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연인 - 3부 지금 무료로 즐겁게 감상하세요.

푸코의 연인 - 3부
최고관리자 0 28,767 2022.11.24 01:12
야설닷컴|야설-푸코의 연인 - 3부
지나가는 말로 들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성적 정체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난 내 정체성에 의심을 품어 본 적이 없었던가 반문해 봤다. 난 같은 젠더에게 자극된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기도 했고, 중학교 시절 나와 가장 친하던 친구가 나 이외의 다른 친구와 더 가깝게 지내는 것을 알았을 때 느낌이 아마 가장 동성에 대한 질투와 근접된 감정이었다고 깨달았지만, 그것은 성적 질투와는 별 관계가 없었던 것이라고 믿는다. 가끔 내 곁에 누워있던 어떤 여자에게 그 여자의 성적 정체성을 흔들어보고 같은 젠더에게 흥분을 느끼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물었던 적은 있지만, 그럴 때마다 그 여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고개를 젖고는 했으므로, 나도 가끔 외국 영화의 교도소 촬영 장면에 등장하는 동성애적 암시를 발견할 때마다 고개를 가로 젖고는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또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누구인가를 욕해본 적도 없다. 내게도 어떤 이들이 싫어할지도 모르는 성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반적인 성향의 페티즘이라 생각을 해도 어떤 이들에게는 변태로 취급될 수도 있으니깐, 꼭 그래서만도 아니고 모든 성적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평소의 생각이다. 그래도 내 앞에 앉아있는 어떤 사람이 그런 성향임을 내게 밝혔을 때, 내 호기심의 영역은 극도로 확장된 것이 당연하다. 호기심, 인간이니깐. “엄청난 자극인데요” “뭐가요?” “내 앞에 앉아있는 어떤 사람이 나와는 다른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사실이” “호기심이겠죠” “그래요. 부정하고 싶지는 않네요”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기분 나쁜 일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는 아닌 걸로 믿는데” “물론이죠. 그 호기심이 어떤 자극으로 전환하는 중이니깐, 조금의 호기심이 있더라도 용서할 아량도 그 쪽에는 있어 보이는데” “그런가요? 그렇게 생각하죠 뭐” “넓은 아량, 감사 드립니다. 하하” “웃지는 마세요, 그렇다고”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숨기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근데 조금 불공평하네요” “뭐가요?” “나는 자극을 받는데 그 쪽은 자극 하나 없다는 사실이” 나는 일부러 자극 하나 없다고 몰아붙였다. 정말 자극이 없다면 그 말에 무덤덤할 것이고, 아니라면 반응할 테니깐. “자극을 시켜보세요 그럼” 이 여자, 또 앞선다. 난 내 앞에서 앞서가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이 여자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내가 이 여자와 섹스를 하고 말고의 문제 이전에, 그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자극이라, 글쎄요, 지금 어떤 행동을 하기에는 장소도 그렇고, 뭘 어째야 좋을지 모르긴 하네요” “막상 하지도 못하면서 무슨. 호호” “놀리시네요. 놀림 받아 마땅한 놈이 됐나요?” “그렇죠” “어떤 자극에 민감하신지? 그럼 그 쪽으로 애써보지요” “어떤 자극? 다 가르쳐주면 재미 없지요” 주고 받는 게임이 돼 버렸다. 그냥 일상에서 만나는 여자라면 차라리 쉽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여자는 나보다 다양한 자극에 길들여진 여자다. 작은 자극은 큰 자극에 수렴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니, 수렴된 자극은 아무런 효용성이 없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지 말고 그냥 해볼까요?” “뭘요?” “섹스, 그냥 여기서 해볼까요?” “어떻게?” “장소가 걱정되나요? 아님 첨 보는 남자라서?” “내키지 않네요, 별로” “이유가 뭔데요?” “글쎄. 별로네요” “네, 그러시군요” 더 나갈 데가 없는 잔교가 끊어진 절벽 앞에 선 느낌이다. 나갈 길이 없다. 이젠 물러설 때다. 더 이상 집착하는 것은 추해질 뿐이다.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믿겨지실지는 모르지만” “뭐가요?” “이렇게 함 하자고 밑도 끝도 없이 들이대보기는” “하자면 할 줄 아셨어요? 그럼?”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제가 좀 흥분했었나 보네요” “제가 섹스에 환장한 여자로 보이셨나요?” “기분 나쁘셨군요. 그런 말까지 하는 걸 보니” “좋지는 않은 일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 하셨다면 미안합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고요” “다른 뜻도 있나요?” “제 경험치보다 그 쪽의 경험치가 훨씬 더 강했으니깐.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범위는 뛰어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랬다고 이해해 주세요” “그랬나요? 경험치가 강하다고 해서 뭐든 다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예요” “인정합니다. 제가 잘못한 거” “그렇게까지 정색할 필요는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가요? 정색은 제가 먼저 한 게 아니고 그 쪽에서 먼저 했는데요” “뭐 저도 예민하긴 했어요” 정리가 되어간다. 이제는 나 혼자 올라간 산 꼭대기에서 짐을 꾸리고 내려가야 한다. 내가 성급하긴 했다. 그래도 이 결론은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여자에게 더 이상 비참해지기는 싫다. “여튼 실례가 많았습니다. 부디 용서 바랍니다” “아니요. 그렇게 나쁜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저한테도” “그럼 다행이구요” “네” “이제 물러서야 할 때인가 보네요. 얘기 즐겁고 또 특별했습니다, 제게는요” “호호~ 삐진 사람 같아 보여요” “그래요? 삐졌다기 보다는 혼자 풍선에 바람 실컷 불어넣고 놓쳐버린 아이 심정이라면 그게 가까울 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요? 아이 같네요” “미성숙이란 의미죠? 놀림? “놀리는 건 아니구요. 소년같아 보여서 나쁘진 않네요” “오르락 내리락, 어지럽습니다” 여자는 관조했고 난 그 안에서 휘둘러졌다. 뭐가 나를 움츠리게 했고 뭐가 여자를 관조하게 했을까 난 성급했고 여잔 여유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 경박함에 저주 있으라. 나는 책을 봉투에 넣고 일어섰다. “얘기 즐거웠습니다” “호호~ 별로 그런 거 같지 않은데” “그래도요” 여자가 따라서 일어섰고 나는 카운터 앞에 섰다. “얼마죠?” “5천원입니다” “여기요”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었다. 금전 출납기를 여는 여자의 긴 손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여자의 그 손을 잡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경박함에 저주를 퍼붓던 참회는 간 곳이 없고 충동이 격정으로 이어졌다. 너무 순식간에 마주 선 여자의 머리를 양 손으로 쥐고 내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입술을 더듬었다. 흠칫 놀라는 듯했던 여자의 저항이 멈춘다. 마주 댄 입술과 입술이 떨려왔다. 천천히 혀를 내밀어 여자의 입술에 균열을 낸다. 입술과 입술 사이, 여자의 이에 닿았고 이윽고 그 깊은 입 속으로 혀가 잠입했다. 잠입에 성공한 혀는 여자의 혀를 찾아내고 서로의 타액을 교환했다. 부드러울 수 있는 최고의 부드러움으로, 파도가 아니라 호수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나아갔다. 점령당한 혀는 침공한 혀에게 투항하지 않고 맞서기 시작했다. 힘을 주어 세우고 힘을 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친 혀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또 다른 혀가 설근을 찾아 내어 간질이자 점령군을 밀어낸다. 그리고는 내 안으로 여자의 침공이 시작됐다. 나는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여자가 내 입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러면서 투항한 내 혀를 잊지 않도록 입술을 열고 닫았다. 열리고 닫히는 입술의 수문은 점점 격렬하게 부딪쳤다. 갈증, 입맞춤만이 길고 긴 사막의 여행자에게 목마름을 덜어내듯이, 입술과 입술, 혀와 혀는 서로에게 갈구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1분, 2분, 3분, 5분 아니 영원이었다고 하자. 키스 하나에 영원을 느낄 수도 있었음을 난 그제서야 깨닫는다. 배에 닿아있던 카운터 테이블의 압박이 느껴올 즈음에야 난 양 손에 쥔 머리를 놓아주었다. “고마워요, 키스 받아줘서. 다시 하라면 못하겠지만” 여자가 약간 고개를 숙이며 웃는듯하다. 어떤 여자가 말했다. 키스하면서 눈 감지 않는 남자와는 키스하기 싫어. 남자가 깨달았다. 맞아. 키스는 눈 감아야 되는 거야. 그래야 더 깊은 심연에 닿을 수 있어. 난 깨달았다. 이 여자와의 키스가 그 깊은 심연에 닿았었음을. “이런 키스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제가 가장 약한 곳을 제대로 고르셨네요” “그랬나요? 키스가 제일 민감한가 보죠?” “민감하기보다는 너무들 쉽게 지나치는 과정이어서,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 “동의합니다” 90분을 밀리다가 겨우 루즈타임에 공을 몰고 상대진영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조금은 날아오를 듯 기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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