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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잇찌?
야설닷컴 0 30,368 05.24 11:03

야설:아침,


남편의 출근 준비에 한참 바쁜 시간... 식탁에 앉은 올해 열 살 짜리 아들이


이런 말로 내 치마를 움켜잡는다.


“ 엄마 있찌? 아침에 일어나면 고추가 선다! ” 자랑처럼 내뱉는 아이의 말...


“ 오줌 마려워 그렇잖아! 그럼 얼른 일어나 오줌 눠야지! ”


“ 그런데 오줌 안 나와! 한참 서 있어도 안 나오잖아...? ”


저 안에서


“ 양말 어딨어? 넥타이는 또 어디에 있는 거야? ” 며 깝쳐대는 남편의 말소리가 들린다.


“ 거기 있잖아요! 양말은 양말 통에... 넥타이는 장롱 왼쪽걸이에... 맨날 그 자리 있는 데도 우째 맨날 아침마다 찾는 데요? ”


“ 좀 찾아주면 어디 덧나나? 맨날 집에서 노는 사람이...! ”


집에서 노는 사람이란 말에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지만 아침이라 참는다.


치마를 휘감아 잡은 아이를 뿌리치고 안방으로 달려들어가 양말 통을 엎어 거기서 하나 집어 펴주고 넥타이를 팔에 걸고 서 있노라면 시계를 보며 허둥대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다.


“ 내일은 아침운동을 말든지 해야지 원... ”


지독히도 운동을 싫어하는 남편, 거기다 아침잠이 많은 남편을 구슬려 겨우 아침조깅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구실거리를 찾고 있다.


조깅은 뭐 자기 혼자 가나? 딴전 피울 거 같아 따라나서야 하는 처지다 보니 미리 일어나 밥을 해두지 않으면 몽땅 지각을 시킬 게 뻔해서 자기보다 한 시간은 더 먼저 일어난다는 걸 알기나 하는지, 원...


그래도 내 남편... 이 집안의 기둥!


와이셔츠 단추를 끼울 때 타이를 돌려 곱게 매준다.


그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울 속 한번 힐끗 보고는 도망치듯 달아나는 남편!


볼에 입술 한번 찍어주고 가면 어디 덧나나?


엉덩이 한번 슬쩍 두드려주면 손가락에 쥐난담?


큰 전쟁은 끝났고 또 작은 전쟁 둘이 남았다.


올해 고1인 큰애는 자기 방과 거실의 거울 앞을 벌써 몇 번이나 왔다갔다 난리다.


치마도 블라우스도 아닌 머리 매무새 다듬는 데에 아침기운을 다 빼고 있다.


나도 저 때 저랬던가? 보고 있자니 짜증이 돋는다.


“ 야, 현주야! 그래서 엄마 손거울 네 방에 넣어 놓았잖아! ”


“ 엄마는 사람 볼 때 머리만 봐? 얼굴도 보고 옷도 보고 몸 전체와 맞춰서 보지! ”


“ 그러다 버스 놓치면 어쩌려고 그래? ”


“ 버스야 놓쳐도 또 기다리면 되지만, 사람은 또 온다는 보장이 없잖아? ”


“ 너 혹시 남자친구 생겼니? ”


“ 없으니까 이러지... ”


이제 큰방까지 들어와 엄마가 쓰는 고대기를 들었다 놨다 번잡다.


아우 정말 왕 짜증이다.


그래, 네 년이야 학교를 가든 말든 엄마도 모르겠다! 하고 돌아서서 식탁을 보는데 이번엔 작은놈이 없다.


벌써 밥을 다 먹었나? 밥그릇이 그대로다.


그 애 방에 들어가 보는데 거기도 없다.


고작 애 둘에 이 난리를 치르면 줄줄이 일곱을 키운 엄마 아버지는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직하다. 그럼에도 내 머리 속에는 그렇게 번잡스러운 기억이 없다.


바람 불면 마당의 낙엽이 저절로 치워지듯 그렇게 다들 절로 자란 거 같다.


작은애 방을 돌아 나오는데 화장실 문이 빼꼼 열려 있어 거길 들여다보니 그곳에 떡 하니 작은놈이 서 있다. 뭘 하나 이놈은 또...?


“ 얘, 넌 또 뭣하니? 너도 어디 장식할 데가 있니? ”


변기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꼴이 거기 어디 화장을 하고있는 거 같다.


얼굴을 디밀고 보니 오줌을 못 눠 끙끙대고 있다.


“ 말했잖아! 선다고?? ” 짜증 찬 어투다.


“ 오줌이 꽉 찼구먼, 뭐... 천천히 눠! 조급하게 생각 말고... ”


그렇게 버려 두고 나오려는데 치마를 꾹 움켜잡는다.


“ 왜? ”


“ 옆에 있어 줘! ”


“ 왜 그래! 밤도 아닌데...? ”


“ 그래도... ”


하는 수 없다.


지켜보고 섰다.


고추를 쥐고 탈탈 털어도 주다가 윗배를 쌀쌀 쓰다듬어도 주다가...


고추가 끄떡끄떡... 나올 듯 말 듯 꼭 오늘 아침 날씨 같다.


어쩜 아침나절부터 한 바탕 소낙비를 퍼부을 것도 같은데...


“ 엄마 윗층 승기 형 있잖아? ”


승기라면 나이는 우리 큰애하고 동갑이지만 복중에 앓은 병으로 약간 자폐증상이 있는 아이다.


“ 승기가 왜? ”


“ 승기 형 고추에 털 많다! 아빠보다는 작지만... ”


“ 너도 좀 더 크면 그렇게 돼! 왜, 탐나니? ”


“ 탐나긴... 아침마다 머리 감는 것도 귀찮은 데 거기까지 어떻게 다 감아? ”


“ 승기는 아침마다 감는 데냐? ”


“ 응! 승기 형은 빗질까지 한데! ”


“ 뭐 빗질까지... 호호호... 깔깔깔깔 ”


그때 변기에 쭈루루 하고 오줌이 쏟아졌으므로 아일 세워두고 나왔다.


하여간 머시매들이란 저 별난 맛에 키운다니까... 낄낄낄낄


오줌을 다 눈 아이가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


나는 손 씻고 오라고 또 화장실로 쫓았다.


부리나케 손을 씻고 온 아이가 다시 별난 말을 깔아 놓는다.


“ 엄마 그거 알아? 남자 고추가 왼쪽으로 누워 있으면 자지, 오른쪽으로 누워있으면 우지! 그거...? ”


“ 하하하 승기가 그런 얘기까지 하데? ”


“ 이건 학교 형들이 그랬어! ”


“ 그래, 넌 어느 것이데? ”


“ 어떤 땐 자지, 어떤 땐 우지... 그런데 아까 오줌 나올 때 자세히 보니까 자지 같애! ”


얘기하느라 통 밥을 안 먹고 있어 내가 숟갈을 뺏어 떠 먹여준다.


얘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걸 보면 곧 사춘기가 시작되려나 보다 생각했다.


아이의 얘기가 재밌어보다 애가 얘길 하며 신나 하는 모습이 더 귀여워 또 물었다.


“ 그런데 또...? ”


“ 엄마 재밌지? ”


“ 그럼! ”


“ 그런데 누나는 하나도 재미없대! 요 꼬맹이가 하며 자꾸 쥐박기만 한단 말야! ”


“ 아직 어려 보여서 그렇겠지? 빨리 먹어! 늦겠다... ”


이제야 제 손으로 밥을 퍼먹기 시작하던 그 아이가 또 갑자기 무슨 말이 생각났는지 내 얼굴 앞으로 입술을 바짝 밀고 속삭이듯 이렇게 묻는 거였다.


“ 엄마! 엄마도 그랬어? ”


“ 뭘.............?? ”


“ 남자는 가르마를 타고, 여자는 머리를 땋아서 결혼한다는데... 엄마 아빠도 그랬냐고? ”


“ 응 그랬던 거 같애! 오래 돼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


“ 승기 형 말이 맞긴 맞구나...! ”


“ 또, 승기야? 무슨 말을 했는데...? ”


“ 난 고추에 털이 없어 가르마를 못 탈 거라 하잖아? 그래서 지금은 결혼할 수 없다고... ”


그때야 나는 박장대소하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을 진지하게 말하는 아이나, 진지하게 듣고 있었던 엄마나 똑 같을 거다.


이 아이가 한 해, 또는 또 한 해 더 커서 고추에 거웃이 거뭇거뭇해지면 저런 말 하라해도 안 할 거다.


아니, 못할 거다.


이 아이에게 이런 얘길 듣는 마지막일지 모른다.


밥을 비운 아이가 일어났다.


오늘따라 제 말을 곧이 들어줬다고 투정 없이 밥을 비우고 일어난 아이!


귀엽다!


대견하다!


쫄래쫄래 걸어 들어간 욕실로 따라가 양치를 시키고, 제 방으로 나와 아이 스스로 책가방을 챙기는 사이 옷을 갈아 입혀주는데 아침부터 팬티를 갈아 입히며 고추를 한번 더 본다.


아직 거웃은 한 올도 돋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만만하다.


거기다 뽀뽀라도 해주고픈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옷을 껴 올려준다.


아이는 모른다.


엄마가 얼마나 엉큼하고 수다스러워졌는지를...


책가방을 둘러맨 아이가 현관을 나설 때


눈썹 속에 몰래 키워온 거웃 하나가 빠져 달아나고 있었다.


저 하늘로...,


빵긋빵긋 헤헤거리는 별님들이 모두 눈을 가린 저 하늘을 향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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