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26세. 대졸. 군필. 그리고 백수.. 이게 나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기 전만 해도 나는 꿈에 부푼 젊은 청년이었는데.. 이제 내 귓가에 들려오는 건 가족의 잔소리, 그리고 가끔 만나는 친구들의 걱정같은 야유다. 원래 모난 성격은 아니었지만 살아오며 내 성격은 음울해지고, 어두워지고, 결국엔 이렇게 자살 계획까지 세우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었다. 어제 난 장장 아홉 페이지에 달하는 긴 유서를 써놓고 내 방 행거에 넥타이를 매달았다. 의자를 발로 차기 직전, 너무나도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내가 동정이라는 것. 망할 사회는 나에게 섹스의 쾌락을 단 한번도 느끼게 해주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땐 공부로, 대학 들어와선 아르바이트 삼매경, 백수가 된 지금은 어느 여자도 나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아니, 자세히 말하면 만날 기회조차 없다는게 맞는 말이겠지.. 결론이 거기까지 든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차피 죽을건데 뭐 어떤가. 이왕이면 닳고닳은 술집 년보다 이제 막 무르익기 시작하는 고딩년을 하나 따먹어야겠다. 나는 넥타이를 푸르고 의자에서 내려와서 여고딩이 나오는 동영상을 보며 딸딸이를 쳤다. 다음날, 아침일찍 일어난 나는 여고딩을 잡을만 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장소는 한강시민공원. 오늘은 마침 토요일, 그것도 토요 휴업일이었다. 아침부터 무서운 줄 모르고 나다니는 여고생을 따먹어주리라. 하며 장비를 챙겼다. 칼 한자루. 그리고 얼굴을 가려줄 모자를 푹 눌러썼다. 공원에 도착하니 한시정도 되었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곳엔 커플들,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맘같아선 모두 납치해 섹스 노예로 부려먹고 싶었지만 오늘 나의 목표는 예쁘장한 여고생. 교복을 안 입고어서 그런지 누가 여고생인지 어른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얼굴에 어린 티가 나는 년이면 곧바로 끌고가기로 했다. 10분동안 주위를 물색하던 중 내 눈에 들어온 한 여자가 있었다. 고 1~2정도 됐으려나? 뽀얀 얼굴에 요즘애들 답지않게 화장도 안한 얼굴같았다. 친구들이 잠깐 음료수를 사러 갔을 때 나는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녀가 앉아있는 벤치는 한강의 모습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자리였는데 뒤에서 덮치려던 나는 반짝이는 강물에 그만 후회스러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제발 뒤를 돌아보지 않길 바라며 나는 얼굴을 가리고 반대편으로 뛰어왔다. 그런 더러운 과거가 있는 저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한 중소기업의 사장님이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