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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만남 4 ]
동성은 상아의 살기어린 눈초리에 기겁을 하고는 박사장 부부에게 들은 사전 지식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상아의 눈치를 살폈다. 아직 겪어 보지 않았는지라 그렇게 가슴에 와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박사장의 말을 떠올리자 은근히 한쪽이 찔리는 동성이었다. 물론 동성의 마음 한구석엔
아무리 그래도 여자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상아를 힐끔거리는
동성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날카롭기는 했지만 아까보다 훨씬 순해진 눈초리에 안도를 했다.
( 화!... 저년 눈초리가 보통이 아니네... 진짜 날카롭고 무섭네... 이거 잘못 걸린게 아닌지
모르겠네... 그래도 여잔데... 아무려면 남자인 내가... )
" 딩동... 딩동... "
그렇게 가슴을 몰래 쓸어내리던 동성은 갑자기 들려온 초인종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자신도 모르게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주 앉아있던 박사장과 상아도 초인종 소리에 반사적으로 현관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게 보였다. 잠시후 가정부가 급히 인터폰을 들어서 사람을 확인하더니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후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동성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미녀가 만면에
활짝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것이었다. 20대 초반의 생기발랄한 모습에 상아와 닮은 모습이 누가
봐도 한눈에 상아와 형제임을 알수 있는 얼굴이었다. 동성은 그녀를 보자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본능적으로 상아를 돌아다 보았다.
" 다녀왔습니다. 어머! 아빠! 오늘은 빨리 오셨네요... "
" 허허허... 우리 상희구나!... 그래! 오늘은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왔다... 허허허...
참! 손님이 계신데... 먼저 인사부터 나누어라... 이쪽은 내 둘째 딸인 상희!...
그러고 이쪽은 S대 의대에 다니는 동성군!... "
" 누군지 말씀 안하셔도 알겠네요... 상아 가정교사 선생님이시죠?... 후후후...
얼굴이 참! 잘생겼네요... 저는 상아 언니예요... 골치 좀 썩히겠지만 잘 부탁 할께요... "
" 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
" 언니!... 씩씩...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그렇게 중상 모략해야겠어?... "
박사장의 소개에 상희는 동성의 아래위를 한번 훑어보고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해왔다.
잠시 너무나 빼어난 상희의 미모에 넋을 놓고 있던 동성은 그런 상희의 행동에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상희의 부드러운 손을 잡으며 더듬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상아의 입에서
항의가 터져나왔다. 그런 상아의 항의를 무시하듯 상희는 계속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상희의 미소에서 마치 향긋한 향기가 묻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 동성이었다.
" 뭐! 내가 틀린 말을 한것도 아닌데... 하여튼 선생님께서 조심하는게... 알았다 알았어...
하여튼 계집애가 여자답지 못하기는... "
" 언니!~~~~ "
방글거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잇던 상희는 상아의 고함소리에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입을 닫았다.
그러나 동성을 바라보는 상희의 얼굴에는 여전히 매혹적인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 상희의 태도에 상아는 얼굴을 울그락 푸르락거리며 상희를 노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상희에게 달려들것같은 얼굴이었다. 박사장은 빙글거리다가 손을 들어 둘을 제지했다.
" 이제 그만... 새로 선생님도 오셨는데 그만들해라... 그리고 상희야! 너는 어서 식사하고... "
" 알았어요... 그럼!... 잘 생긴 선생님!... 골치가 아프겠지만 잘 부탁해요... "
상희는 아버지의 말에 알았다고 대답하더니 아직도 씩씩거리는 상아에게 묘한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는 동성에게 순전히 동성의 생각이지만 뇌살적인 윙크를 던지더니 식당으로 걸어갔다.
그런 상희의 윙크에 동성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폭넓은 치마를 살래살래 흔들며 걸어가는 상희의 모습을 조금은 얼빠진 얼굴로 하염없이 바라보는
동성이었다. 상희의 윙크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동성이었다.
( 와! 이집의 여자들은 장난이 아니네... 사모님도 그렇고 상아, 그리고 방금 본 상희도...
그렇다면 스튜어디스한다는 큰 딸도 한 미모 하겠는데... 이건 완전히 꽃밭이구나... 꽃밭...
그런데 조금전 그 윙크는 무슨 뜻이지?... 혹시 날?... 설마... 아니야.. 혹시 모르잖아?...
혹시라도 그녀와 내가... 아니야 난 지금 그런데 신경을 쓸 시간이 없는데...
그래도 너무 예쁘잖아?... 혹시라도 내가 조금은 마음에 있다면... )
( 저 얼굴... 아예 얼이 빠졌네... 얼이 빠졌어... 조 여우한테 완전히 얼이 빠졌어...
이걸 그냥 죽여 살려... 그런데 상희 저년은 하여튼 여우라니까... 그것도 꼬리 아홉개 달린...
휴! 그러나 저러나 이 얼빵한 놈을 교육 시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그런데 하필 저 여우가 지금 들어올게 뭐야... 저 여우년과 지금 대면시키면 안되는데...
어느 정도 교육을 시킨 다음에 대면을 해야되는데... 뭐! 이왕 일은 벌어진거 할수 없지...
하다가 안되면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내가 손 좀 봐주면 되지... )
그렇게 동성은 상희의 윙크에 정신이 나가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이 편리할대로ㅓ
생각에 잠겨있었다. 바보처럼 입을 헤벌리고... 그렇게 입을 헤 벌리고 상희의 뒷모습에 정신이
나가있는 동성의 모습을 보자 상아는 금방이라고 동성을 두들겨 패고 싶은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러나 치미는 울화는 상아도 어쩔수 없었다. 그러자 상아는 그런 울화도 풀겸 국면도 전환시킬겸
마음에도 없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동성에게 입을 열었다.
" 선.생.님. 실력을 테스트한다면서?... "
" 응?... 아! 그.. 그렇지.... "
그런 마음에서 아무리 부드럽게 말을 한다고는 하지만 자연 말소리가 고울리 없는 상아였다.
그렇게 상아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한자 한자 끊어서 동성에게 말했다. 동성은 얼이 빠져있다가
들려온 상아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상아를 멀거니 쳐다봤다.
다음 순간 얼굴을 잔뜩 일그러 뜨리고 있는 상아를 보자 동성은 놀란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상아의
말에 간신히 대꾸를 했다. 다시끔 자신의 실책에 속으로 질책을 보내는 동성이었다.
울화통이 치밀어 쿵쾅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가는 상아를 따라 상아의 방으로 들어선 동성은 순간
놀라움에 입을 딱 벌렸다. 한쪽벽을 장식하고 있는 각종 상장과 상패, 그리고 벽에 걸린 각종
무술대회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상아의 방을 장식하고있었다.
그런 살벌한 방안 광경은 어느 누가 봐도 여자 그것도 여고생의 방으로 볼수 없는 광경이었다.
놀란 얼굴로 방안을 둘러보는 동성의 모습을 힐끔 바라본 상아의 입가에는 문득 자랑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그런 마음에 조금은 시위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설명을 했다.
" 조금 놀란 모양인데... 저건 전국 검도대회에서 여자부 우승할때 찍은 사진이고...
저건 서울 지역 태권도 여고부 준우승 할 때 사진인데... 응! 저게 그때 받은 트로피...
뭐 별거 아니긴하지... 저런건 아무나 딸수 있으니까 그렇게 너무 겁먹은 표정은 할 필요없어...
그런데 이거 하나만은 알아두는게 좋아 내가 한 운동하거든... 그러다 보니 한번씩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갈 경우가 종종있거든... 그건 참고로 알아둬... 그리고 참! 너 몇살이야?
보아하니 나하고 동갑이거나 어려보이는데 내가 말놔도 기분 나쁘지는 않겠지?.. "
조금 놀란 표정으로 상아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동성은 상아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금씩 더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비록 박사장에게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자란
생각을 하던 동성이었지만 방안의 광경과 상아의 설명에 마음이 쪼리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러던 동성의 얼굴은 상아의 다음말에 완전히 구겨져버렸다. 동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스스럼 없이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상아에게 얼굴을 조금 찌푸린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상아의 반말에 기분이 조금 더러워지는 동성이었다.
안그래도 뭔가 꼬투리를 잡을려고 벼르던 상아였는데 그런 동성의 표정을 보자 상아는 속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잘 걸렸다는 생각에 슬쩍 미소까지 짓는 상아였다.
" 왜! 내 말이 고까워?... 나는 말이야... 말보다 행동이 먼저야... 니가 잘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일진회!... 걔들도 날 슬슬 피해... 한번은 걔들 대여섯명과 맞장을 떳는데... 박살을 내줬거든
그 다음에 몇번 내게 복수를 한다고 도전을 해오던데 내가 누구냐?... 바로 작살을 내 줬지...
그러니까 다시는 안덤비더라... 그리고는... 야!... 너 대답 안할래?... 이 누나가 몇살이냐고
물었잖아?... 참! 한가지 더 나는 말이야 두번 묻는거 무지 싫어하거든...
이번은 몰랐으니까 참는데 다음부터는 말떨어지면 바로 대답해라... 알았지?... "
" .......... "
동성이 기가 차서 입을 딱 벌린채 자신을 쳐다보자 상아는 잠시 그런 동성을 바라보더니 몸을 날려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고는 건들거리며 동성을 향해 협박하듯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상아를 보며 더욱 기가 차는 동성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아의 그런 태도를 참을 수없는
동성이었다. 그런 생각에 한참 동안 상아를 노려보던 동성은 이윽고 입을 열었다.
" 상아양!... 나는 널 가르치러 온 선생이야... 말을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그리고 물어보니까
대답은 해주지... 나는 S대학교 의대 일학년이고 나이는 19살이야... 어이쿠... "
기분이 엉망이 된 동성은 자기 딴에는 잔뜩 무게를 잡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상아를 가르치려면
누가 위인지를 똑 바로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성이었다. 그런 마음에 상아를 타이르 듯
말을하던 동성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눈 앞에 별이 반짝거리는 것을 느끼며 묵직한 비명을
지르지 않을수 없었다. 머리통에 제법 묵직한 통증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쥐는 동성이었다.
그런 통증에 머리를 감싸던 동성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잠시 감을 잡지 못하고 어리둥절
한 동성이었다. 그런 동성이 간신히 얼굴을 들어 앞을 바라보니 뭔가 눈앞에 어른 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촛점을 잡지 못하다 간신히 그 물체에 촛점을 맞춘 동성은 그것이 상아의
작은 발이란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렇게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동성은 멍하니 가볍게 흔들리는 상아의 작은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여튼 아그들은 꼭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려요... 그냥 말로 할때 알아들으면 얼마나 좋아..
그리고 19살이라고 했지?... 그럼! 나하고 동갑이네... 조금은 손해보는 느낌이지만 앞으로 날
누나라고 불러... 알았지?... 다른 놈 같으면 어림도 없지만 그래도 날 가르치러온 너니까...
내가 많이 양보하는거다... 아!... 나는 왜이렇게 마음이 약한건지... "
" ......... "
멍청히 상아의 예쁘장한 발과 미끈한 다리를 바라보고있던 동성은 순간 열이 받히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열이받힌 동성은 손을 들어 상아의 발을 슬쩍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는 화난 얼굴로 얼굴로
상아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비록 당하기는 했지만 노려보는 동성의 눈에는 여전히 예쁘기만 한
상아였다. 그런 동성을 상아는 여전히 예쁜얼굴에 매혹적인 미소를 지은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예쁘다고는 해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인 것이었다. 동성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여전히
솟구치는 분노를 간직한채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추리를 해보았다.
( 그러니까... 조년이 발로 내 머리를 찼다는 말인데... 이.. 이년이... 감히 남자를 그것도
선생의 머리를 발로 걷어 찼다는 말인잖아?.... 와! 오늘 진짜 꼭지 도네.... 이걸 그냥...
그런데 이쁘기는 이쁘네.. 저 다리 빠진것 좀 봐.. 흐미 먹고싶은...아니 내가 지금 뭔 생각을 )
그렇게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잠시 머리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동성은
다음 순간 상아의 다리를 보자 엉뚱한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꼭지가 돌아버릴
정도로 치솟는 화를 삭힐수는 없는 동성이었다. 사실 첫날 인지라 모든 것을 참으면서 아무리 화가
나도 속으로 삭히려고 마음을 먹었던 동성이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은 무지 예쁘게 보이는 상아의
미모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생각도 없는 동성이었다.
그러나 겁도 없이 자신의 머리에 그것도 계집애가 발길질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울화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동성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나왔다.
" 이년이... 감히 남자를... 그것도 선생의 머리를 겁도 없이 차... 아무리 가정교사로 들어왔지만
오늘 당장 짤려도 니년 버릇은 고쳐야겠다... "
" 어쭈!... 진짜 놀고있네... 너 원래 모자라는거냐?... 말로 하니 못 알아들어서 직접 이 누나가
피곤한 몸이지만 교훈을 줬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진짜 피곤하네... 이거 고문관아냐? "
" 이... 이... "
분노에 펄펄 뛰는 동성의 모습을 상아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지켜보고있었다.
그렇게 눈에서 불을 토하며 무서운 눈초리를 하고 있는 동성이었지만 그녀의 눈은 병신 꼴갑하는
걸로 밖에는 안보이는지 갖잖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상아의 눈과 표정에 더욱 열이 받은
동성은 분노로 인해 앞 뒤 가릴 틈도 없이 번개같이 그런 상아의 빰을 쳐갔다.
" 휙!.... "
" 쿠당...당탕... "
" 어이쿠... 억!.... 컥컥... 콜록...콜록... "
그렇게 동성의 손이 상아의 빰을 향해 바람소리를 내면서 날아가는 순간... 상아의 몸이 옆으로
살짝 기우는듯 했다. 다음 순간 동성은 명치에 강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나 뒹굴었다.
숨이 콱 막히는것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동성은 가슴을 부여잡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자신에게 무작정 덤비는 동성을 가소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빰으로 날아오는 손을 살짝 피한
상아는 앉아있던 그 자세 그대로 들고 있던 다리만 옆으로 움직여 동성의 명치를 가격했다.
그리고는 숨이 막히는 듯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을 토하며 침을 흘리면서 바닦에 나뒹구는 동성에게
측은한 듯 혀를 차는 상아였다. 그렇게 처참한 꼴로 나 뒹구는 동성이 상아가 보기에는 한심할
정도로 싸움의 싸 자도 모르는 맹탕으로 보였다.
" 쯪쯪쯪!... 안된다니까 자꾸 그러네... 아그야! 넌 소쿠리장수의 말도 못들어봤냐?...
` 니 꼬라지 니가 알라 ` 너무나 유명한 말인데... 매를 버는 구나.. 매를 벌어... "
" 컥컥... 콜록...콜록... 이..년...이.. 컥컥... "
다시 한번 상아의 일격에 처참하게 무너져 한참동안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을 해대던 동성은 그런
상아의 조롱섞인 말에 다시끔 분노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잠시 기침을 하던 동성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런 동성의 두 눈은 분노와 창피로 인해 활활 타고 있었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꺾여진
자존심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더욱 큰 동성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몸을 일으킨 동성은 주먹을
꽉 움켜쥔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아를 쏘아보았다. 그런 동성을 바라보는 상아의 눈에는
조롱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상아는 갖잖다는 표정으로 동성에게 입을 열었다.
" 호! 그래도 남자라고... 자존심은 있다. 이건가?... 그래 또 덤벼 보시겠다?.... 그런데 말야...
이번에 또 덤비면 아까처럼 끝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둬... 이번에는 뒤지게 팰거니까...
잘 생각해 보고 덤비는게 좋을 거야... 보통 때는 이런 말 안하는데 그래도 니가 조금...
아주 조금 마음에 들어서 경고하는 거니까 잘 생각해 보고 덤비는게 좋아... "
" 으아아아아.... "
동성은 빈정대는 상아의 말에 눈이 뒤집히는 것을 느끼며 고함을 질렀다. 도저히 참을수 없는
모욕에 동성은 선불 맞은 황소처럼 상아를 향해 덤벼들었다. 어떤 투로도 없이 그야말로 개싸움
하듯 무작정 자신에게 덤비는 동성의 모습에 순간 상아의 눈 속 깊숙히 움찔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상아가 누군가?. 다니는 학교 주변 열개가 넘는 학교까지 완전히 평정한 짱 중의 짱이었다.
그런 상아였기에 비록 순간적으로 무작정 덤비는 동성에게 놀라 약간 늦게 반응하기는 하긴 했지만
상아의 반응은 더 없이 효율적이고도 또한 강력했다. 비록 한 탬포 늦었지만 침대에 앉은 그자세
그대로 몸을 다시 옆으로 조금 비틀며 덤벼드는 동성에게 카운터 펀치를 먹이듯 작고 가냘픈 팔을
뻗었다. 너무나 적절한 군더더기 하나 없는 상아의 동작으로 인해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가만히
있는 상아에게 동성이 스스로 와서 일부러 두둘겨 맞는 것 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 퍽... 털컥... "
" 윽!... 컥... "
" 어어! 비켜... 이게... "
그렇게 무작정 상아를 잡으러 덤벼들던 동성은 적시에 뻗은 상아의 펀치를 그대로 턱에 맞았다.
자신이 덤벼드는 속도에 더하여 턱에 강력한 펀치를 맞은 동성은 다음 순간 눈앞에 오색의 별이
이리저리 춤을 추는 것을 느끼며 별안간 다리에 힘이 쭉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어 온몸에 힘이 빠진 동성은 억눌린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푹하고 꺼꾸러졌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다. 쓰러지는 동성은 하고 많은 장소들 중에서 하필이면 상아의 몸 위에
쓰러져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되자 가볍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던 상아는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전에 무거운 동성의 몸이 자신의 몸 위에 엎어지자 미쳐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깔려버렸다.
그렇다고 동성에게 기회가 온것도 아니었다. 동성은 머리가 핑도는 느낌을 받은채 온 몸에 힘이
빠진 말그대로 그냥 상아의 나 뒹군 것이었다.
그런데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동성의 몸에 정통으로 깔린 상아는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동성의 무게에 숨이 막히는 것도 숨이 막히는 것이었지만 아무리 싸움질 잘하고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얼핏 보기에 날나리 같은 상아지만 사실 아직도 뽀뽀 한번 못해본 천연 기념물인 것이었다.
그런 상아인지라 동성의 아래 깔리니 처음에야 동성의 몸무게에 숨이 차 바둥거렸지만 어느
부터 뭐라고 표현할수는 없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남자의 체취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아였다.
더군다나 아무리 운동이라고는 잼병이라고 할 동성이었지만 남자와 여자는 신체 구조부터 다르지
않는가?... 상아는 단단한 동성의 가슴이 자신의 집에 오면 답답하다고 언제나 즉시 벗어버리는
브레지어 않한 유방을 누르자 몸무게와는 전혀 다른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호흡이 곤란했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타오르며 알수 없는 기분에 빠져드는 가슴을 감추려고 발버둥을 치는 상아였다.
( 미치겠네...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거지?... 그리고 이 이상한 냄새는 또 뭐야?...
그런데 왜 자꾸 몸에 힘이 빠지고 숨이 가픈거지?... 왜?... 왜?... 왜?... )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상아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이미 혼미한 정신으로 쓰러진 동성은 너무나
기이한 느낌에 나름대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가슴에 느껴지는 뭉클한 감촉과 처녀 특유의
향기... 그리고 부드러운 느낌.... 턱에 느껴지는 고통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바둥거리며 자신을 밀어내려고 애쓰는 상아가 움직일때마다 동성은 온몸에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화를 내는것을 느꼈다. 그것을 느끼자 동성은 아차하는 심정이 되었지만
제대로 당한 카운트 펀치에 온 몸에 맥이 풀려 움직일수 없는 동성이었다.
( 우아!... 이게... 이게 바로 여자구나... 어쩌면 이렇게 부드럽지... 또 냄새는 진짜 향기롭네..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고 싶네... 너무 너무 황홀하네... 이래서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껄떡거리는가 보네... 흠흠... 이 향기는 아무리 맡아도 실증이 안날것 같네...
그런데 아랫도리는 왜 이리 지랄인거야... 이년이 알아차리면 가만 있지 않을텐데... )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다 마음 먹은데로 안돼자... 아니 꼭 할려고 마음 먹는다면
못할것도 없었지만 동성은 상아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와 부드러운 몸의 감촉에 모든것을 포기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런 기회를 억지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오도 없는 동성이었다.
물론 자꾸 바둥거리는 상아로 인해 연신 그런 상아의 아랫도리를 이리저리 문지르는 자신의
아랫도리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상아는 가파오는 숨결과 이상 야릇하게 가슴을 후비는 감정으로 한 동안 바둥거리다 지치기도
했지만 그렇게 싫지않는 느낌에 점점 바둥거리던 몸의 움직임에 힘이 빠졌다.
그러던 상아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아랫배 부위에서 허벅지까지 광범위한 부위를 자신이 움직일 때
마다 문지르는 딱딱한 물체를 느꼈다. 상아는 그것을 느끼자 자신도 모르게 저항의 몸짓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 상아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던 것이다.
다음 순간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스런 감정에 숨마져 죽여버리는 상아였다.
하늘이 빙빙도는 느낌을 받으며 손가락하나 까딱할수 없는 숨막히는 심정이 되어버리는 상아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숨 만 색색거리며 누워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몸에
위 아래로 포개진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