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받을 땅이라면, 아예 사지도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하며 지서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곤 그냥 베어버리라고 해서 그 말에 따른 것이다.지서장은 투자에만 관심을 두었지 농사엔 취미가 없는 양반이다.
그래서 종 현에게 심고 싶은 작물이 있으면 심어보라고 해서 며칠 학교를 빠지고 열심히 심었다.그러는 사이 시간은 75년 6월 중반을 넘어가고 있었다.아지 메~ 지 왔 심 더.. 어서 온 나~ 응? 그란 데 너 그 엄마는??"아지 메 오늘은 엄마가 못 나올 것 같 심 더...
와? 어데 아 푸나? 예.. 요즘 신경을 마이 쓰가 그란 지 몸살 끼가 좀 있다 꼬 카 네 예..."하 긴... 저번에 너 그 집 땅 팔아가 읍내 꺼 사는 기 걱정이 되는지 마이 신경 쓰디 마...차라리 잘 됐다. 작년에도 제대로 한번 쉬지도 못했는데 이번 참에 한 주일 쉬라 카 거라..
작년에 다른 아줌마들은 휴가 때 쉬었는데, 너 그 엄마는 쉬지도 않았다 아이가...
작년에 엄마는 다른 아줌마들이 휴가를 챙겨 먹을 때도 억척스레 일을 했다 아이가...
그 말을 하며 지서장 아내는 식당 안을 휘휘 살펴본다.여서는 이야기하기 좀 그 러 이 끼 네... 물건 내리고 난 뒤에 뒷방에 좀 따라 와 보거라..지서장 아내는 긴히 할 말이 있는지 종 현에게 얼른 납품할 물건을 내리 게하곤 자신이 먼저 식당 뒤편에 있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주로 아줌마들이 쉬는 시간에 이용하는 방 겸 단체손님 전용 방이다.
안거라.. 추어탕 한 그릇 퍼가 갖다 났 으 끼네 일단 좀 먹 거라.. 예..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추어탕을 한 숟가락 가득 퍼 넣는 종 현을 물 끄 러 미 바라보았다.
지서장 아내는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자신의 아들이 생각나는지 겉 저리 김치를 길게 찢어주며 살갑게 군다.우리 지서장님한테 이야기 들 었 제?... 아마 올해 말쯤에 우리 둘이 잠시 여기를 떠나 있을 끼라...
그 때 니 하고 너 엄마한테 식당 맡기고 간 다 꼬... 예. 듣긴 들었는데... 아지 메가 맡겨주셔야 맡는 기지 예...비록 식당이 지서장 앞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운영은 지서장 아내가 하고 있으니 최종 결정권자는 지서장 아내인 셈이다.
그러기에 종 현은 눈치를 살피며 아부를 한다.니 도 아부 할 줄 알 았 디나... 호호호... 지서장님이 그 라 자 카마 내야 따라가는 사람인데 그라지 마라.
몸에 닭살 돋는다... 호호호... 풋 하하하...
지서장 아내가 몸을 꼬면서 익살을 떨자 크게 웃음이 나는 것이 아닌데도 종 현이 맞장구를 치며 한껏 웃어 제 낀다.
종 현 이가 세상 바로 살고 있 구 만...혹시나 니 도 읍내에 땅 샀 는 거 걱정 하 까 봐, 내가 쪼매마 말해 주 꾸마지 서장님은 자연히 알게 될 끼라 꼬 캤다만...
너 그 엄마가 걱정 때문에 몸살까지 났다 카이 끼 네...
나중에 너 그 엄마한테도 말해주거레이.. 응?? 저... 그거는...
종 현은 지서장이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은 이유가 엄밀히 말하자면 개발정보를 빼내어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기에...
그러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기에 굳이 듣기를 원하지 않았다.괜찮다. 니 나 너 그 엄마는 입이 무거워가 다른 사람한테 말할 사람도 아이고...또, 나중에 우리가 잠시 동안 식당도 맡길 사람인데 뭐...
원래 개발되는 땅보다는 길목 막는 땅이 더 좋은 땅 인기라..
우리가 어 불 러 가 산 땅 있 제... 그 기 개발 예정 지역 바로 앞에 위치한 기라 카더라...예... 굳이 말해주겠다는 데야 종 현이 귀를 막고 안 들을 이유는 없다.
그런 종 현을 바라보며 지서장 아내는 내친김에 말을 덧붙인다.그래 좋은 정보를 알면서 와 굳이 니 하고 같이 투자했는지 궁금 하 제??사실 그 기 제일 궁금 했 심 더...종 현도 그 점이 제일 궁금했던지라 얼른 되묻는다.
다른 사람한테는 말 안 했던 긴데.. 사실 내한테는 신 끼가 있 데이.. 예?
신 끼? 무당 신 내림 말 입니 꺼? 와? 무섭나? 호호호...무서운 거는 아이고 예... 사실 지는 그런 거 안 믿는 사람이라서...하기는.. 그런 이야기는 귀신 신 나락 까 묵는 소리지...
그냥 예감이 잘 들어맞는 사람이라 꼬 카 꾸 마... 6.25 때 내가 우 째 살아남았는지는 들 었 디 나?예. 저번에 지서장님이 임신초기라서...
아지 메가 신경이 예민해가 먼저 피난 갔다 꼬 들 었 심 더...그래... 그란 데 그 기 단순히 임신 때문에 예민해서만은 아이다...
그 전부터 안 좋은 일이 생길 꺼 같으마 항상 몸이 먼저 안 좋아지는 기 라그 래 서 온 가족들하고 같이 갈라 캤는데...
그때는 내 한 테 그런 신 끼가 있다 꼬 말도 못했던 때라서, 억지로 우길 수도 없었다. 지서장 아내의 말은 그 당시 자신이 신 끼가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간 아마 집에서 쫓겨났을 거란 말이었다.
또 완전히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그래서 다른 가족들에게 적극 적으 로 피난을 권유하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안 좋은 예감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듯하다.그때... 집에서 쫓기 나더라도... 우겨서라도 같이 피난을 갔어야 되는데...
그 기 항상 지서장님한테 미안한 긴 기라...그 기 우 째 아지 메 잘못 입니 꺼 다 그 분들 운명 이지 예...종 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서장 아내가 지서장에게 애착을 갖게 된 연유를 추론해 낼 수 있었다.
아마 지서장 가족을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지서장에게 한명의 아들 이외에 다른 자식을 안겨주지 못했다는 복합적인 죄책감으로 인해 그리된 듯 했다.이번에도 땅을 우리 혼자서 살라 카이 끼 네.. 안 좋은 예감이 들 더 라 꼬..그래가 주위를 살피 보이 끼 네 니 가 눈에 띄는 기라...
니 하고 같이 어불 러가 사는 걸로 하고 나이 끼 네 그런 안 좋던 예감이 마냥 좋은 걸로 나오는 거 있 제...
종 현은 속으로 지서장 아내에게 그건 다 개 소립 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믿었다.
수 십 년을 살았던 사람에게 굳이 그런 말을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할 순 없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말도 아닌 바에야 묵묵히 듣고 있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란 생각을 하며 상위에 놓인 수저만 꼼지락 거리며 만지고 있다.아마.. 니 한 테는 억 시기 운 좋은 기운이 들어있는 갑 더 라...
남의 운까지 바꿀 만큼 그라고.. 지서장님이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거는 니 도 알제??"예전부터 그런 거 같기는 하던데....사실 아직은 지가 어려서 그런지.. 잘은 모르 겠 심 더...죄송 합 니 더..종 현은 지서장 아내의 말에 그냥 동조만 해 주려다가 성격상 아부가 몸에 배지 않았는지 속에 든 말을 그냥 흘려버린다.그거야 니 가 죄송할 꺼 는 없고... 뭐.. 같이 지서장님하고 살아오면서...
내가 예감으로 미래를 맞춘 다 카마....
지서장님은 사람 보는 눈으로 미래를 맞추는 걸 알았 데 이!종 현은 그게 사실이라면 부창부수라는 말이 아마 지서장 부부를 이름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오늘 와 이래 니 한 테 이런 말까지 하는 줄 모르 겠 제?예... 사실.. 좀 얼 떨 떨 하 네 예...오늘 니 한 테 한 가지 다짐 받을 끼 있어가 그란다. 예? 다짐 이라 카마.. 무슨...
읍내에 산 땅을 우리 아들 명의로 한 거는 나중에 유산으로 남겨주는 거 보다는 지금 주는 기 나을 거 같아서기도 하지만 니 하고 우리 아들하고 인연을 맺어줄 라 꼬 그랬다.
우리야 이제 앞으로 살날보다 산 날이 더 많으 끼네, 니 한 테 바라는 거는 없다만 우리 아들은 니 운이 필요할 때도 있을 끼라...사실 지서장 아내의 말을 들어 면서도 신 끼니 예감이니, 운이니 따위를 전혀 믿지 않는 종 현에겐 큰 감흥이 없었다.
단지 그렇게 믿고 있는 지서장 아내의 기분을 맞추어주고 있을 뿐이다.
나중에 우리 아들이 어려울 때 한번 도와 달라 꼬니 한 테 다짐받고 싶은 기라..솔직히 아지 메가 이야기하시는 운이니 신 끼니 하는 말을 믿는 거는 아이지만 사람이 은혜를 받 았 으 마 두 배로 갚는 다 꼬 캅 디 더...
제가 나중에 얼매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 겠 십니 더만, 제가 잘 되마 이 은혜는 꼭 갚 으 끼 예~그래~ 그거 마 됐다~ 괜히 이상한 말해가 마음 상한 거는 아이 제?"
큭 큭 큭... 아지 메가 무 섭 심 더~
그래? 니 가 약속한 거 안 지 키 마 내가 신 내림 받아가 니 지옥에 보낼 끼 구 마~ 호호호...사람의 운명이란 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 믿는 종 현이기에 지서장 아내의 어찌 보면 섬뜩하기도 한 이야기를 했다.
한 귀로 흘려버리고 익살스럽게 말하자 지서장 아내도 그런 종 현에게 같이 장난 스 레 말한다.아지 메, 오 셨 십 니 꺼~
(경상도에선 아지 메라는 단어가 형수를 지칭할 때도, 백모나 숙모를 지칭할 때도, 이웃집 아줌마를 지칭할 때도 쓰이는 등, 그 뜻이 여러 가지다.)수업을 마치고 엄마가 아픈 게 걱정이 되었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집에 돌아온 종 현은 의외로 생생한 엄마가 칠촌 숙모뻘 되는 의성 아지 메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곤 얼른 인사 한다.니 는 하루가 다르게 이래 빨리 커 노~ 이제 총각이 다 됐 네~매일은 아니더라도 한 마을에 사는 탓에 자주 보는 종 현 이를 보며 오랜만에 본 것처럼 종 현의 인사를 받는 의성 아지 메이다.
사실 의성 아지 메는 엄마의 바로 옆 동네에서 자란, 엄마와는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다. 그러다가 엄마가 이곳으로 오자 한동안 헤어져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칠촌 아제와 연이 닿아 시집온 탓에 다시 인연이 시작된 어찌 보면 엄마와는 질긴 연을 가진 분이었다.엄마보다는 한 살이 어리지만 촌의 동네 친구들이 다 그렇듯 허물없는 또래 친구사이인 셈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옆에 있을 때는 형님 동서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