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화 : 마약은 세탁소에서 #01 패왕색기가 마약을 개무시하다. 화요일 밤 10 시 20분. 그 동안 TV 에서 드라마에 골몰해있던 정수가 갑자기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서 자기 방으로 뚜벅뚜벅 걸어서 갔다. 그 바람에 세영은 깜짝 놀랐다. 그는 짙은 색의 청바지에 역시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또 흰 색 챙이 있는 모자를 약간 눌러서 쓰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세영에게로 왔다. "차 키 주세요." "같이 가자." 그의 따뜻하고 착한 마음을 비치는 듯한 눈매, 바로 선 콧날, 말끔한 턱선이 세영을 바라 본다. 세영의 가슴이 철렁한다. 왜 여자들이 그를 마약이라고 부르는 가를 이제야 알겠다. 세영은 앞장섰다. 그의 앞에 걸으면서 일부러 엉덩이를 실룩거려본다. 정수가 사정할 때 움켜쥐고 몸을 떨던 엉덩이이다.그에게 육감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세영은 아침 저녁으로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추어 보면서, 자신의 몸이 아직은 쓸만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어차피 세영은 그 빌라 정문 앞에까지 그를 실어다 주고 차에서 내릴 생각은 없다. 그래서 입고 있던 반바지와 끈나시 차림 그대로 그를 따라 나섰다. 문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세영이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서 호흡을 길게 뱉는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세영과 정수가 차에 승합차에 탔다. 괜히 세영은 정수에게 한마디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정수에게는 이 자리에서 꼭 필요한 말도, 별로 도움이 되는 말도 아니다. "안전벨트 매라." 정수는 그 때 이미 안전벨트의 잠금장치를 결합시켜서 경쾌한 <딸깍> 소리를 낼 참이었기 때문이다. 세영의 차가 이미 출발했다. 뒤늦게야 세영이 정수에게 물었다. "지금 출발하면 되겠지?" "예." 뭔가 순서가 맞지 않고, 뒤죽박죽인 것 같다. 정수는 전화기를 열어서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아마도 안명수 고객에게 출발했다고 보내는 것이겠지. 그가 혹시 곁눈질이라도 하지 않을까? 이 나시는 얇은 시스룩이어서 젖가슴이란 젖꼭지가 모양 그대로 적나라하게 그대로 다 비칠 텐데. 끈나시라서 팔을 크게 움직이면 겨드랑이에 있는 털도 다 보일 텐데. 그는 애무할 때 특히 겨드랑이까지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빨아댄다. 털을 밀까 물었는데, 정수는 그냥 두란다. 있는 것이 더 야해 보인단다. 자기는 야한 여자가 좋다나? 변태 같지만 귀엽다. 도로에 차들도 별로 없고, 더위가 한풀 꺾인 늦은 밤이어서 제법 시원하다. 세영은 이대로 가스페달을 꾸욱 밟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적어도 옆자리에 마약이 있으니까. 요새 그와 함께 지내는 동안 세영의 마음이 점점 그를 향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가 다른 여자에게 간다고 생각하니까 아마도 심통이 돋나 보다. 그것이 비록 배달을 가는 것이라고 해도 싫다. 빌라의 주차장 구석으로 세영이 차를 주차했다. 가로등도 없고 으슥하기가지 하다. 세영은 아직 15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음을 알았다. 세영은 그를 당겨서 안았다. 그의 손을 끌어다가 나시 안으로 넣어주었다. 브레지어를 하지 않아서 그의 손이 젖가슴으로 그대로 온다. 세영이 그의 목을 당겨가서 눈을 감으며 그에게 입술을 들이민다. 그가 혀를 꺼내서 그녀의 입술을 핥는다. 세영은 그의 입술을 게걸스럽게 빨아댄다. 그가 젖꼭지를 비틀면서 젖가슴을 통째로 쥐어짜듯이 움켜쥔다. 서로의 타액이 상대방의 입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외숙모 ... 읍으으읍~ .. 으읍~ " "으음~ .. 으흥~ .. 흐으으~ .. 으응~ .." 턱을 치켜들고 얼굴을 올려서 그에게로 향한 세영이 그의 머리를 자기 목으로 당기면서 나시를 목까지 걷어 올린다. 그의 입이 세영의 젖꼭지를 물면서 젖가슴을 빨기 시작한다. 세영이 그의 얼굴을 양쪽 젖가슴 사이로 가둔다. 고개를 숙인다. 차 안에서 자세가 매우 불편한데도 그가 어린애처럼 젖을 빠는 것을 내려다본다. 마음이 흐뭇해진다. 그가 입을 떼고 세영에게 물었다. "이거 잔뜩 나와서 어떻게 들어가?" "내가 세웠으니까, 내가 빨아서 다시 재워 줄께." "그러지 말고 갔다 와서 하면 안될까?" "아직 시간 있잖아!" "8분 전이야." "내 입이 3분 안에 못 뽑아낼 것 같아?" "헐~.. 그래도 ..." 세영은 어느 새 그의 바지 앞섶을 열어서 힘차게 발기한 그의 자지를 손으로 움켜쥐고 흔들면서 귀두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안에 머금었다. 혀가 감으면서 빨아댄다. 세영의 귀여운 머리가 오르내린다. 그의 손이 세영의 머리를 잡고 음부를 향해서 누른다. 세영이 캑캑댄다. 세영의 입에서 오는 자극은 정수의 몸에 퍼진다. 머리까지, 그리고 또 발 끝까지. 그의 다른 손은 세영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귀를 어루만진다. "알았으니까 이제 고만 해!" "읍, .. 우욱, .. 으윽~, .. 으브브~" "이제 가야 해." "하아~~ 맛보기로 그만큼 했으니까, 빨리 내려오면 마저 해 줄께." 세영은 고개를 들고 깊은 숨을 내쉬면서 물티슈로 자지와 그 주변을 씻어주었다. 그가 차에서 내려서서 바지를 바로 했다. 정수가 고객에게 전할 옷을 들고 입구로 가서 번호를 누르자 도어락이 열렸다. 그가 엘리베이터에 탔다. 세영은 휴대 전화기를 열어서 시간을 보고 머리 속에 단단히 입력해두었다. 10 시 55분. 다행히도 그녀가 집에 있는 모양이다. 그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 그가 내려오가 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두고 봐야겠다. 올라가서 전해 주는데 5분, 보여주면서 확인하는 데 5분, 내려오는 데 5분, 그러니까 합해서 15분을 초과하면 사고가 나는 거다. 그러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를 연구해야겠다. 세영은 자신이 사전 공사를 다 해 놓았으므로 그녀가 입으로 잘만 빨면 3분 안에 해결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더 불안해졌다. 처음 배달 온 남자를 붙잡고 다짜고짜로 자지를 빨아주는 미친 년이 세상 천지에 또 있을까? 일단 이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정신 건강 만큼은 지키자. 요새 좀 좋아지는 편이다. 이러다가 세영이 정수에 대하여 집착이나 스토킹 뭐 이런 거 하게 되면 진짜 골치가 아파진다. 한편, 부산으로 출장 갔다가 돌아온 안명수는 더위에 지쳐있었다. 그녀는 집에 도착 하기가 무섭게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찬물을 틀어놓고 그 아래로 섰다.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다. 흘러내리는 물이 마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의 물 같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모아서 뒤로 넘겼다. 얼굴을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두 손이 목을 쓸면서 내려와서, 엑스(X)자를 해서 양쪽 어깨를 문질렀다. 그러고 팅글게 매달려있는 통통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젖꼭지도 찬 물줄기 아래에서 짜듯이 짓눌렀다. 보지가 짜릿해오면서 뜨거운 보지물을 쏟는다. 손이 배를 거쳐서 보지털로 갔다. 보지털을 쓰다듬으면서 그 주변을 긁었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아래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두 손으로 보지를 열었다. 시원한 물줄기가 보지를 씻어내린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또 KTX 열차 안에서 보지물을 워낙 많이 흘렸었다. 물론 간간이 화장실에 가서 씻기도 했지만 이렇게 씻는 것이 제일 좋다. 손가락으로 꽃잎을 열고 좌우를 문지른다. 클리토리스도 깨끗이 한다. 몇번 문지르자 느낌이 바로 온다. 뜨거운 보지물을 쏟는다. 열린 계곡 안으로 손가락을 넣고 젓듯이 휘저으면서 물이 들어가게 했다. 그런데 또 이상해진다. 뜨거운 보지물이 손가락을 감싼다. 손가락을 보지 구멍 안으로 넣고 몇 번을 쑤셨다. 엉덩이가 요란하게 들썩거리면서 격렬하게 뒤틀리고 또 숨이 가빠진다.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머지않아 갈 것만 같다. 보지가 벌렁대는 것이 느껴진다. 손가락 하나로 부족하다. 두 개를 한꺼번에 넣는다. 약간 뻑뻑하다. 구멍 안으로도 찬물이 들어간다. 엉덩이에 힘을 주어 손가락을 조여 본다. 이 보지구멍에 들어오는 자지는 끊을 듯이 조여버리겠어. 호호호~ 엉덩이와 똥꼬까지 다 헹운다. 그리고 샴푸와 바디워셔로 머리감기와 몸씻기를 끝내고 욕실을 나섰다. 수건으로 몸에 있는 물기를 제거한다. 머리를 털고 또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카락과 보지털을 말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증까지 올라가면서 정수는 세영의 말을 애써 생각해냈다. 도대체 안명수라는 여자 고객에게 무슨 색기가 있다고. 그 고객은 얼굴도 맑고 깨끗하고, 체구도 아담하다. 그를 볼 때에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고, 그녀가 웃을 때에 그녀의 눈망울을 보면 약간 설레기도 하다. 가슴과 허리는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와야 할 곳은 적당히 나오고, 들어가야 할 곳은 적당히 들어간 것 같다. 외숙모가 세탁소를 지금 2년 째 하고 있으니까 나이는 26 아니면 27 정도 될까? 어쨌든 확실하게 30 아래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바로 오른 쪽에 있는 벨을 눌렀다. 안명수는 헤어드라이어를 껐다. 그리고 스킨로션을 몸에 바르고 알굴에 밤을 위하여 몇가지 찍어 발랐다. 그런데 벨이 울린다. 세탁소에서 배달이 왔을 것이다. 아직 몸에는 아무 것도 걸친 것이 없는데 ... 급한 대로 슬립을 걸친다. 너무 얇아서 다 비친다. 그런데 방문객은 여자가 아니고 남자다. 어쩐다? 다른 것을 입기에는 시간이 없다. 할 수 없다. 도어락을 눌러서 문을 열어준다. 젖꼭지가 삐죽 튀어나왔다. 그 마약이라는 애송이 불쌍해서 어쩌지? 보느라면 고통이 쫌 따를텐데. 할 수 없다.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지금 어쩔 수 없는 나의 현실, 보면서 갖게 될 고통은 그의 몫이다. 자지가 발딱 서서 껄떡거리며 덤벼들면 어쩌지? 요새 섹스 한지도 꽤 지나서 툭하면 근질거리는데 .. 밀어내는 척 하면서 당겨? 함 쑤셔달라고 해? 그 정도 애라면 나이도 보송보송하고, 어리고, 완전 영게인데 ... 쩝! 기다리는 동안 그는 조금도 초조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리된 현관과 거실이 눈에 들어오지만, 정작 안명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 없어도, 그녀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이 느껴진다. 좀처럼 사용하지 않아서인가?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정돈되어있다. 외로움의 흔적 같다. 외숙모네 집과 다를 바가 없다. 그는 현관에 서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에 저 건너편에 있는 방에서 모습을 나타낸 그녀는 얇은 슬립 하나를 걸치고 있다. 여유있는 웃음을 날리며 그에게 들어 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와 그녀는 동시에 거실의 창가에 있는 소파로 갔다. 그의 눈에 보이는 그녀는 아슬아슬하다. 무릎 위에서 찰랑거리는 정말 얇은 슬립이다. 가느다란 끈이 어깨에 매달려있다. 가슴에서는 좁은 면적의 천 조각이 넓은 부피의 살덩어리를 감추는 흉내를 낸다. 마치 젖가슴에 천 조각을 붙여놓은 것 같다. 가려진 부분 보다는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정말 뽀오얗다. 정수는 가져온 그녀의 옷들을 소파에 걸쳐놓고, 하나씩 하나씩 모두 그녀에게 보였다. 정성을 다해서 하나씩 일일이 보여주는 그나, 열심히 보는 그녀나, 모두 몸을 굽혀서 숙이고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면서 그의 머리가 그녀의 젖가슴을 스쳤다. 이마에 뭉클함이 느껴지 면서 아찔하다. 젖꼭지가 이마를 긁는 것을 분명히 느꼈었다. 이 여성, 색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외숙모 세영에게 사람 보는 눈, 특히 색기를 알아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자가 내뿜는 색기가 원래는 남자에게서 느껴져야 색기 아닌가? 몸을 돌려서 그녀의 곁을 지나는데 이번에는 팔꿈치가 그녀의 젖가슴을 건드렸다. 그녀의 젖가슴이나 엉덩이에는 둥그런 볼륨덩어리가 출렁거린다. 안에 입은 옷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녀의 몸에서도 향긋한 냄새가 났다. 그 향긋함 속에는 술 냄새도 약간 들어있는 것 같다. 시원하게 드러난 어깨와 팔, 그리고 깊은 가슴골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의 남성에 힘이 들어가서 뻐근해진다. 심장 뛰는 것이 빨라진다. 갑자기 빨개지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방금 도착해서, 씻고 그냥 홀랑 벗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 호호호~" "더운데, 집에 혼자 계시면 당연하죠. 저도 그러는데요." "밤 늦게 오시게 해서 미안하고 고마워요. 음료수 드시고 가세요." 정수가 좋다 또는 싫다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안명수는, 그냥 냉장고를 열었다. 그에게 오렌지 쥬스를 잔에 따라서 권했다. 그에게 잔을 들고 오는 데, 가느다란 손가락도 참 희다. 그는 세영이 늘 말한 대로 품위있고 우아하게 잔을 받아서 마시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려면 대화를 해야한다. 관심있어 하는 척하면서 물어보면 대답하겠지. 그런데 질문은 그녀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이런 야심한 밤에 여성 고객들에게 배달을 자주 가시나요?" "저녁 9 시 이후에는 원래 배달이 없습니다." "예 .. 그럼 저는 ...요?" "VIP 고객이시니까요. 하하" "혹시 오시면서 이상한 생각하고 오신 것은 아니죠?" "무슨 ..?" "아~ .. 됐어요. 고맙고 감사해요." "출장은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부산 LBS 요." "방송국 말씀하시나요?" "그렇죠. 서울 LBS 에 근무해요." "아, 예에." "오늘 오시지 않았다면, 내일 입고 나갈 옷이 마땅치 않았었거든요." "예. ... 잘 마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는 컵을 식탁에 올려놓고 현관을 향해 걸었다. 정수는 안명수 고객과 훨씬 더 가까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세영이 말한 색기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피식 웃었다. 그녀가 웃는 그를 보면서 묻는다. "왜요?" "그냥요." "고마워요. 다음에 커피 한잔 대접 할께요." "정말요? 그 말씀 잊지않고 기다릴께요. 하하~" 정수는 안명수 고객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뭔가가 안타깝고 그리고 아쉽다. 안명수 고객은 그녀의 문을 나서는 그의 뒤태를 바라보면서 혼자서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던 세영은 그가 건물을 나서는 것을 보고 얼른 휴대전화기에서 시간을 읽었다. 시간은 20분 정도가 걸렸다. 예상보다는 오래 걸렸지만,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아주 얄미운 시간이다. 키스 한번 하기에 딱 맞는 시간일 테지만, 설마 정수가 그녀와 키스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어쨌든 그를 보니까 반갑다. 무너질 뻔했던 세상이 다시 견고하게 바로 서는 느낌이다. 세영은 자신이 이런 생각을 왜 하는지가 의심스럽다. 그는 고객이 원했던 배달 업무를 하고 오는 것 뿐이다. 이세영. 제발 안심하자. 이유 없이 한정수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자. 배달 이외에는 다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걸린 시간이 말해 준다. 세영은 가까이 오는 그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정수가 여유있는 표정으로 차에 오른다. 세영이 가슴 졸이며 초조하게 20분을 20년처럼 기다린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러는 이 남자가 얄밉다. 그렇지만 이 남자를 갖고 싶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 남자를 내주기 싫다. 이 남자의 입술에 다른 어느 여자가 키스하는 꼴은 아예 생각하기도 싫다. 물론 경애는 예외로 하고 ... "일찍 나오셨네." "색기가 전혀 없던데요? 하하~" "색기가 너한테 관시이 없었나?" "그랬겠죠." "그런데 자지는 왜 서있어?" "아까 외숙모가 ..." "뻥치네. 지금까지 서있었다고?" "맞을 껄요? 하하하" "은근 기대는 했었고?" "안했다면 거짓말인가? 하하~"<(출처:yadam3.net)br /> "하아~ .. 이 물오른 20살 애송아~" "나는 생각도 안했는데 외숙모가 바람을 넣더만!" "나야, 조심 하라고 말해준 거지!" "밟고 싶어도 밟을 똥도 없구만 뭘 조심?" 티격태격 하는 사이에 이들은 어느 새 집에 도착했다. 세영이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고 그를 침대로 이끈다. "오늘 색기가 피해갔으니까 내가 상을 줘야겠지? .. 호호~" "내가 오늘은 외숙모 가만 안둘꺼야." "아이 참, 또 그런다." "뭘?" "외숙모 소리 하지 말라고. 우리 둘 뿐이잖아." "세영아!" "그렇지!" * * * * * * * * * * #02 또 배달 "사장님, 수선인데 어떻게 해요?" 정수가 보관실에 있는 세영을 부른다. 세영이 고객과 정수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세영의 눈에 처음 보는 여성고객이다. "저희는 크린피아 체인점이라서 수선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 동네 이사 와서 아는 데도 없고 .." "그럼 다른 곳에 보낼께요." 고객이 세영과 함께 준비실로 가서 흰색 바지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녀의 큼직하고 빵빵한 엉덩이와 쭉 뻗어 내린 다리의 곡선과 볼륨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바지이다. 세영은 바지의 밑 단을 접고, 수성펜으로 바지 길이를 표시했다. 정수는 그 사이에 접수증을 만들었다. --- 접수증 --- 고객 성명 : 박하나 전화 : 010-XXXX-YYYY 주소 : 하리동 유성아파트 5동 805 옷 : 검정색 바지 2, 흰색 바지3, 초록색 바지 2, 흰색 바지 수선&세탁 1 가격 : 25000 원 배달 - 14일 (월요일) 오후 9시 전화 후 배달. "박하나 고객님, 감사합니다." "배달은 어느 분이 오셔요?" "제가 갈 수도 있고 .. 아직 모릅니다." "그럼, 혹시, 기왕이면, 그러니까, 어쨋든, 말하자면, 음 ..." "예?" "혹시 마약님께서 오시면 안돼요?" "그럴까요? .. 하하하~" "배달오실 때, 출발 전에 전화 꼭 부탁해요." 박하나 고객도 역시 정수에게 직접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녀가 그 부탁을 말하는데 얼굴도 빨개지는 것 같고 또 시간도 제법 걸렸다. 세영은 수선할 바지를 차에 싣고 동네에 있는 수선집으로 가서 맡겼다가 그날 저녁때 찾아왔다. 그리고 박하나 고객의 세탁물은 그날 저녁 마감하면서 크린피아에 보냈다. 10일에 정수가 배달을 간다고 했다. 세영은 이미 경험헌 바가 있기 때문에 그가 혼자 가도록 내버려두었다. 또 배달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돌아온 정수도 세영에게 아무 말이 없다. 세영이 수상쩍게 생각하고 그에게 묻는다. "뭐라고 안해?" "고맙다고, 자기 바쁘니까 그냥 소파에 두고 가라고 .." "어이없네. 안 하는 수선까지 했구만" "별 일 있겠어요?" "하긴, 색기가 없었나? .. 호호호~" "있어도 별로더만." 이제는 이렇게 한마디가 가면 대꾸가 되돌아온다. 세영은 이렇게 밤마다 정수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가 대꾸를 한다는 것이 기쁘다. 지난 5년간이 떠오르기는 한다. 아무리 한마디를 해도, 열 마디를 해도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것도 되돌아오지 않던 그 시절 .. 지금 세영은 행복하다. 그와 꼭 섹스를 하지 않더라도 행복하다. * * * * * * * * * * #03 진상 고객의 억울함 오전 아니면 오후에는 음악공부를 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그에게 오전 아니면 오후에 공부하도록 가게에 나오지 말라던 세영의 계획도 무너졌다. 그는 오전에 세영과 같이 나왔다가 저녁에 같이 들어간다. 그가 일을 시작하고나서 한달이 지나자 세영의 가게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임시로 일할 직원들도 두 명을 더 뽑았다. 백화점의 거의 모든 매장이 죽겠다고 울상이지만 세영은 여유 있는 웃음을 날린다. 목요일 아침에 가게 문을 열자마자 여성 고객 여섯명이 우루루 들어왔다. 세영이 나서서 그녀들을 맞았으나, 그녀들은 정수를 찾았다. 세영은 준비실에 있는 정수에게로 갔다. "색기가 단체로 침임해왔다." "예?" "빨리 나가 봐!" 낮은 소리였지만 독기 서린 말을 신경질 적으로 쏘아 뱉는 세영에게 정수는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접수대가 급한 것 같아서 우선 그녀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인사하면서 나왔다. 세영은 준비실에서 유리 틈으로 내다보면서 듣고 있었다. 그를 본 그녀들이 탄식하며 한마디씩 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고객님!" "어머머~, 어쩜!" "와아~ .. 진짜 마약이다!" "아아앙~.. 완죤 대~박!" 그녀들 중에 한 명이 나서며 당황하는 정수에게 말했다. "우리 지금 8층 노래교실에 가는 길인데요." "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마약씨랑 같이 가면 안될까요?" "그런데 어쩌죠? 근무 시간인데." "사장님 나오시라고 해요." 그녀들이 듣는 데에서 정수가 접수실을 향해서 일부러 큰 소리로 세영을 <사장님> 하고 불렀다. 세영이 모르는 척 하고 나온다. "사장님, 마약씨좀 한 시간만 빌리면 안될까요?" "영업 중인데요." "이따가 오후에 우리가 다같이 세탁물 맡기러 올테니까." 세영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녀들의 갑질을 받아들여야 했다. 일단 그 조폭같은 패꺼리들을 정수를 올려 보내겠다고 무마시켜서 올려 보냈다. "흥! .. 자알 한다." "제가 뭘요?" "내일부터는 아예 노래교실로 출근 해!" "존경하는 사장님, 왜 또 그러십니까?" "잔말 말고 올라가 봐!" "알았어요!" "끝나면 바로 와서 식사 교대 책임져!" 세영은 불안했다. 저 마녀 패거리들에게 끌려간 정수에게 아무 일 없도록 빌어야 한다. 점심시간이 되어 세영이 직원식당에 갔는데 정수가 거기에 없었다. 이미 노래교실은 한참 전에 끝났다. 다른 식당을 찾았다. 그는 이탈리아 식당에 있었다. 불쌍하게도 그는 마녀들의 틈바구니에 껴서 화기애애하게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세영은 직원식당으로 혼자서 올라갔다. 정수는 노래교실 회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가게로 와서 쉬고 있는데 정수의 전화기가 진동음을 낸다. 안명수 고객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자기, 오늘 퇴근 몇 시?" 그는 몇 일 전에 있었던 심야의 배달사건이 떠올라서 답장을 바로 보냈다. "누가 물어보냐에 따라 다르죠. ㅋㅋ" "무슨 말?" "빼어나게 밝으신 VIP 께서 왕림하시면 밤을 새워서라도 기다려야죠? ㅋㅋ" "자기 순 자겁꾼?. ㅋㅋ" "고객님께 자겁 안 걸면 그게 남자야? ㅋㅋ"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그는 기다렸으나 더 이상은 오는 것이 없이 조용했다. 그는 그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가 너무 강했나 싶어서 후회했다. 정말로 마녀들은 들이닥쳤다. 오후 네 시가 넘었는데 열명이 넘는 여자들이 비닐 팩을 하나씩 들고 한꺼번에 나타났다. 세영은 정수와 함께 그녀들로부터 세탁물 접수를 끝냈다. 접수증을 쓰는데 어떤 여자는 과감하게 손을 뻗어서 그의 뺨을 쓰다듬기도 한다. 세영은 독하고 강하게 <성희롱> 이라고 한마디를 쏘고 싶었으나 참아야 했다. 그녀들은 슈퍼 갑이다. 세영이나 정수는 슈퍼슈퍼 을이다. 격분을 참고 삼켜야 했다. 그런데 정수는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오늘은 그의 광대상승의 날 같다. 그녀들은 모두 배달을 요구했다. 그것도 마약에게. 세영의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태풍처럼 휘몰아쳐온 그녀들이 다시 태풍처럼 몰려 나갔다. 한 명씩 다니면 참으로 하나 같이 우아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울 텐데, 저렇게 패꺼리를 지어서 나다니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는지. 오후에 선영이 법원에서 온 것이라며 우편물을 들고 들어왔다. 어떤 고객이 소송을 걸었다는 것이다. 세영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정수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으나 세영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정신 없이 한참 바쁜 시간이 지나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세영과 정수는 마감을 시작했다. 그런데 안명수 고객으로부터 정수의 전화기로 문자 메시지가 또 들어왔다. 아까 점심때 그 때가 끝이 아니었다. 잠시 소강상태였을 뿐이다. 여성 VIP 고객 안명수. 그녀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를 읽으려고 그가 전화기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