….”
정나은은 미리 생각해둔 이야기를 줄줄이 변명을 늘어놓듯 쏟아낸다. 곰곰이 듣던 남편은 아내의 기분이 상당히 안 좋다는 걸 은연중에 깨달았다.
‘거래하는 상대방이 상당히 진상인가보네.’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묻지도 않은 상대방의 험담 등을 줄줄이 토해내는 아내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짓는다.
“그럼 한 달 정도는 계속 늦는단 말이지?”
“응. 좀 큰 건이라……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당분간 큰일은 없을 거야.”
“고생했어.”
안정수는 그런 아내를 다독여주기 위해 양팔 벌려 그녀를 끌어안으려고 다가가자 정나은은 흠칫 놀라며 살짝 물러난다.
“왜?”
“아, 아니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좀 냄새가 심해. 먼저 씻을게.”
안정수는 부부 사이에서 새삼스레 그런 걸 신경 쓰는 게 의아하지만 오늘따라 그녀가 예민하다고 생각하곤 헛웃음을 짓곤 고개를 끄덕여준다. 정나은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그럼 씻고 나오겠다고 하며 샤워하러 들어간다.
“후…….”
화장실에 들어온 정나은은 문에 기댄 채 깊은 숨을 토해낸다. 자신의 몸에서 풀풀 풍기는 비릿한 밤꽃 향기와 김우영이 자신의 가슴을 아기처럼 쪽쪽 빨아대고 있는 대로 희롱한 탓에 브래지어가 끈적거릴 정도로 질척하게 묻어난 그의 체취가 은연중에 자신의 몸에서 피어난다. 그렇기에 남편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끌어안으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안 그래도 축 처진 기분이 더욱 가라앉는 걸 느끼며 재빨리 정장을 벗어버린다. 브래지어를 벗자 확하고 피어나는 그의 지독한 체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남편이 발견 못하도록 세탁물 깊숙한 곳에 쑤셔넣은 뒤 다시 입어야 할 이 지독한 밤꽃 향기가 피어나는 팬티는 잘 숨겨둔 뒤 샤워를 한다.
“잘까?”
“응. 오늘은 지쳤어 일찍 자자.”
샤워를 끝마치고 안방으로 돌아오자 이미 잘 준비를 끝낸 안정수가 침대에 누운 채 곁을 손으로 툭툭 두들긴다. 안정수는 아내가 평소 즐겨 입는 잠옷 대신 약간 두꺼운 추리닝을 입은 모습이 의아하긴 했지만 오늘 하루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안 좋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곁에 누운 아내를 꼭 끌어안아준다.
“더워.”
“오늘 마누라 좀 끌어안고 자자.”
아내는 자신이 끌어안자 필요이상으로 화들짝 놀랐지만 곧 그녀도 자신을 끌어안으며 품에 안긴다. 평소와 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내가 의아하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란 생각을 하며 아내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자 아내도 나쁘지만은 않은지 눈을 감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키스는 이어지지 못했다. 갑작스레 아내가 피했기 때문이다.
“왜?”
“아니, 그게…….”
정나은은 씻었음에도 몇 시간 전만하더라도 자신의 입에 김우영의 육봉을 머금고 있던 것 때문에 차마 사랑하는 남편과 키스를 나누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피했다. 자신의 이런 모습에 남편도 살짝 삐진 모습이자 정나은은 그의 뺨에 입을 맞춘다. 정나은은 평소와 달리 뺨이라고 해도 자신이 자진해서 키스를 해줬다는 것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은 지쳤어. 이걸로 봐줘.”
“……풋! 그래. 자자.”
평소와 달리 아내가 연약한 여인처럼 다가오는 모습에 안정수는 실소를 지으며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잠에 빠져 들어갔다. 정나은 역시 사랑하는 남편의 품에 안겨 그의 따스함을 느끼며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끼며 서서히 깊은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안정수와 정나은 두 부부의 보금자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어둠은 더해지고 술에 취한 사람도 야행성인 길고양이도 집으로 돌아갈 가장 어두울 무렵.
안방 침실에는 금술 좋아 보이는 부부가 서로를 끌어안고 색색 일정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다. 사람은 잠이 들면 체온이 상승하는데 서로를 부둥켜안고 잠든 두 부부는 높아진 체온과 서로의 체온 때문에 조금씩 땀이 샘솟기 시작한다. 부부가 뿜어내는 열기와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땀 냄새, 부부의 잔향만이 남아있어야 할 안방에 묘한 향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 묘한 향기는 비릿하고 밤꽃 향기를 연상케 한다. 그 향기는 부부가 덮고 있는 이불속에서 시작되었는데, 체온이 높아짐에 따라 땀이 배출되고 배출된 땀이 옷에 스며들었고 그녀의 팬티에 스며들어있던 김우영의 욕망의 덩어리는 그녀의 땀과 섞이며 야릇한 향기로 바뀌었다.
마치 두 남녀가 살을 섞을 때 나는 퇴폐적이고 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향기는 두 부부의 침실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겨 있을 때마저 마치 이 여자는 자신 거라고 주장하듯 그의 욕망은 강렬하고도 질척하게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다.
사랑하는 두 부부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듯 그 미묘하면서도 야릇한 향기는 밤새도록 정나은에게서 뿜어져 나오며 두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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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왔습니다. 이 글을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와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쾌차해서 주말 동안 쓴 분량을 잠깐 짬이 나서 부랴부랴 올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