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 힘들겠군!..." 토요일 오후. 아침부터 촉촉이 봄을 재촉하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멈출 만도 한데 나의 걱정엔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그것은 끈질기게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 회사의 상 황과도 같아서 입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퇴근 시간 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한파로 판매가 부진 하자, 대책 회 의다뭐다로 퇴근 시간이 끈질기게 늘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혜숙이가 몹시 기다리겠어..." 나는 집사람인 혜숙이의 귀엽고 예쁜 얼굴이 떠오르자 하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결혼한지 두 달밖에 안된 신혼인 까닭인데다가 요즘 집사람이 달거리를 하는 바람에 신혼에서 가장 주요한 행사를 요 며칠 잠깐 거르고 있었 는데, 오늘 아침에야 그것이 끝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밤 혜 숙이의 도톰한 입술 사이로 자지러질 듯 새어나오는 생생한 신 음 소리를 들을 것을 상상하자 힘이 들어간 그것이 꿈틀대기 시 작했다. "박대리님! 댁에서 전화예요." 나는 딱딱하게 발기되어 대책 없이 대가리를 밀고 바짓가랑이 사이로 뜨겁게 길을 내고 있는 그것을, 바지춤에 손을 넣어 작크 선을 따라 세워 놓고 성질이 죽을 때까지 얌전히 있으라고 벨트 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온 거였다. 이것을 이심 전심, 텔레파시가 통했다라고 하던가? 지금쯤 혜숙이도 나를 생 각하며 팬티 속에 손을 넣고 있을까? "응...나야." "...흑흑...자...자기...흑흑..." 나는 기분 좋게, 곧 갈 거라고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집사람의 흐느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왜 그래?...무슨 일이야...?" "...흑흑...무...무서워요...흑흑..." " 이...이봐...진정해..그리고 차분히 말을 해봐, 응?" "흑흑...비...비도 오고 해서...잠깐 잠을 자고 있었는데...그 만..." "...그..그만 이라니...?" "나...나쁜 사람이...들어와서..." "뭐야?!...그..그럼...강도가...?!" "흑흑...무...무서워요..." "알았어. 내 곧 가지. 걱정 말고 있어..." 나는 사무실 안 여기저기에서 황당한 시선이 집중됨을 느끼며 황급히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허겁지겁 주차장에서 자가용을 몰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비가 오는데다가 퇴근 시간과 맞물려 길은 정체가 극심했다. 나는 발만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 다. 집사람 혼자 있는데 강도가 침입했다. 집에서 뭘 가져갔을 까? 귀중품만 가지고 갔을까?...그랬으면 좋을 텐데... 한 놈이 왔을까? 두 놈이 왔을까? 아니면...?...나는 걷잡을 수 없이 많 은 생각들이 머리에서 빙빙 돌았다. 그 바람에 나는 정신이 없어 앞차가 서는 줄도 모르고 운전을 하다가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기를 되풀이하는 거였다. 그래서 진정을 풀려고 심호흡을 크 게 하고는 중얼거렸다. 이럴 수록 침착해야 돼. 침착 하자. 침착 하자. 나는 속으로 수도 없이 침착 하자는 말을 되풀이하고 운전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그것이 도움이 됐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드디어 초조와 긴장으로 얼룩진 길고 긴 시간이 지나가 고 마침내 집에 도착을 했다. 나는 우산도 안 쓰고 집으로 뛰었 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전세방으로, 다세대로 지어진 2층이었 는데 집을 질 때부터 신혼 부부를 대상으로 세를 주기 위해 설 계했기 때문에 그 이층은 따로이 대문이 있어서 독채와 다름없 이 사생활의 보호를 받을 수가 있었으나 그 점 때문에 건물 구 석진 곳에 현관 입구가 위치해 있어 위험하기도 했다. 특히 이 렇게 비가 오는 칙칙한 날에는 우산을 쓰고 범행을 하기가 좋지. 그런데 내가 왜 그런 것을 훤히 알고 있을까...? 내가 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와 반쯤 열려 있는 현관문을 밀고 들어서자, 집 안에는 집사람이 넋이 나가서 내가 들어 온 지도 모르고 하염없 이 흐느끼고 있었는데 몰골로 봐서 내가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한 많은 생각 중에서 나쁜 것만이 맞았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 는 현기증이 몰려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서랍이란 서랍은 다 뒤집혀 있고 혜숙이는 옷가지가 풀어헤쳐져 있었으며 방안 여 기저기 널려진 속옷에는 누리끼리한 얼룩이 져저 있었고 유한락 스 냄새가 심하게 났다. 그리고 바닥에 이리저리 각기 다른 발자 국이 어지럽게 나 있었다. 당연히 한 놈이 침입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런, 개...개새끼들...집승만도 못한...개새끼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욕설만 터트렸다. 그러나 무참하게 여러 놈에게 당해 넋이 나간 혜숙이를 보고 있으니, 너무도 가 련하단 생각이 들어서 나는 벌떡 일어나 방안을 정돈을 하기 시 작했다. 방안이 어느 정도 정돈이 되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정신이 없어 흐느끼고 있는 혜숙이를 부축해 침대에 데 리고 가 눕혔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였 다. 인과 응보라는 것이 이런 경우일까? 그래, 죄를 짓고도 마냥 행복하기만을 바랐단 말인가?...내가 도대체 누구를 욕할 수 있단 말인가? 특히 강간범을...강간범?...그랬다. 나는...나는...과 거에 강간범...그것도 상습 강간범 이였던 거였다. 나의 이름은 박일수다. 직업은 H자동차 영업 사원이고 30세이 며 평범한 얼굴에 자그만 키와 외소한 몸집을 하고 있고 내성적 인 성격인데다가 말수가 적어 세일즈맨으로서는 빵점이었으나 열심히 몸으로 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실적은 좋은 편이다. 그 리고 집사람은 김혜숙, 나에겐 과분할 정도로 예쁜 얼굴에 관능 적인 몸매를 갖고 있고 나와 나이 차도 있는 23세이다. 나와는 자동차를 사고 팔고 하다가 어찌 어찌한 인연이 되어 나에게 시 집을 오게 되었다. 그 사실은 지금도 생각하면 믿어지지가 않는 다. 나는 결혼 전 여자 경험이 조금 있었다. 조금이라니...우 습군!... 어쨌든, 나는 결혼 초야를 치르면서 정말 집사람의 깨끗한 순 결성에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의 과거의 죄를 생각하 면 그것은 너무도 큰 축복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 다시는 죄를 짓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다. 다시는...그런데...그런데... 그 죄의 대가를 혜숙이가 받다니... 그랬다. 나의 죄는 강간죄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심약하고 주 위에서 착하고 성실하단 소릴 듣는 내가 강간, 그것도 상습적인 강간범이 였을까? 지금부터 그 기막힌 사연을 참회로써 고백할까 한다. 그것의 계기는 바로 7년 전 내가 군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 자대배치를 받고 나는 그 당시 상병이었던 조작두 상병을 만나게 된다. 인생에는 많은 만남이라는 것이 왔다 간 다. 좋은 만남 과 나쁜 만남, 그 중에 후자의 것을 악연이라고 하는데 나쁜 만남은 대부분 필연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되기 때문이리라. 조작두! 그와의 만남은 악연이었다. 그의 정체 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의 이름의 숨은 뜻도 터득하게 된다. 조작두, 작두가 영어로 카터기 이므로 조카터가 된다. 조작두! 조카터 같은 놈! 내가 씻지 못할 죄를 지게 된 것도 그에게 전염 되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도 전염이 되는 것일까? 그러나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를 달리 설명할 수도 없다. 나는 그에게 전염된 것이다. 그 것이 전염되어 내가 강간 범이 되기까지의 첫발을 떼게 된 것은 그와 함께 야간 경계를 서고부터였다. 그는 나와 비슷한 체격에 평소 무난한 사람이었는 데 근무만 같이 서면 섹스 얘기를 해 달라는 거였다. 섹스 얘 기라니... 나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주변머리가 없던 나여서 그때까지 섹스 경험이라면 입영 전야에 창녀촌에서 총각 딱지를 뗀 것이 전부였기 때문 이였다. 그것도 혼미한 상태 에서 얼떨결에 치러 버렸기 때문에 섹스 얘기 거리가 될 턱이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머뭇거리다가 조인트를 몇 대 맞은 내가 그때 상황을 두서없이 더듬더듬 늘어놓자, 조상 병은 역시 생각대로 배실 배실 웃는 거였다. "짜식...싱겁긴... 박이병!" "넷! 이병 박일수!" "너, 그렇게 허겁지겁 처먹다가 구멍도 제대로 못 봤지?" "네...에...구멍이라니요?" "그래. 짜사. 그거, 여자 그거 말이야." "녜?!" "놀라는 척 하긴...내가 그것을 처음 본 얘기를 해줄까? " "......" 나는 그의 갑작스런 제의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대라 는 곳이 여러 잡종이 모이는 곳이고 군인 정신이란 것도 그런 제각각의 인간들이 돌기 직전까지 가게 하는 정신임을 훈련소에 서부터 몸소 체험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인간, 특히 고참의 제의라 는 것의 갈피를 잡기가 애매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잘못 잡으면 조인트가 날아오는 경우가 다반사라. 나는 아무말도 못하 고 멍청한 듯 입만 헤 벌리고 있으니깐 조상병이 말을 이었다. "짜식...입 벌어지긴...잘 들어. 나으...X지구멍 어드벤쳐를.." 조 상병은 말을 끊고 혀로 입술을 한번 빠르게 핥더니 말을 이 었다. "내가 고2 때였어. 그때는 성욕이 하늘을 찌르던 때이기도 했 지. 애들이 점심때만 되면 플레이보이 지를 갖고 와서 자랑삼아 돌려보던 때였지. 나는 그 잡지의 중간쯤에 위아래 쪽에 한 장씩 접혀 있어서 펼치면 달력만 해지는 커다란 지면에 알몸으로 다 리를 쫘악 벌리고 섹시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양 년의 미끈 한 몸매에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갑자기 궁금증이 발동하는 거 야." "그...그게 뭔데요?" "그게 뭐냐면 말이야...그 봉긋하게 튀어나온 음부에 코에다 가 문대면 금방이라도 재채기가 나올 것 같이 생생하고 보송보 송한 털이 그년 머리털 같이 전부 노랗더란 말이야?...그런데 궁 금한 것은 그것이 아니고, 우리 집 앞집에 신혼 부부가 살았는 데 그 여자의 그것도 내 것처럼 시커멀까? 라는 의문이 들더군! 히히...사실은 그게 아니고 실제로 그 여자의 그것을 눈에 가까 이 대고 확실히 보고 싶었다는 거지." "...꿀꺽!..." 조상병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데 나는 침만 삼키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실제로 그것을 본 적이 없었거든?" "...꿀꺽!..." 이상하다 왜 이런 소릴 들으면 긴장이 되어 몸이 굳고, 입안에 침이 빨리 고이는 걸까? "사실 걔들이 하는 거는 많이 봤어. 앞집의 침실 창문이 우리 집과 얕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고 우리 집은 구식이라 마당에도 화장실이 있었는데 밤이면, 특히 토요일 밤에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죽때리고 있지. 그러다가 밤이 으슥해지면 화장실 위의 장독대로 살금살금 올라가지. 그리고 장독 사이로 몸을 숙 이고 보면은 앞집 침실의 4분지1 쯤 열려진 창으로 그들이 한 참 열내는 거가 보였지... 아쉽게도 중요한 아랫도리의 움직임은 보이지가 않았지만...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