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마 다케오의 초야 - 1부2장 지금 무료로 즐겁게 감상하세요.

도미시마 다케오의 초야 - 1부2장
최고관리자 0 30,027 2022.12.21 14:08
야설닷컴|야설-도미시마 다케오의 초야 - 1부2장
2. 피로연 결혼 사흘 전, 에이꼬는 혼자서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가쓰오도또한 긴 여행을 떠나는 연인을 보내는 남자와 같은 표정이었다.가쓰오의 얼굴에는 에이꼬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기색이 엿보였다. 확실히 에이꼬와 헤어지는 것은 섭섭하지만, 한편 홀가분한 면도 있다. 그런 마음의 갈등은 에이꼬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은근히 생각하고 있었다. 에이꼬의 언동에는 역시 그녀가 이번 결혼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빛이 역력히 보인다.어쨌든 에이꼬와 같은 성적 호기심이 강한 여자는 새로운 남자에게안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쓰오가 그것을 지적하게 되면, 당신과 결혼할 수 없으니까 할 수 없이 다른 남자와결혼한다 고 하는 에이꼬의 명분이 무색해질 수 있다. 반면에 가쓰오 자신의 에이꼬에 대한 죄책감은 가벼워진다. 그런 점에서 말없이 있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샤꾸지이공원 가까이에 있는 가쓰오의 집으로 왔다. 함께 욕실에 들어갔다.항상 하는 것처럼, 먼저 에이꼬가 가쓰오의 몸을 씻어준다. 목에서부터 시작해서 등, 배, 옆구리, 팔, 그리고 다리를 닦아 준다. 마지막으로 사타구니 안쪽인데, 그곳에서는 타월을 쓰지 않는다. 손바닥에 비누칠을 해서 직접 문지른다. 그래서 가쓰오의 것은 팽창하고, 에이꼬는 그곳에 비누를 흠뻑칠하고 자기 뺨에다 비빈다. 그녀의 얼굴에 뭍은 비누거품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가쓰오는 욕조 모서리에 걸터 앉아서 애무에 가까운 그녀의 손길을 지켜보고 있다. 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고 정성스럽고 미묘했다. 그녀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에이꼬는 둘이서 여행할 때면 욕실은 아니지만 침대차 속에서 다른 승객이나 승무원 몰래 가쓰오의 침대에 숨어 들기도 했다. 그녀는 직접 섹스는 하지 않았지만 대신 가쓰오의 몸을 애무하면서,"나, 하루종일 이러고 있어도 싫증이 안 나겠어요."하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그때는 6시간이나 가쓰오의 몸을 애무하고, 속삭이고, 키스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 것이었다. 지금 에이꼬는 계속 씻고 애무하고 하면서 속삭인다. "앞으론 또 어떤 여자를 찾아들어갈까......?"가쓰오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그의 그곳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손바닥으로전체를 꼭 잡고는 바라보다가 비누거품을 씻어 준다.가쓰오가 느긋하게 대답했다. "오늘밤이 지나면 당분간 휴양을 시켜야겠어.""거짓말. 당신은 그렇게 못 참아.""아냐, 정말이야.""내가 없어도 시즈꼬, 다에꼬 등 아직 많지 않아요? 사흘 후의 밤에 당신이 어느 여자에게 갈지....? 그것을 생각하면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역시 가쓰오가 아니라 가쓰오의 몸에다 말하는 것이다. 그곳은 대답을 할수 없기 때문에 가쓰오가 대신 대답했다. "정말이야. 그날 밤은 신쥬꾸의 여자없는 술집에 들어가서 밤새도록 술이나 마시겠어. 깊어가는 가을 밤을 술로 달래야지.""그말도 거짓말이 뻔할 테니까...."에이꼬는 그곳에 물을 끼얹고 손으로 비눗물을 씻어낸 뒤 얼굴을 가져갔다. 갑자기 그것을 꼭 물었다. "아파!""미워죽겠어. 사흘 후에는 분명히 시즈꼬를 만나겠죠?""왜 그렇게 생각해?""그 여자 쪽이 더 가깝잖아요."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가쓰오와 시즈꼬, 그리고 다에꼬 사이는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시즈꼬는 에이꼬를 만나기 전부터 아는 사이다.에이꼬가 갑자기 그것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은에이꼬 쪽이 아닌가.가쓰오의 몸을 씻고나서 이번에는 그녀가 등을 내밀면서 말했다. "나만이 외톨이가 되는 기분이에요.""시즈꼬와 다에꼬 때문에?""그래요". "시즈꼬는 평생 결혼 안 한다고 선언했어. 내가 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청혼을 한다 해도 거절할 거야. 다에꼬는 아직 어리고, 그뿐이야.""알아요. 그렇지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결혼하고 나면 만날 수도 없고..........."그말이 하고 싶었던가? 결혼 후에는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두 사람의 양해 사항이었다. 서로 말로 그렇게 약속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는 말인가? 도대체 만나지 않겠다는 말인가, 계속 준비해 두고 있었다. "당신이 만나고 싶으면 만나지.. 우리가 싫어서 헤어지는 것은 아니잖아. 하지만내쪽에서 연락을 하진 않겠어."가쓰오의 손이 에이꼬의 등에서 목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목덜미에서 턱으로, 그리고 팔로 내려온다. 그리고 나서 겨드랑이 밑으로 해서 가씀과 유방으로 간다. 에이꼬의 유방은 위를 향하고 있다. 후지까와는 이 유방을 보기만 해도 미치게좋아할 것이라고 가쓰오는 생각한다. 그것을 말하니 에이꼬가 머리를 흔들었다. "요전에 당신이 말했죠? 신중하라고. 난 언제나 당신의 충실한 학생이에요. 되도록 보이지 않겠어요. 부끄러워하겠어요."손이 옆구리에서 허리로 내려가고, 허벅지를 씻는다. 발은 발가락 사이까지 씻는다. 그리고 발 안과 바깥 쪽을 타고 사타구니로 올라온다. 에이꼬는 가쓰오가 시키는 대로 몸을 벌리고, 두 손을 뒤로 집고 가슴을 편다. 그녀의 눈빛이 이불 속에서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그는 그곳에는 비누를 쓰지 않는다. 새 물을 받아서 정성스럽게 씻는다. 사실은이렇게 씻어서 건드리지 말고 후지까와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건데, 하는 생각을 했다.그곳을 여니 구슬같이 이슬이 넘쳐 흐르고, 그것이 전등불에 반짝반짝 빛난다. 다씻어 주고 나서 그녀를 안아서 욕조 안에 들어간다. 에이꼬가 말했다. "감기 들면 안 돼요". "물이 따뜻해서 괜찮을 거야.""지금 말구요, 앞으로. 감기는 대개 부주의해서 걸려요."가쓰오의 턱을 어루만진다. "앞 일을 걱정해 주는 거야?""그래요." 욕조에서 나온 에이꼬는 가쓰오의 몸을 닦는다. 가쓰오도 에이꼬의 몸을 닦는다. 에이꼬는 잠옷을 걸쳤다. 에이꼬가 갖다놓은 것이다. "이거, 어떻게 할까요?""그대로 놔둬". "다른 여자가 입겠죠?""그런 일은 없어. 그대로 간직해 두겠어."두사람은 마주 앉아서 맥주로 건배한다. 에이꼬는 단숨에 마셔 버린다. "아이 맛있어"그때 가쓰오 뒤에서 전화 벨이 울린다. "귀찮은 전화군. 오늘밤은 당신 이외의 아무와도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이시이 선생님이세요?"좀 어리고 애띤 여자 음성이다. "그런데요. 누구시죠?""저, 사까구찌입니다. 사까구찌 에이꼬의 동생 쥰꼬 말예요.""아야, 쥰꼬가 웬일이야? 그래, 잘 있었어?""예, 안녕하셨어요. 혹시 우리 언니 거기 안 왔어요?"이럴때 가쓰오의 두뇌 회전은 빠르다. 없는 것으로 한다. "안 왔는데. 웬일이지?""역시 안 갔군요."실망한 듯한 음성이다. 무슨 급한 일이 생겨서 찾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 가쓰오는,"아, 지금 손님이 왔어. 끊지 말고 기다려 줘". 그렇게 말하고 수화기를 손바닥으로 막고 에이꼬를 돌아본다. "쥰꼬의 전화야. 이곳에 있지 않을까 하고 전화한 모양이야. 어쩌지?""쥰꼬요? 좋아요, 받겠어요.""괜찮아?" "괜찮아요. 걔는.""그럼, 지금 막 들어오는 것으로 말해.""알았어요."손님이 와서 가쓰오가 나가 문을 열고, 그 손님이 들어와서 전화를 받는다. 그 정도의 시간을 재서 에이꼬가 수화기에 대고 말을 한다. "여보세요, 지금 막 들어왔어. 왜 그래? 아, 그래, 음음."아주 얇은 잠옷이기 때문에 전화를 받고 있는 에이꼬의 몸이 비쳐 보인다. 전화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쓰오는 그것을 감상했다. 오늘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에더욱 애착을 느낀다.얘기를 끝낸 에이꼬는 가쓰오에게 수화기를 내민다. "당신과 얘기하고 싶대요.""나와?" 가쓰오는 수화기를 귀에 댄다. "그래, 전화 바꿨어.""이시이 선생님.""왜?" "언니가 지금 들어간 거 아니죠?""아니, 지금 들어왔어. 전화를 받게 돼서 마침 잘 됐어.""부탁이 있어요.""말해 보렴.""언니는 모레 결혼해요.""그래, 너도 섭섭하겠지?""그러니까 오늘밤은 언니랑 사랑하지 말고 깨끗이 헤어지세요.""물론이지. 그렇게 할 생각이야. 언니는 그저 내가 빌려 준 것을 돌려 주러 왔을뿐이야". 이말은 에이꼬의 말과 맞추기 위해서 했다. "그것은 구실이잖아요. 내 예감이 맞아요."가쓰오는 전화 저쪽에 있는 교복 차림의 소녀를 상상하고 있다. 자극적이었다. 여고생이니까 표현이 직선적이다. 성격도 강한 것같다. "아무튼 언니는 곧 돌아갈 거야.""부탁이에요. 이젠 저도 전화할 일이 없겠죠, 과거의 예비 형부."연극 대사와 같은 말이 끝나고 전화를 끊겼다. 물론 가쓰오는 쥰꼬와의 약속 같은 지키지 않았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에이꼬를 안아 침대로데리고 갔다. 가쓰오가 에이꼬의 몸 안에 들어가기 직전에 에이꼬가 그의 눈을 들여다 보고,"오늘밤에는 정말 예방하지 말아요. 직접 당신을 받아들이고 싶어요."하고 요전과 같은 말을 한다. 가쓰오는 대답하지 않고 진입했다. 계속해서 두번 에이꼬는 절정을 맞았다. 평소보다 예민하고 빠르다. 그 뒤 잠시 쉬면서 가쓰오는 에이꼬의 등을 어루만지며,"왜 위험한 짓을 하는 거야?"하고 물었다. "요전에 말했잖아요. 그리고 감각적으로도 직접당신을 느끼고 싶어요. 이게 마지막인 걸요." 그러나 결국 가쓰오는 에이꼬의 희망을 무시하고 콘돔을 사용했다. 그것은 에이꼬의감각이 급커브를 그리기 직전이어서 그녀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 그것을 확인한 에이꼬는,"냉정한 사람이군요."하면서 잠시 토라져 있다가 곧 기분을 고치고,"그럼, 이번에는 받아 마시게 해줘요."하고 말하면서가쓰오의 몸에 안긴다. 그거라면 좋다. 가쓰오는 허락하고 키스를한다곧 에이꼬는 이불을 들추고 가쓰오의 몸을 드러내 놓는다. 그녀는 먼저 그의 유두를애무한 뒤 가슴과 겨드랑이 아래를 핥아내려간다. 두번째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쓰오는 에이꼬를 끌어올려서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묻는다. 그때는 이미 가쓰오의 그것이 힘을 회복하고 있었으며, 에이꼬는 그것을 입으로 느끼고있었다. 그리고 에이꼬는 몇 번이나 훌쩍훌쩍 울음소리를 억누르지 못한면서도 그것을입에서 떼지 않았다. 가쓰오도 얼마 후 자극을 느끼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에이꼬는무서운 힘으로 그의 허리를 안았다. 차츰 경련이 식어가도 에이꼬는 그대로 있었다. 가쓰오가 일어나서 에이꼬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에이꼬가 일어나면서. "모두 마셔 버렸어."하고 장난기를 섞어서 말했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피로연에 나와 줘요."에이꼬가 그렇게 말한 것은 키스를 나눈 직후였다.더욱 놀란 것은, 에이꼬가 이미가쓰오에게 말하지도 않고 피로연에 신부측 사람으로 출석하는 것으로 해놓은 것이다. 신부의 선배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도대체 무슨 배짱이야?""꼭 와줘야 해요. 내 생애의 가장 중요한 파티에 당신이 안 나온 다면, 말이나돼요?" "난 도덕적인 사람은 못되지만 그래도 좀 어색한데.""당신이 있어야 내가 침착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을 아는 사람은 나하고내 동생 쥰꼬뿐이에요.""그런말을 하면 의심이 생기는데? 나 이외에 다른 남자를 비밀리에 즐기고 있었다는 말이 되잖아?""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이봐요. 꼭 와줘요"결국 가쓰오가 피로연에 나가기로 승낙한 것은, 이제까지 자기가 독점하고 애무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쩨까지 가쓰오는 --- 기따야마 기요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 많은 여자가 결혼해 가는 것을 보아 왔다. 그러나 피로연에 나와 달라고 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고, 또 그런 생각도 못했었다. 에이꼬가 조르는 바람에,'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할 수 없지, 나가 보자'하고 마음을 굳히고 말았다. 피로연은 사이고회관에서 열렸다. 연회장에 도착한 것은 정각 10분 전이었고, 신랑 친구들인 듯한 청년들이 앉아 있는 접수부에 서명을 했다. 가쓰오는 대기실에앉아 기다리면서 주위 사람들의 담소를 들었다.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사람들속에는 에이꼬의 가족이나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옆자리의 손님들 얘기가 들린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간다지?""하와이래. 후지 쐼까와다운 선택이야. 흔한 일이지만.""신부는 흔한 여자가 아닌 것 같던데.""입사한 후 휴가받는게 처음일 거야.""그럴지도 모르지."가쓰오를 보고 손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신부 쪽 손님들은 신랑쪽이라고 생각할 거고, 신랑 쪽에선 신부 쪽 손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 여자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여자가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옷이 아니라 수수한 감색 슈트에 흰 블라우스를 입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아는 얼굴이 나타났구나.'에이꼬의 학교 시절의 친구이며, 몇 번 에이꼬가 데리고 나온 적이 있는 나와 아끼꼬였다.아끼꼬도 가쓰오를 알아보고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맞이한다. 아끼꼬가 다가왔다. 주위의 여자들이 기모노를 입고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인상이유난히 정결해 보였다. "오래간만입니다. 요전에는 좋은 음식도 사주시고......"그녀가 먼저 인사치례를 했다.가쓰오는에이꼬가 아끼꼬에게 자기와의 관계를털어놓지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처음 데리고 나왔을 때 가쓰오가 아끼꼬에게 유난히 관심이 있는 것을 알아차린 에이꼬는 아끼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저 애에게 손을 대면 안 돼요, 나하고 헤어지지 않는 한."하고 말했었다. 아끼꼬의 인사를 받으면서 그 말이 생각났다. '이젠 헤어졌으니까 손을 대도 좋겠군'엷은화장에 다소 차가운 느낌의 다듬어진 그녀의 얼굴을 그는 바라보았다. 이제야 이곳에 온보람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에이꼬가 소개한 친구는 이 아끼꼬뿐이었다. 가쓰오는 여자를 보면 그여자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아끼꼬의 그곳은 언제나 상쾌한 비누냄새가 날 것 같다. 그곳의 털도 많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눈빛이나 몸매를 봐서 처녀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좌석은 지정되어 있었는데, 가쓰오의 옆자리에 아끼꼬가 앉게 되어 있었다. 아마 우연이 아니고 참석자중 아끼꼬만이 가쓰오를 알기 때문에 에이꼬가 그렇게 배려해 준 것 같다. "이것은 유혹해도 좋다는 암시인가, 아니면 유혹할 수 없다고 굳게 믿기 때문일까?"남이 알면 한심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아끼꼬와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그의 어깨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세요."에이꼬의 동생 쥰꼬였다. 크고 빛나는 눈으로 가쓰오를 보고 있었다. 엷은 화장을 한그 예복차림의 모습에 가쓰오는 감탄했다. 지금까지는 여고생 교복을 입은 모습밖에본적이 없었다. "오 쥰꼬, 아주 예쁜데! 몰라볼 정도야.""빈말은 그만 하세요."쥰꼬는 전혀 웃음기 없이 가쓰오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어차피 오셨으니까 공항까지는 나가셔야죠?""아무래도 좋아.""차는?" "있어.""그럼 저를 태워 주세요. 할 얘기도 있어요. 왕복 모두 태워 주시고, 집까지 보내주세요." 이아이만이 확실하게 에이꼬와의 관계를 알고 있다. 말을 꾸밀 줄 모르고 고집 센여고생이라 해도, 다른 남자에게는 이렇게 허물없는 말투를 쓸 수 없을 것이다. 가쓰오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끄덕거렸다. "꼭요."쥰꼬는 다짐을 하고 나서 그제서야 아끼꼬쪽을 보고 비로소 웃음을 짓는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분주해서 죄송해요."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사흘 전까지 사귀던 남자를 피로연에 초대하는 신부. 그자리에 어정어정 나타나는남자. 이 17세 소녀는 그것을 어떻게 받들이고 있을까?'쥰꼬가 사라지고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가쓰오의 이름을 부르며 한 청년이 다가와서 허리를 굽힌다. "이시이 씨세요? 인사 드리겠습니다. 후지까와의 고교시절 친구입니다."그러면서 명함을 내민다. "오늘은 제가 사회를 맡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부 친구의 한분으로서 한마디축하의 말씀을 해주십사 하고 부탁드립니다."가쓰오는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안 됩니다. 전 남 앞에 나서서 얘길 할 줄 몰라요."그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말하길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오늘은 나서서 얘기할 처지가 못된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꼭 한마디만 해주세요. 이것은 신부가 부탁하는 것입니다.""신부가요?""예." 가쓰오는 한숨을 쉬었다. 너무 사양하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럼 할 수 없군요. 한마디만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사회자가 사라지고 곧 웨딩마치가 연주되는 가운데 에이꼬와 후지까와가 손을 잡고들어온다.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에이꼬의 모습을 본 순간,"알았다." 하고 가쓰오는 마음 속으로 무릎을 쳤다. '이거야! 에이꼬는 이모습을 나에게 보이고 싶었던 거야. 뭐니뭐니해도 여자의 일생 중 가장 화려한 모습이니까.'울려퍼지는 박수소리 속에서 자신도 박수를 치면서 가쓰오는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이리저리 지나친 생각을 하니까 나빠. 여자는 단순한 거라구.'그러나 가쓰오의 눈에는 순백색의 그 웨딩드레스가 핑크색으로 보이고, 잠옷으로보인다. 그리고 그 안은 에이꼬가 잠옷을 입을 때는 언제나 그런 것처럼 맨몸인 것 같은착각을 느낀다. 드레스 속에는 사흘 전의 그 나체가 있지 않은가.신부 옆에 서 있는신랑을 본다. 키가 크고 미남이다. '이것도 보이고 싶었겠지.'에이꼬가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가쓰오는 남과는 다른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적대감도 있고 경계심도 있다. '오늘밤은 비행기 속에서 지낼 테고, 내일밤이면 이남자가 에이꼬의 몸속에 들어가겠지.' 묘한 친근감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몸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나는 악당이야.'그런 생각을 하니 오히려 안심이 된다. 연회가 시작되었다. 신부는 머리를 숙이고 있다. 가끔 신랑이 신부에게 속삭인다. 그러면 신부가 끄덕인다 흐뭇한 광경이다. 가쓰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가쓰오에게 그럴 생각만 있었다면 지금 신부 옆자리에 있는 것은 가쓰오 자신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에이꼬와 쥰꼬와 자신뿐이다. 에이꼬의 눈길이 처음으로 가쓰오와 마주친 것은 후지까와가 다니는 회사의 중역이 지루한 연설을 하고 있을 때였다.눈이 마주쳤다. 에이꼬는 그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가쓰오를 바라보고 있다. 가쓰오도 바라본다. 중역의 말소리가 귀에서 멀어지고, 눈에서는 주위의 사람들 모습이 희미해진다. 에이꼬의 눈에눈물이 고인다. 이불 속에서 그를 바라볼 때와 같은 눈매다. '안돼, 남이 의심하잖아.'가쓰오는 시선을 돌리고 아끼꼬에게 몸을 돌렸다. "좀 길군요.""그래요." 아끼꼬가 끄덕이고 가쓰오가 다시 말한다. "당신도 공항까지 가요?""예, 그럴 생각이에요.""제 차로 가시죠."쥰꼬가 같이 가자고 말하기 전에는 만약 아끼꼬가 공항에 간다면 같이 가고, 안간다면 같이 어디 다른 곳에나 갈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의 결혼식에 나오는 독신여성은 가장 유혹하기가 쉽다. 가쓰오가 이제까지 고교나 대학 친구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가장 큰 즐거움은, 신부의 친구들에게 접근하는 일이었다. 그날 밤 안으로 끌어안게 되는 여자도 있다. "그럴까요. 쥰꼬가 선생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거 아닐까요?""뭐, 상관없어요."다시 에이꼬를 본다. 에이꼬는 아직 가쓰오를 보고 있었다. 너무나 대담하다. 가쓰오는 남의 눈에 띄지않게 머리를 젓는다. 그러자 에이꼬가 살짝 끄덕이고 머리를 숙인다. 연회가 진행되어 이윽고 가쓰오가 지명되었다. 사회자가 가쓰오를 이렇게 소개한다. "에, 이번에는 신부의 학교선배이며, 또한 신부가 공부하고 있는 그림의 좋은 지도자이신 이시이 가쓰오 씨께서 신부의 예술적 소질에 관해서 한마디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어떤 소개말을 하는가 하고 궁금했었는데, 그림 공부와 연관시키다니! 에이꼬도 영리하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러나 가쓰오는 화가가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이자리에 참석할 정도의 사이라는 이유가 안된다. 신랑을 비롯해서 참석자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가쓰오는 역공을 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같이 사까구찌 양, 아니 오늘부터는 후지까와 부인이시지만,신부는 현대 여성답지 않게 남자 친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는 현대인으로서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참석하도록 권유를 받았습니다. 사실저는 이렇게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그 까닭은, 저는 사까구찌 양에게 조금은 짝사랑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시일이지나고, 오늘 이렇게 사까구찌 양이 훌륭한 신랑 후지까와씨와 화촉을밝히는 자리를 지켜보게 됐습니다. 큰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조금은 아쉬운 데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부 사까구찌 양은 보시는 바와 같이 미인이고, 또한 모든 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재능이 넘치지만."거기까지 말하고 가쓰오는,'여기서 에이꼬의 몸속 깊은 곳의 특징을 말해 버리는 것도 재미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의 눈앞에 두개의 긴 꽃잎이 떠오르고, 에이꼬의 그 힘있게 빨아들이는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가쓰오는 급히 그런 환상을 떨쳐 버리고 말을 계속했다. "또한 가지 제가 느낀 것은 신부가 대단히 착한 인품의 소유자라는 것입니다. 어느날...." 가쓰오는 작은 에피소드를 말했다. 그것은 가쓰오와 에이꼬 사이의에피소드 중에서는가장 시시한 일이었다. 가쓰오가 말하고 있는 동안 에이꼬는 머리를 숙인 채였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보다더 깊이 숙인다.얘기가 끝나고 자리에 앉은 가쓰오에게 아끼꼬가 맥주를 따라 준다. 가쓰오는 그것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러자 금밤 또따른다.그리고 가쓰오의 얼굴에얼굴을 맞대고,"왜 당신이 결혼 안 했죠?"하고 속삭인다. 가쓰오는 맥주의 거품이 일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이 여자가 혹시 나와 에이꼬의 사이를 눈치 챈 건 아닐까?'그는 천천히 아끼꼬의 얼굴을 마주본다. 아무질문도 안한 낯으로 아끼꼬는 말하고 있는 사회자 쪽을 보고 있다. 그 옆얼굴에서 그는 대리석과 같은 차가움을 느꼈다. '이 여자는 우리의 세계에 갑자기 뛰어들었다. 그것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된다. 좋은 일이다. 이여자가 짐작하고 있는 것인지, 에이꼬가 털어 놓았는지 그것은 알 수 없다. 아무튼 내가 당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가쓰오는 어깨를 아끼꼬 쪽으로 기울이며 속삭였다. "당신을 만났기 때문이죠."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끼꼬는 뻔히 알것이다. 그것으로 된 것이다. 빈말이라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것이다. 연회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도중에 에이꼬는 두 번 옷을 갈아 입었다. 그 두 번째 화장을 마치고 슈트로 갈아 입고 나타난 에이꼬는 다른 사람에게는 평소의 에이꼬로 보였는지 모르지만, 가쓰오에게는 잠옷을 벗고 돌아갈 차비를 한 에이꼬처럼 보였다. "이시이 선생님보다 좋은 형부가 될 거예요."하고 쥰꼬가 빈정거리는 듯한 말을 한다. 쥰꼬는조수석에 앉았고, 아끼꼬는 뒷좌석에있었다.쥰꼬의 말투에는 도전적인 느낌이 엿보였다. 앞쪽을 본 채 가쓰오는 끄덕거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사이를 두고 덧붙였다.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아뇨." 쥰꼬는 머리를 흔든다. 그러나 말을 잇지 않았다. 아끼꼬가 있기 때문인가. '야단인데. 정말 집까지 바래다 줘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돌아갈 때도 부모들과 한차를 탈 것 같지 않군. 아끼꼬를 먼저 내리게 해야 한다.'"그런데 할 얘기가 뭐지? 난 비행기가 뜰 때까지 있지는 않을 거야.""나도 그래요. 돌아갈 때 얘기하죠."공항 로비에는 연회장에 있던 사람 중 상당수가 배웅하러 나와 있었다. 신혼 부부는그 사람들 속에 싸여 있었다. 쥰꼬는,"몰래 떠나지 마세요."하고 가쓰오에게 다짐을 하고 그쪽으로 갔다. 가쓰오와 아끼꼬가 남았다. 기회가 온것이다. 가쓰오는 아끼꼬를 보고,"오늘밤 만나 주시겠어요?"하고 말했다. "술을 마시면서요?""그렇게 되겠죠.""차를가지고 가시겠죠?""차는 두고 가겠어요.""하지만 에이꼬에게 미안해요.""그건 상관없습니다. 적어도 오늘부터는.""아직 나는 에이꼬와 얘기를 못했어요. 저기서 에이꼬와 얘기하고있는 여자들은 모두 내 친구들이에요.""왜 안 가시죠?""당신과 내가 있는 곳에 에이꼬가 오게 하기 위해서예요. 에이꼬도 아까부터 이리 오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것 같아요. 저봐요. 저기 오고 있어요. "에이꼬가 혼자서 이리 오고 있다. 가쓰오에게 눈짓을 하고 아끼꼬에게 손을 내민다. 두 여자가 인사는 빼고 얘기를 시작한다. 가쓰오는 옆에서 그것을 듣고 있다. 누가보아도 자연스럽다.에이꼬가 가쓰오 쪽을 보면서,"오늘 고마웠어요."하고 예의를 갖춘 인사를 한 것은 아끼꼬와의 얘기가 어느 정도 끝난 뒤였다. 가쓰오도 주위의 눈을 의식해서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성대한 예식이었어. 정말 축하해."그러자 에이꼬가 눈을 반짝거리며 낮은 소리로 재빨리 말한다. "벌써 아끼꼬를 유혹했군요?""아냐." 가쓰오가 웃었다. 그들의 얘기는 아끼꼬이외의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표정이나 태도가의심스럽게 보이면 안 된다. 아끼꼬가 에이꼬의 팔을 잡았다. "그런 말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자, 이것이 마지막이야. 사람이 오기 전에 하고싶은 말이나 해."'에이꼬는 아끼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있었구나.'순간적으로 그런 판단을 했다. "행복을 빌어. 난 그것뿐이야."그 말에 따라서 에이꼬가 말했다. "이젠 안 만나요. 하지만 전화는 할지도 모르겠어요."눈동자 속에 눈물 빛이 어른거리고 있는 듯하다. 곧 아끼꼬가 에이꼬에게 얘기를해서 다른 사람이 다가왔을 때는 에이꼬와 아끼꼬가 얘기하고 가쓰오는 그것을 듣고있는 모습으로 돌아갔다.신랑 신부가 세관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것을 가쓰오가 바라보고 있다. 에이꼬는 가쓰오 쪽을 보지 않았다. 쥰꼬가 다가왔다. "이제 가버렸어요.""음." "어떤 심정이세용?""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래."돌아가는 차에 아끼꼬가 동승한다는 것을 알고 쥰꼬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그럼, 난 비행기가 뜰 때까지 있다가 식구들과 함께 가겠어요."하고 예정을 바꾼다. "그러는 게 좋겠어.""내일 전화할께요. 정말 할 얘기가 있어요. 만나주시겠어요? ""언제라도."쥰꼬의 표정이 딱딱하다. 그 할 얘기라는 것이 에이꼬와 가쓰오의 관계에관한 얘기라는 것이 에이꼬와 가쓰오의 관계에 관한 얘기일 것이 뻔하다. '에이꼬에게서 무슨 부탁을 받았을까? 아니면 독단적인 얘기일까?'도심으로 들어가면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아끼꼬에게 가쓰오는 그 의문을 중얼거렸다"걔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글쎄요. 당신과 에이꼬의 사이를 알고 있죠?""알고 있어요.""십대의 순수한 마음으로 이제는 언니를 만나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겠죠. 에이꼬의 표정으로 봐서는 앞으로도 만날 것 같아 보이던데요.""하지만 그런 상상은 신혼 부부에게 실례에요.""그러면 좋겠지만."아끼꼬가 살짝 웃으며 말을 잇는다. "위험한데요. 아까도 전화는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어요?""그런데 아끼꼬 씨는 어떻게 우리 관계를 알고 있죠?""본인에게서 들었어요, 자세히.""자세히요?""예." 가쓰오의 가슴이 뛴다. 단번에 거리가 좁혀진 느낌이다. "공항까지 당신의 친구도 몇 사람 나왔던데, 나와 이렇게 같이가고 있어요. 이것도에이꼬의 뜻인가요?""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에이꼬는 지금 이시이씨 이상으로 복잡한 심정이라고 생각해요.""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새로운 남자와의 하와이 여행. 신혼 기분이 꽉차있을 겁니다. 난 그렇게 자부하지도 않고 여자를 과대평가하지도 않아요."에이꼬는 한자리에 앉아서 친하게 얘기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이렇게 함께 돌아가는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같다. 그렇다면 에이꼬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가쓰오의 과거의 생활을 알고, 가쓰오가 아끼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안다. 이미 가쓰오가 누구와 무슨 짓을 해도 흥미가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아끼꼬가 강한여자니까 안심이라는 생각인가? 그렇지 않다면 두 사람을 맺어 주려는 것인가?"아까 자세히 들었다고 말했는데, 그게 무슨뜻이죠? 그것을 자세히 알고 싶군요."가쓰오가 아끼꼬에게 그렇게 물은 것은 어느 바에 들어가서 위스키 워터를 한모금 마시고 나서였다. "여자는 말예요."하고 아끼꼬가 말을 꺼냈다. "기쁜 일은 친구에게 얘기하고 싶어해요. 에이꼬가 특히 수다스럽다는 말은 아니니까 화는 내지 마세요. 하지만 오늘의 이시이 씨는 아주 명배우였어요.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초대를 한 에이꼬도 그 점을 믿고 있었겠죠.""하루에도 몇천 쌍씩 결혼을 하지만, 피로연 자리에 신랑과 관꼐가 있던 여자나신부와 관계가 있던 남자가 참석하는 일은 적지 않을 거예요. 별로 이상한 일도아니죠. 그런 일로 놀라는 것은 명분과 현실을 혼동하는 병아리들뿐일 거예요."그뒤부터 기묘한 밤이 되었다. 얘기를 하면서 가쓰오는 서서히 야심을 드러내어 아끼꼬를 유혹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그것을 모르는 척 하고 있던 아끼꼬도 가쓰오의유혹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자 모르는 척 할 수도 없어서 이번에는 농담으로 얼버무려피하려 했다. 그러다가문득 자세를 고쳐서 가쓰오를 노려보고,"전 놀림을 당하고 싶지 않아요."하고 말했으나, 그것은 단지 가쓰오를 놀라게해줄 생각으로 그런 것뿐이었다. 그리고 나서 아끼꼬는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말을 시작했다. "일 주일 전에 에이꼬를 만났어요. 이시이 씨의 얘기가 나왔을때 오늘밤에 관해서얘기를 했어요. 에이꼬가 그러더군요. 너를 꼭 유혹할 것이다. 그는 너에게 관심이있는 것 같고, 여자를 보면 설득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의 유혹에 응하는 게 어때? 언제까지나 처녀라는 짐을 지고 있어 봤자 별 수 없잖아. 그이라면 여러가지 의미에서 적당해. 피로연에서도 옆자리에 앉도록 해줄게. 그런 관계가 됐다고 해서 귀찮게 따라다니는 사람도 아냐. 경험을 위해서 하룻밤만 만나고다시 만나지 않아도 그이라면 그것으로 끝나. 병에 걸릴 걱정도 없고, 남자라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교제하면 돼. 하고 말예요.""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요?""내가 그런 말을 했다가 이시이씨가 농담으로 넘겨 버리면 창피를 당하는 거 아니냐? 하고 말했어요.""그랬더니 그녀가 뭐라고 말해요?"그럴 리는 없다고 하더군요. 만약 유혹해 오면 그것은분명히 진심이라고 말했어요하지만 아까부터 이시이씨의 말을 듣고 있자니 역시 놀림을 당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끼꼬는 상쾌하게 웃는다. 가쓰오가 다가앉는다. "놀리는게 아녜요. 나는 기꺼이 당신의 종이 되겠어요. 당신이야 말로 이렇게 농담으로 돌려서 좋다가 말게 하려는 거예요. 당신이 싫었다면 쥰꼬를 떼어놓지도 않았을 거예요."얘기가 아슬아슬하게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끼꼬는 사무적인 얘기를 하듯 딱딱한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는 밀고 나갈 뿐이다. "아끼꼬 씨도 혼자 지내고 있죠?""그래요." "내일 아침, 제가 끓인 커피를 드시지 않겠어요?"아끼꼬는 가쓰오의 눈을 들여다 본다. 가쓰오도 마주 본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끼꼬의 눈동자 속에 여자의 요염한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눈길을 피하지 않고아끼꼬가 말했다. "마음만을 농락하는 남자분들이 있다던데요.""난 달라요. 당신 몸의 가장 소중한 곳에 키스하고 싶어요.""에이꼬의 대용품으로요?""아니,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염원했어요. 지금까지는 그녀가 방해가 됐을뿐이에요. 이제 오늘밤에는 그 장애물이 없어요.""괜한 말이겠지만, 이럴 때는 액면 그대로 받아주는게 예의겠죠.""어떻게 하겠어요?""좋아요." 그렇게 말하고 아끼꼬는 두손을 가슴에대고 심호흡을 한다. 두 세 번 크게 들이마시고 크게 내뱉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그렇게 말하고 다시 심호흡을 한 다음 겨우 칵테일 글라스를 들어 단숨에 마시고, 가쓰오를 보면서 부끄럽다는 듯이 웃는다. "커피는 제가 끓여도 돼요."가쓰오는 어리벙벙해서,'막판에 와서 반격을 당한게 아닌가?'하고 불안이 있기 때문에 아끼꼬의 아파트에 가든 자기집에 데리고 오든 빨리 결말을짓고 싶었다. "더 마시겠어요?""예, 한잔 더요."세잔째 술이 왔을 때 아끼꼬는 잔을 부딪치며,"내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빌어 줘요."하고 말했다. "무서워할 거 없어요. 소중하게 무릎을 꿇고 모시겠어요."아끼꼬의 말투로 봐서는, 에이꼬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아끼꼬를 부추긴 것 같다. 가쓰오와 인연을 끊기 위해서인가, 후지까와의 품에 안기는 것이 죄스러워서인가. 가쓰오에 대한 복수의 의미가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가쓰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물었다. "일 주일 전에 당신에게 그렇게 말한 에이꼬의 심리는 무엇일까요?""나도 알 수 없어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너무 취해서는 안 된다. 취하고 싶지 않다. 가쓰오로서는 처음으로 만나는 타입의여자다. 게다가 스스로 처녀라고 말한다. 기념할 만한 밤이 될 것 같다.그 의도가어디에 잇든, 아끼꼬와 에이꼬가 가쓰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에이꼬는 마지막에 귀중한 선물을 남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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