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다른때와 마찬가지로 주말도 없이 일을 하고 저녁 무렵에 퇴근을 했을 때였다. 집에 들어서보니 아내는 없고 장모님이 애를 돌봐주고 계신다. 딱 보아하니 또 어딘가 외출을 한 모양이었다. 장모님 말로는 친구만나러 간다고 하고 방금 나갔다고 한다. 너무 늦진 않을테니 걱정 말라는 말까지 전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장모님의 말에 또한번 마음이 심란해져 저녁도 거르고 방으로 들어가 몸을 뉘였다. 주말도 없이 하루종일 일한덕에 피곤함과 나른함이 함께 밀려온다. 그때 내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아내의 휴대폰이었다.
깜빡 잊고 놓고 나갔나?
요즘들어 아내가 좀 정신이 없어보인다고 느낄때가 보인다. 아니 넋이 약간 빠졌다고 해야 하나... 원래 꼼꼼하고 침착하던 성격의 아내였는데 요즘엔 무언가를 깜빡깜빡도 잘하고, 마음이 붕 떠 있는듯한 모습도 보이곤 했다.
나는 그런 아내의 핸드폰을 그냥 놔둘까하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아내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견딜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통화내역과 문자를 보려고 했다. 역시나 비밀번호가 걸려있었다. 하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이런 비밀번호 푸는거라면 또 나였다. 아내의 주민번호와 가족의 주민번호등을 모두 조합해 몇번의 시도 끝에 비밀번호를 풀 수가 있었다. 드디어 아내 핸드폰의 통화내역과 문자가 보인다. 핸드폰의 액정화면이 바뀌고 그 액정속의 글자와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숨이 멎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핸드폰의 액정속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