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병원에 도착하자 장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박서방! 여길세!>
<장모님! 어떻게 된거에요?>
<아, 글쎄 은서 그것이... 그것이... 오늘 하루종일 지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잠만 자길래 좀 이상하다 싶어서... 그래서 들어가봤더니 약병이 머리밑에 떨어져있는게 아니겠는가!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하네!>
장모님의 말을 들은 나는 서둘러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침대위에 주사바늘을 꽂은채 눈을 감고 누워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하루사이 얼굴이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었다. 가녀린 팔뚝에 꽂혀있는 주사바늘이 아내를 더욱 안쓰럽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때 아내가 살며시 눈을 뜬다.
<여보....>
눈을 뜬 아내가 나를 힘없는 목소리로 부른다. 나는 아내에게 다가가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내가 힘없이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여보! 미안해. 정말 미안해요!>
또다시 아내의 뺨위로 한줄기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도 더 이상 그런 아내를 두고볼수 없었다.
<바보같이! 왜 이런 짓은 했어...>
<훗, 그러게요... 나 정말 바본가봐! 근데 나도 너무 힘들어서... 우리 아가랑 당신 못본다고 생각하니깐 너무 슬퍼서 견딜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러게... 그러게 애초에 왜 그런짓은 한거야....>
아내는 내 말에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그저 아내의 손을 꼬옥 잡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져 가고 있었다....
며칠 후. 나는 다시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다. 아내 역시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몸을 추스리고는 곧 퇴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내가 다시 집에 들어온후 또 몇주일후. 확실히 그동안 아내는 좀 자숙하는 듯 일체 외출도 삼간채 집안일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나도 가끔 아내의 얼굴을 볼때면 그날의 일이 생각나 또 마음이 불끈할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숙하는 아내를 보며 분을 조금씩 삭혀가고 있었고 겉으로나마 우리 가정은 어느정도 안정되어 가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역시 사람의 인연은 질긴 것이었다. 그것은 때론 인력으론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만큼 끈질기고 강했다. 그것은 아내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내는 그런 끈질기고 집요한 인연의 끈을 손쉽게 잘라버릴만큼 강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아내의 탓도, 내 탓도. 그리고 그 사내의 잘못도 아니었다. 나도, 아내도, 그리고 그 사내도 모두 거대한 인연의 수레바퀴속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작고 연약한 인간들일 뿐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운명이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