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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업소 다니기 3
최고관리자 0 50,792 2022.10.23 00:10
야설닷컴|야설-여자친구와 업소 다니기 3

맨 먼저 벗기 시작한 것은 나였다. 그래야 했다. 여기서 내가 미적거리면 아무것도 안 될 테니까. 그 다음에는 언니들이었다. 당연하다. 이곳이야말로 대한민국 자본주의와 감정노동의 최전선일 텐데, 고객들이 먼저 벗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주저하는 건 내 동료들이었다. 신나서 왔지만 아무래도 재인이의 눈치를 보게 된다. 


벗을 생각조차 못하고 멀뚱대는 것은 재인이였다. 이곳은 여자들이 먼저, 딱 잠자리날개처럼 한 겹 씌워진 홀복을 벗은 후 팬티바람으로 남자들이 옷 벗는 것을 도와주는, 그렇게 해서 서로 친해지기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재인이가 벗지도 않고, 내가 벗는 걸 돕지도 않은 채 가만히 있으니까, 나는 제일 먼저 벗기 시작했음에도 벗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 진짜 벗었네.” 


재인이가 웃통을 벗은 나를 보며 작게 키득댔다. 나만을 향해서, 이미 젖가슴을 훤히 드러낸 여자들이나, 주섬주섬 겨드랑이털과 뱃살을 드러내놓기 시작한 다른 세 남자들이 여기 없는 척 외면하면서 말이다. 


내가 벗다 말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그제서야 재인이는 자신도 벗어야 한다는 걸 눈치챘다. 


“나도요?” 

“당연하지.” 


내가 무심한 척 말했다. 


“같이 놀기로 했잖아. 다른 사람들 무안하지 않게.” 


재인이의 눈이 커진다. 이제서야 정말로 당황한 모양이다. 재인이는 이목구미가 뚜렷한 얼굴에 조금은 세 보이는 인상이라서 그래 보이지 않지만, 나만은 그녀가 당황한 나머지 거의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재인이는 그냥 멍을 때리는 듯하다. 하지만 머릿속이 새하얘졌을 것이다. 그렇게 이도저도 못하는 사이 룸 안의 다른 이들은 모두 팬티바람이 되었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재인이를 쳐다보느라 아직 바지를 벗지 않은 나와, 옷을 모두 입고 있는 재인이 쪽으로 집중되게 된다. 


모두가 벗고 있다면 창피해지는 건 옷을 입은 쪽이다. 재인이가 거의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게 보인다. 


“어떡해. 진짜 벗어요? 나도?” 

“자기도, 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말했다. 


“같이 놀기로 하고 들어온 거잖아. 자기만 다르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놀 수가 없잖아.” 

“그치만.” 

“약속했잖아.” 


재인이가 룸 안을 돌아본다. 젖가슴을 훤히 드러내놓은 여자들이 셋, 팬티바람에 고추의 윤곽을 거진 보여주고 있는 30대 남자들이 셋, 그리고 나다. 남자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모닥불처럼 지펴오르고, 여자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만을 쳐다본다. 그녀가 벗지 않으려 했다면 다른 이들이 벗기 전에 이의를 제기하고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다. 허나 이제 그러기엔 때가 늦었다. 재인이에게는 두 가지 길뿐이다. 진상고객이 되어 모두를 민망하게 만들면서 룸을 나가든가, 아니면 이 모두의 앞에서 옷을 벗거나이다. 룸을 나간다면 윤락업소를 찾은 수많은 손님들과 관계자들 앞에 혼자의 몸으로 나와 그들의 시선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혼자서 유흥가를 횡단해야 할 것이다. 그또한 사람들 앞에 벌거벗은 기분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 바깥에서 벌거벗느냐, 이 안에서 벌거벗으냐이다. 


결국 재인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옷을 벗기 시작한다. 


“어려 보인다, 저 언니.” 


누군가 제 파트너한테 속삭인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녀의 파트너는 재인이가 옷 벗는 걸 쳐다보느라 거기 대꾸하지 못한다. 


“진짜 대학생이에요?” 


그녀는 이제 스물 둘이다. 모르긴 해도 이 룸에 초이스된 여자들 중에서도 그녀보다 어린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여대생’이다. 바깥에서는 여대생이라는 이름이 별 것 아니지만 이런 업소 안에서는 그것 자체로 하나의 타이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풀살롱의 룸 안에서, 여대생이 옷을 하나씩 벗고 있다. 룸 안의 모든 남녀가 제 파트너보다도 그녀에게 집중한다. 


차라리 남들과 함께 벗었다면 훨씬 쉬웠을 것이다. 셔츠 단추를 푸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브레지어가 드러난다. 나는 단추를 푸는 내내 도와주지 않다가, 벗겨진 셔츠만 받아서 구석에 숨겨 버린다. 


와- 하는 감탄사가 남자들한테서 새어 나와 버린다. 그녀는 익명의 업소 여자가 아니라 내 여자친구이고, 그들은 재인이 입장에서 남자친구(두 번째 남자친구랄까 조금 애매한 입장이긴 하지만)의 동료들이며 자기보다 열 살쯤 많은 아저씨들이다. 재인이는 허리띠를 풀었지만 차마 청바지를 끌어내리지 못한다. 


“벗어라! 벗어라!” 


처음에 나서서 모두 벗자고 했던 허스키한 목소리의 언니가 장난스레 구호를 외쳤다. 다른 여자들도, 남자들도 웃으며 따라 외친다. 허스키 언니처럼 대놓고는 못하고 조심스럽게, 은근하게. 


“괜찮아요, 재인 씨.” 


영근이가 뚱뚱한 사람 특유의 서글서글한 얼굴로 너스레를 떤다. 


“다들 벗었잖아요. 같이 수영장에 왔다고 생각해요. 속옷이나 수영복이나 뭐.” 

“괜찮아! 괜찮아!” 


허스키 언니가 외치고, 이번에는 모두가 거리낌 없이 손뼉을 친다. 


“수영복.” 


재인이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래, 그렇네.” 


혼잣말을 하며 바지를 내렸다. 그녀가 속옷차림이 되었다. 모두 박수를 쳤다. 


“저기 이거는 입고 있으면 안 될까요? 수영장이니까.” 


재인이가 제 브레지어를 가리키며 말한다. 좌중에 ‘에이-’ 하고 야유가 터진다. 야유소리는 작다. 


“할 수 없지, 일단 그렇게 해. 일단은.” 


내가 ‘일단’이라는 단서로 중재에 나선다. 그리고 다들 너무 금새 수긍하는 분위기가 된다. 그녀를 속옷차림으로 만드는 데만도 벌써 너무 시간을 끌었다. 이젠 놀아야 한다. 


“대신에 내 바지좀 벗겨줘, 재인아.” 


재인이는 안심했다는 듯 손을 움직여 내 허리띠와 버클을 풀어준다.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엉덩이만 들어 그녀의 손길을 도울 뿐이다. 


“어머나.” 


재인이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낸다. 


“왜 이렇게 커졌어요.” 


나는 말없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내 팬티 위로 끌어당긴다. 


“변태.” 


재인이가 결국 웃음을 보이고,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녀가 테이블 아래에서 내 팬티 위를, 벌주듯 꽉 쥐어뜯는다. 하지만 있는대로 딱딱해진 성기는 아프긴커녕 더 뜨거워질 뿐이다. 


“재인씨, 몸매 진짜 좋으시네요. 한 잔 하세요.” 


태민이다. 내 보기에 이건 인사치례만은 아니다. 재인이의 허리는 20대 초반답게 잘룩하고, 그와 대조적으로 꽉 찬 C컵의 가슴은 (일제 속옷으로는 E컵까지 입게 된다고 했다) 브레지어를 터뜨릴 것만 같다. 풍만하면서도 모양이 잘 잡힌 그녀의 젖가슴은 나만의 자랑이다. ‘쇄골뼈가 뚜렷하고 허리가 잘룩한데 가슴은 엄청 크고 수술한 것도 아니야. 90년대의 내 상식으로는 한국인의 몸매 같지가 않은데 확실히 21세기 신인류의 특징인가봐!’ 하던 내 자랑질에 그간 ‘에이 안 그래 보이던데~’ 웃어넘기던 녀석들은 이제 테이블 위로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팬티를 뚫고나올 듯 팽팽해진 성기는 내 자부심의 표출이다. 


재인이는 그녀답지 않게 얼굴이 빨개지며, 태민이의 어깨와 가슴 근육을 곁눈질한다. 그녀의 속옷은 오늘따라 새하얗고 얌전하다. 


“태민 오빠도요.” 

“아 뭐야 이 사람들!” 


태민이의 파트너가 과장스레 투덜댄다. 


“둘이 정분나겠네. 나 오늘 왕따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더 잘해야지, 다들 마셔요, 원샷!” 


다시 나서는 건 허스키 언니다. 우리는 다 같이 잔을 비운다. 태민이의 파트너가 이건 자기 것이라는 양 그의 근육을 어루만지며 과일안주를 먹여주고, 맞은 편에서는 영근이가 제 파트너와 러브샷을 한다. 재인이는 그 광경들을 빨아들이듯 응시한다. 


“재인이는 맥주로 마셔.” 


내가 말한다. 


“네.” 




모르는 사람들끼리 벗고 노는 일은 생각보다 어색하고 뻘쭘하다. 그래서 이성과 상식이 무디게 작용하게끔 예열을 잘 시켜놓아야 한다. 그래서 빠르게 술을 몇 차례 돌렸다. 이미 이자카야에서 잔뜩 마시고 온 남자들은 이제 얼큰하게 취했거나, 취한 척을 한다. 그리고 언니들의 주도로 한 명씩 노래방 리모콘을 돌린다. 차례가 오면 파트너랑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데, 대개 노래는 여기서 이골이 난 언니가 하고 남자는 발라드면 느끼하게, 댄스이면 장난스럽게 벗은 언니의 이곳저곳을 터치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면 취객들은 사실상 노래에는 귀를 닫은 채 그 스킨십에만 영향을 받아 각자 파트너들을 노골적으로 주물러대기 시작한다. 이렇게 진행되면 성공적이다. 


“준후꺼 봐봐, 완전 선 거 보이지?” 

“네.” 


우리는 우리끼리, 거진 다 벗은 남녀가 서로를 만져대면서 몸 흔드는 광경을 구경하면서 속삭댄다. 


“지인짜 크네요. 사람꺼 같지 않다.” 


재인이는 평소 술이 세서 아무리 마셔도 얼굴빛이 거의 변하지 않는데, 이 날은 맥주만 마셨음에도 벌써 많이 취한 듯 보인다. 

“언니들 몸이 다 예뻐요.” 


“누구 가슴이 제일 예쁜 것 같아?” 

“응, 저쪽에 빨간 팬티 언니.” 

“그래? 너무 작지 않아? 자기 꺼에 비한다면......” 

“너무 크면 바보같아 보인다고요.” 


이건 나랑 재인이 사이에 질리도록 반복된 패턴이다. 그녀는 자기 가슴이 크다는 것에 대해 컴플렉스라도 있는 것 같다. ‘가슴이 크면 바보같다’ 소리를 제 입으로 할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은근히 신경질적이다. ‘남자는 그런 가슴에 환장한다고’ 할 때면 입을 다무는 표정이 거의 슬퍼 보였다. 


태민이가 노래를 부른다. 늘 느끼지만 태민이가 우리들 중에서는 몸도 제일 좋고 노래도 가장 잘 부른다. 그래서인지 저 녀석은 먼저 여자를 만지겠다고 안달하는 일도 없다. 오히려 여자 쪽에서 저 놈을 만지고, 밀착하고 싶어한다. 지금도 태민이가 (덩치에 걸맞지 않게)멋진 고음으로 댄스노래를 부르면, 리듬에 맞춰 여자 쪽에서 장난스레 그의 앞에 붙어 후배위 자세로 엉덩이를 흔들어 준다. 


“쟤 고추가 그렇게 예쁘대.” 

“어휴, 그만 좀 말해요. 그 얘기 열번쯤은 들은 것 같네.” 

“한 번 보고 싶지 않아?” 


재인이는 대답이 없다. 맞은 편에서는 영근이가 제 파트너의 젖꼭지를 거리낌없이 빨아대는 게 보인다. 영근이 파트너의 유방은 모양이 좀 쳐져서 그렇지 재인이 것 만큼이나 커 보인다. 


“형은 노래 안 해요?” 


태민이가 노래를 끝내고 얼굴이 벌개진 채 우리 가까이로 와서 묻는다. 선명하게 드러난 복근 여섯 개가 땀에 젖어 번들거린다. 녀석은 제 파트너의 손을 잡은 채이지만, 팬티 위로 발기한 성기는 어째 우리 재인이 쪽을 향해서 불끈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미 다른 커플(?)들은 한 차례씩 노래방 기계 앞에서 몸을 흔든 뒤이고, 이제는 각자 자리에서 조명이 있든 없든 개의치 않은 채 더듬고 비벼대는 중이다. 


“나 노래 못하는 것 알잖아.” 


노래도 못하지만 몸치인 건 더 심해서, 남들 앞에 나가 몸 흔드는 걸 보여주느니 아예 판을 깨버리는 게 공리에 덜 해를 끼친다는 입장이다. 


“그거야 알지. 근데 재인씨가 너무 심심하잖아. 그쵸?” 


재인이는 멋적게 웃으며 ‘우리 오빠가 원래 그렇죠 뭐’ 한다. 


“재인씨, 그럼 저랑 한 곡 할래요?” 


태민이가 말했다. 


“응, 그러면 되겠네.” 


내가 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재인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나는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이면서, 은근히 그녀의 벗은 등을 받쳐 일으킨다. 


“놀려고 왔잖아. 신나게 놀다 와, 재인아.” 


태민이가 어린애처럼 좋아하면서 재인이의 손을 잡는다. 그러면서 재인이가 일어난 자리에는 제 파트너를 앉게 한다. 


“이 오빠는 되게 귀엽게 생겼네. 진짜 저 오빠보다 형이에요? 한참 어려 보이는데. 반가워요!” 


거의 나만큼이나 키가 크고 마른 체구의 언니가 붙임성 있게 내게 엉덩이를 붙인다. 오늘은 정말 초이스의 기준이 외모가 아니라 성격인 것 같다. 키 큰 언니의 주도로 우리는 러브샷을 한다. 태민이쪽 자리에서 재인이가 이 광경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나는 차마 키 큰 언니를 집적대거나 만지지 못하고 수동적인 입장이 된다. 대신에 언니 쪽에서 나를 희롱한다. 저쪽에서는 태민이가 재인이랑 같이 노래방 책을 뒤적이면서 그러지 않아도 될 텐데 공연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팔뚝을 만지고 한다. 


“진짜 오빠 여자친구예요? 저 언니.” 


키 큰 언니가 내게, 일부러 상체를 착 붙인 채 속삭인다. 그녀의 숨결이 내 목덜미까지 끈적끈적하다. 


“응. 좀 이상하지? 원래 이래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뇨, 흔한 건 아닌데 가끔씩 이런 경우 있어요. 여자친구나, 딴 데서 썸타는 언니 데리고 보란듯이 여기 와서 노는 것.” 


나는 깜짝 놀랐다. 나말고도 이런 경우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정말? 여기서도? 자기 여자를 벗기기도 하고?” 

“그럼요.” 


키 큰 언니가 속삭인다. 


“어떨 땐 이 안에서 친구들이랑 돌려먹기도 하고.” 


내가 놀라 반문하려는데 음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보는 제목의 요즘 노래다. 멜로디가 어디 쇼핑몰에서라도 들은 적이 있는지 아주 낯설지는 않다. 


나는 다시금 놀랐다. 재인이가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내가 노래를 즐기지 않다 보니 함께 노래방을 간다든가 할 일이 없었다. 평소 목소리는 톤이 낮은 편이고 조금 탁하기까지 했는데, 노래를 부르니 믿어지지 않을 만치 높고 맑은 목소리가 나왔다. 


여자 위주의 댄스곡이라서 태민이가 낄 자리는 별로 없었는데, 그는 당황하지 않고 제 몸과 리듬감을 과시하며 멋진 춤으로 재인이를 디바처럼 만들어주었다. 


키 큰 언니의 손이 갑자기 내 팬티 위를 붙잡는다. 


“오빠 꺼 엄청 커졌네.” 


놀란 내게 언니가 속삭인다. 


“이거 나 때문 아니죠?” 


그녀의 손이 내 것을 꽉 쥐었다 풀었다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더운 숨을 토한다. 


“알아요? 저 오빠, 몸 좋은 오빠 말이에요, 아까부터 나한테 그랬다. 건너편에 브레지어 한 언니, 그 언니랑 부비부비좀 하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오빠 여자친구 말이에요. 오빠 여자친구를 엄청 먹고 싶은가봐.” 

“오빠 그런 거에 흥분한다면서요? 그래서 괜찮다고 했어. 그리고 내기를 했어요. 나랑.” 


그때 노래가 끝났다. 키 큰 언니는 얼른 내 사타구니에서 손을 떼서는 박수를 치며 ‘앵콜, 앵콜!’을 외쳤다. 거기 호응해서 다른 사람들도 (반쯤은 건성으로) 앵콜을 외쳤다. 태민이는 기다렸다는 듯 재인이를 이끌고 다시 노래방 책을 펼쳐들었다. 재인이도 싫지는 않아 보였다. 


“무슨 내기인데?” 


키 큰 언니가 대답대신 내 손을 잡아서는 자기 젖가슴 쪽으로 가져갔다. 나는 또 놀랐지만, 손을 빼는 대신 손에는 뭉클대는 것을 살짝 쥐었다. 그녀는 마른 체구였고 가슴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지만, 정작 손으로 잡아보니 키가 커서인지 제법 뿌듯이 잡히는 게 있었다. 


태민이가 이 광경을 봤는지 재인이한테 우리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무언가 속삭대며 웃었다. 나는 재인이와 눈이 마주쳤고, 얼른 손을 빼내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고 오히려 키 큰 언니의 젖가슴을 보란 듯이 어루만졌다. 그녀의 젖꼭지가 내 손가락 위에서 움직였다. 나를 쳐다보는 재인이의 표정이 무언가에 홀린 듯 멍했다. 내 표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는 바보의 얼굴로 서로를 응시했다. 


음악이 켜졌다. 이번엔 뽕기가 가득한 발라드(아마도)곡이었다. 태민이가 재인이를 일으켰고, 이번에는 처음부터 재인이 뒤에 몸을 밀착해서는 흐느적대기 시작했다. 녀석의 손이 은근슬쩍 재인이의 드러난 배 위를 어루만지는 게 보였다. 


“무슨 내기였냐 하면요.” 


키 큰 언니가 말했다. 음악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서 크게 말하라고 소리쳐야 했다. 


“브레이저를 벗긴다고요.” 


언니가 말했다. 


“언니 브레지어를 벗기겠다고 했어요. 저 오빠가, 노래 두 곡이 끝나기 전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재인이가 자꾸만 내 쪽을 본다. 무언가 허락을 구하듯이. 태민이는 계속해서 재인이 뒤에 붙어 뭐라고 속삭여댄다. 재인이는 노래를 부르느라 무어라 대꾸하지 못하고 자꾸 나만 쳐다본다. 나는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그녀를 마주 바라볼 따름이다.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생각한다. 

재인이가 설마, 태민이가 자기 속옷을 벗기게 내버려둘 리가 없어. 재인이 성격에 그건 불가능해.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손은 점점 더 거칠게 키 큰 언니의 유방을 주물렀다. 자제심을 잃은 내 얼굴, 내 손가락에 꼬집히는 키 큰 언니의 젖꼭지 같은 게 재인이에게도 훤히 보였을 것이다. 


과연 태민이는 재인이의 등 뒤에서 끊임없이 작업하고 있었다. 그녀의 귀로 속살대면서 은근슬쩍 그녀의 어깨를, 옆구리를, 심지어 엉덩이 쪽을 만지면서 브레이저 호크를 풀려고 했다. 재인이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몸을 틀어 브레지어 호크가 풀리는 것을 막았다. 


1절이 끝나고 간주 타임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다른 노래방처럼 간주를 점프시켜 버리는 일이 잘 없다. 재인이가 노래를 쉬면서 몸을 돌린다. 이제 태민이는 재인이와 마주본 상태였고 쉽게 브레지어 호크에 손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재인이가 나뿐 아니라 룸 안의 모두를 놀라게 했다. 


태민이는 재인이의 브레지어를 벗길 수 없었다. 재인이는 결코 태민이가 함부로 제 브레지어 호크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대신에 재인이는 손을 뒤로 돌려, 제 손으로 호크를 풀어버렸다. 


룸 안이 일순 고요해진 것 같았다. 아니면 나한테만 그렇게 생각된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벗은 브레지어로 제 가슴을 가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내 쪽을 보고는, 내가 멍하게 키 큰 언니의 젖가슴을 꽉 쥔 걸 다시 확인하고, 그리고, 브레지어를 태민이에게 건내주었다. 


태민이도 깜짝 놀란 것이 분명했다. 받아 든 브레이저를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아귀 안에서 컵이 찌그러져 못쓰게 될 것 같았다. 

간주가 끝났다. 재인이는 손으로 젖가슴을 막고, 태민이의 몸에 붙어 제 상체를 가리느라 노래를 시작하지 못한다. 


그러자 태민이가 억센 손으로, 그러나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돌렸다. 재인이의 벗은 몸이 우리 쪽을 향하게 하고, 대신에 자기 손으로 가만히 그것을 감싸 가려주었다. 


그제야 재인이도 노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벗은 가슴, 브레지어로부터 해방되었음에도 모양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 유방과 곤두선 젖꼭지가 분명히 우리 앞에 드러났지만, 그것은 마치 한 순간의 환각인 양 다시 감추어졌다. 옷이 아니라 태민이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바꿔 말해 재인이의 젖가슴은 태민이의 손아귀 속에 있었다. 그녀의 젖꼭지가 모두에게 보이는 대신 그의 손바닥을, 손금을, 손가락의 마디마디를 간질였다. 


“오빠 것 터질 것 같네.” 


어느새 키 큰 언니의 손이 내 팬티 속으로 들어왔다. 그곳은 이미 내가 흘린 것들로 흥건했다. 


“하지 마. 나 쌀 것 같아.” 


나는 흥건해진 게 창피해서 급히 그녀를 말렸다. 키 큰 언니는 크게 웃음이 터지려는 걸 억지로 참는지 킥킥킥 목구멍 막히는 소리를 냈다. 


키 큰 언니는 내 팬티에서 손을 빼는 대신, 오히려 손에 쥔 내 성기를 팬티 밖으로 꺼내 버렸다. 내 발기한 성기가 중인환시에 노출되는 순간 그녀는 상체를 굽혀 제 얼굴로 그것을 가렸다. 그리고 한 번에 내 것을 입안에 물었다. 


그녀가 내 것을 입안의 혀로 훑으면서 새어나온 것들을 쪽 빨아들였다. 나는 숨을 참으며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재인이의 시선이 이쪽에 박힌 것을 눈 감고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뜨자 태민이가 이젠 재인이의 젖가슴을 노골적으로 주무르면서, 그녀의 뒤에 밀착해서 그녀의 목덜미에 침을 묻히는 게 보였다. 재인이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태민이의 손길은 더 이상 매너손이 아니라서, 재인이의 젖가슴을 가리는 대신에 그것을 쥐고, 모양을 바꾸고, 젖꼭지를 발기시키는 것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입을 헤벌린 채 그 광경을 쳐다보았고, 내 아래에서는 키 큰 언니가 부지런히 입을 놀렸다. 


태민이가 한 손으로는 재인이의 젖꼭지를 꼬집으면서, 다른 손을 그녀의 판판한 배로, 배꼽으로, 그리고 더 아랫쪽으로 더듬어 내려갔다. 그 손이 마침내 팬티 위에서 그녀의 둔덕을 붙잡는 순간, 손바닥으로 음부를 덮으면서 중지가 슬그머니 그 사이로, 갈라진 틈새로 닿아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나는 더 버틸 수가 없었다. 미리 알리지도 못한 채 키 큰 언니의 입안에서 폭발해 버렸다. 


키 큰 언니는 노련한 눈치로 알아챘는지 당황하지 않고 내 것을 받아주었다. 몇 번이고 꿈틀대며 토해내는 것을 고스란히 입안에 머금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티 안 나게 입안의 것을 물티슈에 뱉어서는 얼음통에 버렸다. 그 동작의 능숙함에 나는 경황 중에도 찬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좋았어? 오빠. 엄청 많이 쌌네.” 


키 큰 언니가 내게 속삭였다. 내 정액 냄새가 귀를 간질인다. 


“이게 내기였어요. 몸 좋은 오빠가 브레지어 벗기는데 성공하면 내가...... 어땠어요, 내가 진 거지만 그래도 기분 좋네.” 


키 큰 언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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