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을 내다보는 듯 하더니, 어느새 고개를 돌리고선 또 뒷편의 갤리 쪽을 바라본다.
돌아볼만한 일도 없는 듯 한데 말이다.
그녀는 잠시도 안절부절 못하는 듯 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왜 저러는지 대충 짐작은 간다.
그녀의 다소 피곤해 보이는 듯한 얼굴을 보니 짐작이 간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그녀의 고개가 서서히 숙여진다.
어느 새 눈이 감겨 있다.
이윽고....가끔씩 고개를 아래로 떨구어가며…졸고 있다.
아주 살며시.....코~ 잠들어 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피식~하고 미소가 지어졌다.
안쓰럽기도 하다.
어느 직업이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항공사 승무원이란 직업도 무시 못할만큼 피곤하다.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시차에도 적응해야 한다.
나는 잠든 그녀를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매우 아름다운 아가씨다.
무엇보다 남자들의 시선을 한눈에 확~! 끌만큼 깨끗하게 생긴 마스크가 눈에 띈다.
웃을 때 양볼에 살짝 보이는 귀여운 보조개,
그리고 언제나 다소 수줍음을 머금고 있는 듯한 표정이 귀여웠다.
어떤 남자라도 그녀를 처음 보면 깨끗하고 하얀 이미지, 보조개, 수줍은 듯한 표정에 끌릴 것이다.
조금 전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니만, 사실은 몹시 피곤했었나 보다.
조그마한 얼굴, 조금 전에 일어나 있을 때 보니 170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큰 키에 몸매도 예뻤다.
유니폼 속에 감춰졌지만 그 볼륨이 뚜렷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행동할 때 결코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코 매우 오랜 경력을 지닌 베테랑 승무원은 아닌데 말이다.
틀림없이 평상시에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나름대로 몹시 신경쓰는 성격일 것이다.
그녀의 고개가 흠칫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내 눈과 그녀의 눈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그녀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면서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마치 “뭘 그렇게 쳐다보시죠? 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라며
애써 자신이 조금 전 졸았던 사실을 감추려고 애쓰는 듯이 말이다.
그러더니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쑥쓰러웠을 것이다.
쑥스러워서 애써 강한 부정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순간 그런 그녀가 약간 당돌하다고 느껴지면서도 귀여웠다.
그런데....아주 잠시 후에....
창 밖에서 다시 시선을 옮겨 천장 쪽을 애써 응시하고 있던 그녀의 눈빛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르르 풀리고 있었다.
자기자신은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정신이 피곤한 육체를 컨트롤 하질 못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녀의 눈이 스르르 풀린 다음 순간,
그녀의 눈이 한번 반항이라도 시도하듯이
흰자위를 살짝 드러내며 까뒤집힌다.
그러더니 이윽고 다시 눈이 감겨버리며 고개가 조금씩 숙여져갔다.
순간 딱한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이 피곤한가 보구나, 웬만해선 저러지 않는데....”
졸고있는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무척 편안할 것이다.
나는 계속 그녀의 숙여진 얼굴을....
그리고 그녀의 몸매를 담담히 바라보고 있다.
또 잠시 후...
그녀의 고개가 다시 서서히 위로 올라온다.
한순간, 이번에는 조금전보단 천천히 눈을 뜬다.
서서히 의식이 깨어난 그녀....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이 또다시 고개를 번쩍 들고는 눈이 내 눈과 마주친다.
난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은 무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당황해서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두 번이나 조는 모습을 정면의 승객에게 보여버렸으니 몹시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붉어진 그녀의 얼굴....
고개를 떨구었다가 다시 통로 쪽으로 돌린다.
그녀의 옆 얼굴과 새빨개진 귀....
당혹감과 쑥스러움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에서 열이 나고 있을 것이다.
쑥스러워하며 순간적으로 이맛살을 찌푸리는 그녀,
또다시 귀여운 보조개가 살짝 드러난다.
그러다 눈을 다시 돌려 귀여운 눈망울로 나를 흘끔 쳐다본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내 입모양이 그녀에게 묻고있다.
“피곤하구나....?”
내 입모양을 정확하게 파악한 그녀....
아주 순간적으로 갑자기 눈물을 떨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어리광을 부리듯....하소연이라도 하듯....그렇게 말이다.
자기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다.
순간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느낀듯이
또다시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깨어나 있는 그녀의 모습....
작고 예쁜 계란형의 얼굴....
날씬한 몸매,
긴 하체,
얼굴, 팔, 손, 다리.....
드러난 부위들의 살결이 희고 곱다.
흰 손목에 차고있는 시계가 잘 어울린다.
앙증맞은 귀걸이와 메이크업....
세련된 아이다.
그녀의 모습이 육감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여느 때처럼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넌 나와 섹스를 하게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