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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마을 - 16부
최고관리자 0 40,334 2022.10.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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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




마을뒤편으로 구비지며 하천이 흐르고


오늘도 어김없이 서너명의 소년들로 인해 하천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제철을 만난 듯 첨벙거리며 멱을 감는 소년들은 뭐가 그리 신이나는지 깔깔거리며 


물속으로 뛰어들어 간다.


“만수…너 때문에..물먹었잖아…으…앙…”


다소 왜소한 소년이 놀림을 받는 듯 나머지 소년들로부터 짓굳은 장난에 울음을 터트리고


물속으로 들어간 소년들은 괴롭힘을 주는게 재미난 듯 놀려댄다.


“영호가…운대요…얼레리…꼴레리..”


“푸하하하……”


물장구를 치며 덩치가 제법 커보이는 만수라는 소년이 의기양양하게 영호라는 소년을 가르키며 놀래대고 있었다.


소년들의 장난으로 마음이 속상한 듯 영호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 손을들어 눈을 쓸어가며 


울어대지만 소년들의 장난은 그치지않았고


냇가로 내려서는 현우와 진우가 소년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형아….쟤들이 또 영호 놀린다…”


현우에게 고자질하듯 진우가 세명의 소년을 가르키며 평소에 자신을 괴롭혔던 소년들을 응징이라도 하려는 듯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고 물속의 소년들이 덩치큰 어른을 형이라 부르며 자신들의 소행을 부풀려 얘기하는 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만수가….저번에는 나를 나무위에서 밀어서….다리를 다친적이 있었어…그때….할머니가…화가나서…만수네집에도…다녀왔어…”


원한이 많은 듯 진우가 오늘따라 많아지는 말을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내기 시작하고 세명의 소년은 주눅드는 느낌에 처분을 기다리듯 진우만을 응시하며 불안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서있었다.


영호도 자신을 괴롭힌 소년들의 죄목을 일러바치는 진우를 바라보다 현우를 응시하며 무언가를 희망하는 눈빛을 보내온다. 


마을에 젊은 장정들이 없다보니 간혹 짖굳은 장난을 치는 소년들이 있었고 소년들로 인해 


작물을 망치거나 가축들이 괴롭힘을 당해 몇몇집이 다투는 불상사도 있었다.


아낙들이 일에 빠져 애들에 대한 통제가 소홀해져서인지 몇몇이 뭉쳐다니며 장난을 일삼기가 일쑤였고 때마침 사소한 장난에 제동을 걸 듯 현우가 등장한 것이다.


대충의 일을 짐작한 듯 현우가 웃음을 짓고는 소년들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니가…만수구나..??…그래…얘기 많이 들었다…..잠깐 이리올래…??..”


열살은 더 돼 보이는 소년이 주눅든 듯 어깨를 웅크리고는 


“예….왜…..왜요…??…”


두려운 듯 말을 더듬으며 미동을 하지않은 채 현우만을 응시한다.


“할 얘기가 있단다…어..그래…니들도 같이..오렴….”


세명의 소년들이 서로의 눈치를보며 눈빛으로 의사를 교환하고는 미적거리는 몸짓으로 


현우에게 다가온다.


물가에서 나오는 소년들은 빨게 벗은채 고추를 달랑거리며 두려운 듯 어깨를 웅크리고는 


현우의 앞으로 다가와 섰다.


“………….”


한동안을 소년들을 쳐다보며 현우가 말없이 응시하고 있자


소년들의 눈속에는 알수없는 두려움이 밀려든다.


아무런 말도 않은 채 자신들만을 쳐다보자 속으로 자신들에게 헤코지할 생각을 현우가 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한 눈빛만을 굴려대고 있었다.


“오늘은 처음 봤으니…그냥 넘어 간다..다음에 ..또…이런일이…생기면….”


“………..??…….”


“……….??….”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현우의 눈을 쳐다보는 소년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현우의 다음말을 기다리고 옆에 붙어선 진우는 의기양양한 듯 현우를 쳐다보고 있다.


“똑같이 한만큼….벌을..준다…알았니..??..”


“예….”


소년들은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을 하며 고개를 숙인다.


“이 형아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지…??…”


“……….??…”


“이 형아는 총도 쏘아보고 힘도 쎄서 니들을 괴롭히는건 아무것도 아니야…”


만수와 소년들도 현우의 존재를 알고있다.


감나무집 손자로 전쟁에서 싸움을 하다가 왔다고 얘기를 들었고 덩치가 커보여서 자신들에겐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목을 뻣뻣하게 세워가는 진우가 가는눈으로 만수와 소년을 훑어가며 


“거..봐….우리형아가..무섭다고…했지…??…”


소년들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는 현우와 진우를 번갈아 쳐다보며 눈치를 살핀다.


어느새 옆으로 왔는지 영호가 부러운 듯 진우를 쳐다보고 진우는 거만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현우에게 말을한다.


“형아…우리…고기잡자…응…”


현우는 진우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떡이고 소년들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뜰채를 펴는 현우를 바라보며 궁금한 듯 시선을 모으고 본다.


현우의 주위로 소년들이 모이고 현우가 소년들을 하나씩 둘러보며 


“자…오늘은 그만들 싸우고….친하자는 의미에서 서로가 힘을모아 고기를 잡아보자…어때…??…”


“좋아요…”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소년들을 보면 미소를 띄운 현우가 물가로 내려가고 소년들은 


뭐가 신나는지 우르르 몰려 현우를 뒤따른다.


현우에 의해 뜰채를 펴서 그물을 물속으로 담그고는 소년들이 물고기를 몰아다니며 고기잡이가 시작되었다.


팔뚝으로 힘줄이 솟아나며 현우가 뜰채를 들어올리자 두어마리의 작은 물고기가 그물위에서


파닥거리며 보여지고 소년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는 표정을 짓는다.


한동안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현우와 소년들은 재미있는 고기잡이를 하였고 작은 물동이안에는 어느새 많은 수의 물고기가 보여지고 있었다.




냇가를 오르는 언덕빼기에 언제부터인가 하얀색의 치마와 두루마리를 걸친 여인이 현우와 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 있었다.


온지 얼마 안된 듯 그들이 무얼하는지 눈을 모으고 내려다보다 현우의 뜰채가 올려지고 소년들이 함성을 듣고는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유독 체구가 작아보이는 소년을 바라보며 가끔씩 웃음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표정이 없는 듯 감정표현이 없다.


단정히 쪽진 머리로 하얀색의 작은 천(리본)이 보여지고 하얀피부와 목덜미가 유난히도 파랗게 보이는 여인이 따가운 햇살이 불편한 듯 커다란 버드나무의 아래로 다가가고는 시선을 냇가로 향한 채 다시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치 대장이라도 된듯이 소년들에게 행동을 지시하고 자신의 말을 따르면서도 즐겁게 웃고있는 소년들은 마냥 신나는지 곧잘 현우의 말을 따르며 고기몰이에 몰두해 있었다.


맑고 깨끗한 물은 꽤 많은 고기들을 자라게 만들었고 아직도 몰려다니는 작은 물고기떼가 현우와 소년들을 정신없이 신나게 만들고 있었다.


“야…저기간다….와…..”


“어디..??…아냐….저기도…있는데…칠석아…그쪽으로…간다….와…”


첨벙거리며 얉은 곳으로 고기를 모는 소년들의 표정엔 즐거움이 넘쳐났다.


다시금 들려진 현우의 뜰채에는 열마리정도로 보이는 고기가 배를 들어낸 채 몸부림을 


쳐대고 진우가 물동이의 안을 보며 입을 벌려간다.


“우..와….굉장히 많다…이걸로 뭐하지….??…”


뜰채에서 물동이로 옮겨지는 작은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소년들은 신난듯 재잘거리고 


소년들을 바라보는 현우의 얼굴엔 미소가 어려갔다.


“와…형아…우리…이걸로 뭐 할꺼야…??..”


“형….뭐…할꺼예요…??”


어느새 친해진 듯 소년들이 현우에게 시선을 모은 채 현우의 대답을 기다린다.


“글쎄….뭐…할까…??..”


“구워먹어요….진짜…맛있겠다….”


“아냐…구어 먹는 것보단…끓여먹는게 더 많있어…”


각기들 벌써 음식으로 변하는 물고기들을 생각하는지 실랑이를 벌인다.


“하하하….그만…그만…많이…더 잡고…그때..다시 생각해보자…”


“에이…그래도….”


실랑이를 벌이던 소년들이 현우의 제지로 물가로 내려갈 즈음 고개를 돌리던 현우가 언덕위의 하얀소복의 여인을 발견하고는 의아한 듯 바라본다.


예전 윤초시댁 장례때 보았던 며느리 같았다.


여전히 하얀색 얼굴이 도드라지게 보였고 조용히 냇가를 응시하는 모습이 차분해 보였다.


왜 이곳에 왔을까하며 의아해하던 현우는 영호가 여인을 보며 손을 흔드는 것을 보고는 


대충 짐작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인다.


영호는 윤초시댁 손주였다.


장지로 가는길에 다리가 아프다며 투정을 부리던 소년이 영호였다는 것에 다소 의외라는 듯 현우가 영호를 바라보았고 소복여인에게 손을 흔들다 현우를 보며 영호가 입을연다.


“우리 엄마에요….”


“으..응…그래…..영호엄마였구나…” 


“에이…가기…싫은데…..”


영호는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을 알겠다는 듯 하면서도 재미있는 놀이가 아쉬운 듯 냇가와 물동이를 바라보며 


“형아가….우리 엄마에게 ..얘기..해주면…안돼요??….나…더..놀고 싶은데…..”


“글쎄…많이 기다리신 것 같은데…어쩌지….??…”


“치이…집에가면 심심하단 말이예요….하나도…재미 없는데…”


바닥의 돌맹이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영호가 현우의 지원을 기대라도 하듯이 현우만을 바라본다.


영호도 오랜간만에 재미난 놀이를 하고있어서 집에 가고픈 맘이 안생긴다.


다른때 같으면 엄마를 따라서 갈 수도 있을테지만 오늘은 왠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언덕빼기의 여인을 의식하는 영호와 현우의 침묵이 한동안을 이어갈 즈음 버드나무그늘에 있던 여인이 조심스럽게 치마단을 잡은 채 냇가로 걸음을 옮긴다.


사박거리는 소리와 다소곳이 걷는 걸음이 기품이 있어 보였고 현우는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는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에 은근히 설레임이 생김을 느낀다.


예쁜 얼굴이다.


조목조목 윤기가 흐르듯 조각 같은 생김새가 현우의 눈을 자극하고 고개를 숙인 채 현우의 앞으로 다가선 여인이 현우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영호에게 시선을 주고는 조용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집에 가야지…많이 놀았어…”


“치이….가기 싫단 말야…여기가…얼마나…재미…있는데….”


입을 내밀며 영호가 불만을 토로하고


여인이 영호를 지긋이 쳐다보며


“할머니가 기다리셔…얼른…가야지….영호야…??..”


“에이….싫어….조금만….조금만..더…있다가…갈께…”


평소같지 않은 영호의 투정에 여인이 난처한 표정이 지어지고 현우는 왠지 자기가 끼여들어야 할것 같은 분위기에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어간다.


“저…..괜찮을 것 같은데….조금만..더 있다가…제가…데려다주면…안될까요….”


여인이 눈이 현우에게 돌려지고는 수줍은 듯 발그스레하게 표정이 변하며 윤기있는 입을 열어 대답을 한다.


“아니예요…애가 아직…어려서…오히려…폐만…된것 같네요…”


현우의 눈에 비춰진 그녀의 목덜미가 유난히도 희면서도 깨끗한 느낌마저 들었다.


현우에게 다시한번 고개를 숙이고는 영호의 옷가지를 챙기고는 영호의 곁으로 다가간 여인이 달래듯 영호를 토닥이고는 옷을 입혀간다.


투덜거리면서도 할수없다는 듯 옷을 걸쳐입은 영호가 여인의 손을 잡고 뒤돌아봄을 반복하며 언덕을 올라 사라져가고 한동안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우가 씁쓰레한 웃음을 보이고는 


소년들을 몰아 물가로 내려간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다시 이어지며 냇가는 금새 소란스러워지고 유난히도 큰소리를 내는 진우가 제일 신난 듯 열심히 물고기를 몰아가는 행동을 계속한다.


“우와..이번엔…열마리도 넘겠다….”


“아냐….스무마리는 되겠다….”


뜰채가 부지런히 물고기를 건져올리고 작은 물동이안은 점점 물고기로 채워지며 고기잡이가 서서히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뜰채를 접으며 현우가 냇가에서 올라서고 소년들도 작은 물동이옆으로 모여들어 자신들이 잡은 물고기를 세어보며 아웅다웅 거릴즈음 언제 왔는지 언덕위에 몇 명의 아낙들이 보여진다.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멱이라도 감으러 나온 듯 손에 수건과 바구니를 들고있는 모습들이었다.


현우와 소년들을 발견한 아낙들이 냇가로 내려서며


“아유…감나무댁…총각…아닌감..??..”


“호호호…총각도…더위에 지쳐서…나온 모양이네…”


웃으며 걸어오는 아낙들 틈으로 성수엄마가 보여지고 가는듯 한 눈으로 현우를 쳐다보고는 눈을 찡긋거리고 모르는척 시침을 떼고는 다른아낙의 보조를 맞추며 얘기를한다. 


조잘거리듯 한마디씩을 하며 현우의 앞으로 다가온 아낙들이 소년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물동이를 발견하고는 신기한 듯 시선을 모아가며 물동이옆으로 다가가 물동이안을 들여다보며


“아유…꽤…많이 잡았네….매운탕이라도 끊여먹으면…시원하겠다…호호호..”


“어디…어디…좀…봐….”


“어머….진짜네…..얼마만이야…..”


너다섯명의 아낙들이 물동이에 몰려들자 소년들의 눈으로 경계의 빛이 흐르며 


“우리가…잡은거예요….”


“손대면 안돼요….우리꺼예요….”


방어적인 모습으로 물동이를 껴안듯 소년들이 물동이를 안아가자 


“요…말썽꾼…녀석들…..”


“호호호…개구장이들이…오늘은 얌전한 것 같네….”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되는듯 아낙들이 소년들을 둘러싸고는 소년들과 물항아리를 내려다본다.


“아유…생각만해도..벌써…군침이…도네…총각…이거….매운탕…끊이면…어떨까..??..”


제법 나이가 있어보이는 아낙이 현우를 보며 은근한 눈초리로 제안을 해온다.


“그래…맞아…매운탕에…막걸리…한잔이면…꿀맛이제….호호호…”


“호호…이 여편네가…술맛은 알아가지고….호호호..”


다소 수다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며 현우에게 시선들을 모으며 재촉을 한다.


불안한 듯 초조해진 눈빛으로 소년들이 현우를 응시하고 현우는 난처한 표정이 되고는 소년들과 아낙들을 바라보고는 한동안을 고심하다가


“휴..우…할 수없을 것 같네요….대신에….재료는 아주머니들이 장만해 주셔야 합니다….”


“호호호..당연하지….”


“호호호…오늘은…옥황상제가..부럽지않은…날이 될것 같네…”


현우는 칭얼거리는 소년들을 달래고 다음번 고기잡이 약속을 하고는 달래본다.


소년들도 덩치큰 감나무댁 형과 친하게 지내는게 유리하다는 걸 아는지 순순히 응하고는 다른 놀이를 찾아서 달려가고 진우와 함께 남은 현우는 아낙들이 의논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영희엄마가…양념을 챙겨오고…성수엄마는 채소 좀…뜯어와…내가…얼른 가서…막걸리 있는거 가지고 올게….”


“알았어요…빨리…갔다 올께요…”


아낙들이 흩어져서 맡은 재료를 가지러 가고 진우와 우두커니 남겨진 현우는 오후의 수고를 말 못하고 빼앗긴게 서운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여가가 없이 생활하는 아낙들을 보자 마음이 약해져버린 이유를 생각했다.


장정들이 있었으면 가끔씩 추렴을 하여 간간히 즐길 수 있는 여흥이겠지만 한동안을 눈 돌릴 새 없이 지내던 아낙들을 보자 측은해 지는 마음에 양보를 하게 된 것 같고 자신도 하루종일 고단한 노동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겠기에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줄려는 생각으로 물고기들을 양보했다고 생각하며 자조의 미소를 떠올린다.


아직도 서운한 마음이 남아있는지 진우가 투덜대며 투정을 부린다.


“에이…괜히…아줌마들..때문에…씨이….”


“후후후…진우야…섭섭하니…??..”


“쬐끔…형아는…억울…안해..??…”


“억울…??….후후후…아니…오히려…맘이…편하다….”


“왜….??..”


“어차피…형아는 매운탕 못 끓이고…고기…굽는법도..아직..몰라서…니들에게 맛없는 거 먹이는 것보다는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치이…그냥…구우면…되는데…”


“하하하…다음에 낚시도 하고…가재도 잡으면서 재미있게 놀자…”


“알았어…난..만수네 집에…놀러갈래…괜찮지..??”


“알았어…대신…어둡기전에..들어가야 한다…알았지,….??.”


“응…알았어…”


진우가 언덕빼기를 올라 나는듯이 마을로 달려가고 바위위로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현우의 뒤로 대나무 소쿠리를 진 아낙이 다가온다.


“에효…간만에 맛난것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현우가 일어서서 소쿠리를 받아서 바닥으로 내려놓고 아낙을 쳐다보았다.


영희엄마라고 불렸던 아낙이었고 양념을 맡아서 가져오기로 했는데 제일 먼저 도착을 해서 


추렴을 위한 준비를 한다.


많이 해본듯 아낙은 양념통에서 여러가지 재료들을 섞어가고 물동이안의 고기를 걸러내어 소금으로 간한 물에 고기들을 채워 넣고 바위위의 현우를 보고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호호호…총각덕분에 오늘 맛난 것 먹게 됐네요…”


햇볕에 그을린 피부에 윤기가 흘렀지만 얼굴 군데군데 검붉은 자욱들이 보여져서 고생이 많았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남편들이 있었을 때 추렴하던 얘기를 하며 간만에 느끼는 즐거움이라며 어색함도 없이 얘기를 해대고 한아름 가득 채소를 챙긴 채 현우와 영희엄마 사이로 성수엄마가 훼방을 놓듯 끼여든다.


“무슨얘기들을 그리…재밌게들 하시나…혹시…무슨사이..아니야…??”


“에이구…성님도….호호호” 


영희엄마가 성수엄마의 채소를 받아가며 눈을 흘기며 웃음을 터트리고 미소짓는 현우를 바라보는 성수엄마의 눈속으로 따뜻함이 어리며 야릇한 둘만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내색은 못하겠지만 비밀스런 관계로 어느덧 친숙함을 자연스레 느끼며 반갑다는 듯 눈인사가 교환되고 영희엄마의 곁으로 다가간 채 채소를 다듬으며 시작될 만찬이 즐거운지 수다를 떨어대기 시작한다.


아직도 따가운 햇살은 현우의 머리위에 머문 채 그들의 즐거움을 시기하 듯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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