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이제는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나의 글 쓰는 습관은 어쩔 수가 없다. 식구들이 잠든 한 밤중에 그것도 도둑괭이 마냥, 자판 두들기는 소리도 죽여가며 한자, 한자 쳐 내려가는 과정 속에서 그것도 버릇이라고, 엔터키는 어찌 그리 쎄게 쳐 내리는지, 나 스스로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시간의 제약과 글을 기다리고 있을 독자들 – 당연히 나의 오만이자, 판단착오지만….- 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쓰는 과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따라 가기 위해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글을 쓴다. 우선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월요일과 화요일은 좀처럼 글을 올리기 힘들다고 스스로 깃발을 내린다. 간혹 좇나게 시간이 삥삥 남아 돌아, 때 아니게 주초에 글을 올리는 탈선도 있었지만, 대개는 화요일부터 작업의 진행수순이 가닥을 잡아 나간다. 대강 그 주일에 써야 할 주제와 스토리 라인은 글을 올리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서 머릿속으로 정리된다고 보면 된다. 사실 말이지, 나의 글속에 담겨 있는 구성의 스피드 감은 오로지 전철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전철 안에서 흔들리다가, 혹은 갑자기 한강다리를 건너는 철교의 굉음 속에서 번뜩번뜩 떠오르는 얘기들이 주제로 선정되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제를 얻을 수 있는 관계로 줄창 지하철만을 타고 다닐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렇게 두서없이 흙탕물처럼 뿌연 머리 속의 복잡함이 천천히 가라앉는 기다림이 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앙금이 가라앉고 나면, 남게 되는 맑은 물처럼, 나는 그런 상쾌한 구성의 말미가 손에 잡히기까지는 글에 손을 대기 싫어지곤 했다. 무신 놈의 되도 않는 야설을 써 대면서 그렇게 가릴 게 많냐고 하겠으나, 글은 글이니까. ‘여보, 뭔 생각하는데,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데?’ 일요일의 와중에 언제나 듣는 아내의 핀잔… 당연히 나의 머릿속은 딴 곳에 가 있는 게다. 이제는 아내도 나의 성의 없음과 무관심에 익숙해 져서, 그런 질문에 대꾸하덜 않고, 미친갱이 처럼,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지 조차 않는다. 제일 괴로울 때가 주말에 무슨 요식행사가 있는 때라고 할 수 있다. 별로 사교적이지도, 활동성이 출중한 것도 아닌 나의 행태로 보아, 누구의 결혼이다, 생일이다 해서 복작댈 때면, 겉으로야 그렁그렁 해도, 종국에 가서는 아내의 화를 머리끝까지 돋구는 벽창호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야 만다. ‘도대처 머릿속에 뭘 넣고 사는지, 매사에 관심이 하나도 없어요, 그 뿐이야? 그 놈의 머릿속에는 똥쌕 밖에 든 게 없다니깐. 내가 미쳐요, 미쳐…..’ 아내의 불평이 활화산처럼 터질 때마다, 당연히 따라 나오는 기본 반찬, 똥쌕…..대갈빡의 반은 섹스, 반은 똥밖에 차있는 것이 없다는 아내의 정설….나는 그런 인물로 낙인 찍혀 있었다. 그뿐인가? 아이들 에게도 나의 인상은 별로 흔쾌하질 못하다. ‘엄마, 아빠 또 졸아요!’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나날을 지내니, 이건 자동 기계도 아니고, 등만 어디다 댔다 하면 눈꺼풀이 바로 셔터를 내려, 장사 안 한다며, 쫑을 내버리니……전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로 북적댈 때면, 나는 전철 치한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틈도 없이 밀착된 사람들 속에서 내가 스스로 서 있다기 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건들거려 지는 것에 쾌재를 부른다. 물론 등이 닿아 있으니까…..잠이 드는 것은 물론 이고, 어떤 때는 꿈까지 꾸는데, 가장 쪽 팔리는 상황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꿈으로 이어지는 그 찰나, 엉뚱하게 입으로 튀어 나오는, 헉 하는 헛소리가 그것 이었다. 대개는 단발의 짧은 비명이지만, 그 소리에 소스라쳐 놀라 깨면서도, 그 달콤함을 뿌리치질 못해, 바로 코를 골기 시작한다. 직장 내에서도 나의 존재는 별로 다를 바 없다.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졸기 시작하면, 정말 가관이 따로 없다. 대개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졸면서 글씨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 속으로는 무슨 글자를 쳐 대기는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어 살펴보면, 저게 무신 말인가 싶을 정도로, 해괴한 단어가 찍혀 있는 모니터의 화면….. ‘아주 쌩쑈를 해요, 쌩쑈를……’ 직장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듣는 평 중의 하나다. 그러다 보니, 나의 존재라는 것이 평범을 가장한, 수준 이하 라는 평에 제일 가까운 것을 보게 된다. 학생 때야 꿈도 많았고, 되고 싶은 것도 좇나 많았건만, 나의 현재는 이도 저도, 좇도 아닌, 그저 삶에 쫓겨 다니는, 그저 그런 인생일 뿐임을 나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질 않아도, 남들이 다 그렇다고 한다. 능력이야 명퇴 당하질 않고, 그 자리에 버티는 것만해도 나는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수준이다 보니, 남들의 평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나의 지적 사항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체격이야 보통이지만, 남들에 비해서 식탐이 많은 것이 문제긴 문제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거지만, 수면시간이 모자라면, 그것을 신체적으로 무리하게 이겨 나가기 위해, 호르몬이 정도 이상으로 분비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정량보다 과하게 음식을 섭취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가져 온다는 연구결과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식탐도 때로는 정당화 하면서, 꿋꿋하게 생활해 나가지만, 애들의 등쌀에 면상 쪼개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엄마, 아까 여기 놔 뒀던 과자, 누가 먹었데?’ ‘보나마나, 아빠지, 누구겠냐?’ 과자라는 것이 그렇질 않은가? 봉지 안에 개스를 주입해서 부풀려 놓았을 때는 몰라도, 개봉하고 나면 시간이 갈수록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해서 눅눅해지는 그런…..나는 그걸 보다 못해 먹은 거 뿐인데……아무튼 이야기가 갓길로 빠졌지만, 나의 위치는 현재 그랬다. 글 쓰는 이야기로 돌아와서, 다른 작가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내가 글을 쓰고 나서 부터는 그 좋다는 야설을, 그것도 기라성 같은, 다른 분들의 글이라 할지라도, 절대 읽지 않는다. 지금이야 올림픽에서 몇관왕 이네 어쩌네 하는 철인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오래 전, 미국의 수영 선수 중에 코수염을 멋지게 기른, 까무잡잡한 스타일의 마크 슈피츤지, 스피츤지,- 이건 무신 강아지 종자도 아니구설랑…- 기억에도 희미하지만 어쨌든 그런 올림픽 출전 수영선수가 있었다. 그 수영선수가 보기 드물게 다수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 인터뷰는 아직까지 나의 기억에 생생하다. 자신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수영장에서 누구보다도 빨리 뛰쳐 나오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그 얘기… 조크도 섞였겠지만, 그의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 지금에서야 느껴보지만, 수영을 마음껏 즐기는 것과 금메달이라는 압박감에 밀려, 뼈를 깎는 고통 속에 피나는 훈련을 해야만 하는, 그 선수의 심정을 여실히 표현한 일성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자신이 그렇게 유명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다만, 나 스스로도 리플에 연연해 하지도, 악플에 맘 상하지도 않으며, 애저녁에 돈 되는 건 포기한 무대뽀 글발 이지만, 글을 올리고, 다른 글들을 읽을 사이도 없이, 부리나케 사이트를 빠져 나가는 걸 보면 일종의 동질성을 느끼기도 하기에……그러나, 나의 글 쓰는 작업을 즐겁게 하는 마지막 나의 씨크릿은 바로 포르노에 있었다. 나는 언제나 글을 쓸 때면, 내가 좋아하는 포르노를 같이 띄워 놓은 채, 글을 써 나간다. 워드를 칠 때는 자동으로 야동의 윈도우가 가려지면서 소리만 들리고, 별 재미는 없지만, 글발의 순이 죽거나, 이어질 단락에서의 묘사가 바로 바로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때는, 하단의 메뉴를 클릭해서 맨 처음부터 띄워 놓았던 야동의 영상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는 그랬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제작 인력들은,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어놓고, 성탄절의 분위기 속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야만 보다 근접한 크리스마스 카드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나? 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 버릇으로 인해 내가 야설을 쓰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글을 쓰기 전에 나만이 비밀리에 모아 놓은 야동 VCD와 DVD를 고르면서 오늘은 무슨 스타일의 보지를 맛볼까 하면서, 내심 고민하는 것이 첫 단계였다. 그로 인해, 써 내려가는 글의 스타일이 좌우되는, 요상한 기류를 나는 얼마 전부터 알게 된 것이, 이 이야기의 발단이다. 야동을 띄워 놓을 때, 주의하는 것은 사운드 였다. 나는 글을 쓸 때면, 음악을 들으며 다닐 때 사용하는 이어폰을 시스템의 출력 포트에 꽂아 넣는다. 물론 한쪽은 귀에 꼽고, 다른 한쪽은 그냥 늘어 뜨린 채로 놔 둔다. 밤에 자다가, 오줌이라도 마려워 깨곤 하는 집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였다. 생긴 것 답지 않은 나의 준비성…..씨잘데 없는 분야에서만 빛을 발한다. 평소의 습관대로 나는 무심코 야동을 띄워놓고, 워드를 불러 올렸다. 지난 번에 썼던 글의 제목이 파일의 메뉴를 열었을 때 보이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글을 클릭한다. 지난번에는 어떻게 썼었지?.... 음… 그랬었지…..그 부분은 정말 괜찮았어……글을 시작도 안 했는데, 야동을 통해 들려오는 이어폰 속의 여자 비명이 벌써 꺽꺽 넘어간다. 워드의 화면만 나와 있는 채로, 귀로만 들리는 야동의 사운드는 흡사, 한 여름, 옆집 창문을 통해 들려오던 젊은 신혼 부부의 색스런 교접음을 연상시킨다. 내가 쓴 글을 되돌려 읽으면서, 별로 야한 장면이 아닌데도, 나의 아랫도리는 잠옷 안에서 도리깨 질을 쳐댔다. 그러나, 아직까지 머릿속에 앙금처럼 가라 앉아 있던, 스토리 라인의 초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질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글 쓰는 작업을 접고, 인터넷으로 들어간다. 사이트로 접속을 하고, 맨날 선전만 날라오기는 해도, 쪽지를 둘러보고, 곧바로 게시판으로 가 본다. 저번에 올린 글의 리플은 뭐가 올라 왔을까나? 나는 그 시간이 제일 좋았다. 어떤 때는 글 쓰는 것도 포기하고, 독자들이 남긴 그 간의 리플만 줄창 읽다가 시간을 다 날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건 훈장과도 같았고, 나를 향한 소리 없는 박수라는 생각에 내 글의 수준을 따지기 이전에, 값어치가 대단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는 나의 글 속에 이상한 기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종의 패턴 이랄까, 암튼 지식이 미천해서 잘은 몰랐지만, 적어도 파도처럼 왔다가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나는 펜과 글을 올린 날짜, 리플, 조회수 등을 처음부터 차례로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글쓴이가 이런 행위를 하면서 흡사, 누군가 글을 읽은 것처럼 조회수에 회수 하나를 더하는 행위가, 의도적 이지는 않더라도, 나는 뽑히지도 않을 반장 선거에 미련하고, 치사하게 나 스스로 한 표를 던지는 또라이 처럼 굴고 있었고…인터넷에서 빠져 나와 그것도 꽤 시간을 잡아먹은 작업의 결과를 놓고,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언제나 일정 수의 독자가 글을 읽어주고 있었지만, 유달리 불특정 다수로 보이는 정도 이상의 조회수가 올라오는 글들이 있었는데, 그 주기가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어떤 패턴의 유사성을 안고 있었던 것을 나는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슬픈 멜로의 장르였고, 때로는 이데올로기의 얘기도 있었으며, 경쾌한 코믹이 가미되면서도 우수가 드리워진 내용이라고 압축할 수 있었다. 나는 종이에 적어 넣은 기록과 글과의 상관관계로 그 날밤을 보냈고, 무언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서 새벽녘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나는 다음 날도 어김없이 전철에서 침 까정 질질 흘리면서 졸았고, 직장에서는 모니터 앞에서 졸다가 그나마 새로 바뀐 비싼 액정 모니터까지 넘어뜨려 박살을 낼 뻔 했다. 어휴, 화상! 나는 이래저래 안 되는 인간인 가봐! 라며, 스스로를 자책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평소와 다르게, 빠앙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교차하는 전철끼리 신호를 하는 통에, 졸음에서 언뜻 깨게 되었다. 가끔 그렇게 다리를 통과하는 양쪽의 전동차끼리는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한다곤 했는데…. ‘그래, 그거야! 야동!’ 나는 한가지 생각에 매달려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한번도 졸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 갔다. 아이들도 일찌감치 자리에 들었고, 오전 내내 김치를 담그느라 피곤했다는 아내도, 자는 사이에 건드리지 말라는 일침과 함께 침대로 직행했다. 나는 옳다구나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의 파워를 켜기 전에, 내 CD백을 열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어제 밤에 적어 놓았던 기록들을 살펴봤다. 내가 가장 자주 보던 야동과 글의 내용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서, 기억을 떠 올리려고 했지만, 그게 그거 같았고, 당췌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나의 습관…그것도 무지하게 무식한 습관…..대개 CD매체를 보호하고, 장기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으려면 우리가 무시하고 눈 여겨 보지 않는 CD 매체의 취급방법이 중요했다. 나는 CD의 렌즈가 닿는 부위도 아랑곳 하질 않고 마구잡이로 CD를 붙드는 습성이 있었는데, 그런 나의 평소 습관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야동 VCD와 DVD를 하나씩,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불빛에 비추어가며, 어떤 것이 가장 나의 지문이 많이 남아있는가를 살폈다. 글을 쓰던 당시의 기억에 도저히 남아있지 않던 결과는 너무도 명확했다. 두서너 개의 매체 이외에 내가 줄창, 아무 생각 없이 틀어댔던 것은 오직 한 VCD였다. 나는 평소대로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꼽고, 처음부터 그 야동을 정식으로 살피기로 했다. 야동을 접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1시간 여나 되는 야동을 모두 꼼꼼히 보는 분들은 극히 드물다고 들어왔다. 내용도, 거기에서 거기였고, 나오는 보지들도 그게 그거 였기에, 고속으로 돌려 보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면을 연속해서 돌려 보거나, 자위의 대상으로 포우즈를 한 뒤에 감상한다든가 하는 것이 통례적 이었기에 말이다. 나의 취미상, 일본 야동을 즐겨 보았고, 선택되었던 것도 바로 일본 야동 이었다. 별로 눈에 띄는 미모도 아니고, 인터넷 상에서 잘 알려진 AV스타도 아니었다. 언제나 무심코 보면서, 보기 보다 빠구리 하나는 끝내주네 라며, 보아 왔었는데, 오늘은 좀 다르게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글을 써댈 수 있었던 음란한 창작의 보고였던 셈이지만, 나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새삼 교과서처럼 정식으로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마저 들고 있었다. 여타, 물밀듯이 불법 카피로 들어오는 일본 야동의 스타일처럼 그 여자도 세라복을 입고, 원조교제의 대상이 된 듯한 자세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실 일본의 AV물들은 일본의 젊은 남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섹슈얼 팬터지를 중심으로 제작된다고 들어왔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세라복을 한 여고생과의 원조교제, 두번 째가 넘보기 힘들다는, 헌팅에 자진해서 걸려드는 유부녀, 간호원과의 섹스, SM, 전철내 치한, 그리고 실제처럼 보이게 연출하는 강간시리즈가 그것 이었다. 법적으로 모자이크 처리가 기본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국외수출품이라 할지라도 일단은 모자이크가 처리된 상태로 비준을 거쳐야 하고, 그 다음에 모자이크 제거기로 재 처리된 작품으로 외국에 반출된다고 했다. 그래서 노모자이크라 할지라도 보지 부분이 나오거나, 좇질을 하는 부분에 약간의 노이즈가 잡히는 것이 그런 이유라고들 했다. 일본 야동의 웃기는 짬뽕은 또 있었다. 음모도 OK, 유방도 OK, 게다가 똥꾸녕도 OK, 그러나, 유독 씹이네, 좇이네, 좇질이네 이런 것들만 검열대상이라고 하는 법적 기준이 그거였다. 이미 볼거 다 봤는데, 똥꾸녕은 되고, 씹은 안되고……. 내 참, 어이가 없어서리….그래서 일본의 야동 중에서 많은 부분이 여자 배우의 보지를 핥기 전에, 똥꾸녕만 살짜그리 보이게 팬티를 내리고, 뒤에서 핥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했다. 노모자이크의 한계점까지 가겠다는 감독의 의지랄까?- 좇나 숭고하네! -. 그나마 넘는 재주가 일본어 때문인지, 가끔 재수 좋게도, 출장 대상자의 부인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든가, 급작 시럽게 맹장이 꼬였다든가 했을 때, 대타로 나선 덕에 일본 출장을 몇 번 갈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 당시, 스토리 라인도 꽤 그럴싸하고, 나오는 AV스타도 만만찮게 어여쁜 야동을 몇 개 갖고 있었는데, 그 놈의 모자이크 땜시롱 돌아버릴 지경에 처해 있었다. 당삼, 일본 출장의 건은 번개 같이 마쳐 놓고 아끼아바라의 뒷골목을 샅샅이 뒤질 결심으로 나섰던 기억이 난다. 가보신 분은 아시겠으나, 전자상가로 유명한 아끼아바라 전철역에서 내리면, 역 앞에는 조그만 광장이 있고, 그 광장에서는 어김없이 서울 뺨치게, 비스무그리한 음조와 리듬으로, 무채 써는 칼 장수가 낭랑한 목소리로 시범을 보이고 있었고, 마주 보이는 상가의 골목이 우측 끝에 보이는데, 그 형태가 꼭 청계천의 전자상가 골목과 흡사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는 그 곳에서 비디오의 출력 AV포트에 장착하는 모자이크 제거기를 떡 하니 상봉하게 되었다. 사실 일본 야동의 우스꽝스런 법적인 숨바꼭질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듯도 싶다.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노모자이크 작품과 그걸 교정해서 바로 볼 수 있는 제거기가 공존해서 돌아다니는 아이러니….. 나는 가격에 자지러졌다. 우리나라 돈으로 30 만원 정도나 하는 게 아닌가! 더 비싼 것도 있었는데, 그 것은 시중에 나와 있는 어떤 모자이크의 형태- 반전모드, 굵은 모자이크, 잔 모자이크, 겹줄무늬, 방울무늬….등등 – 라도 모두 교정해 준다는 것이었고, 소위 전문가가 말하는 노이즈 조차 제거할 수 있다고 하는 버전들 이었다. 나는 눈물을 삼키면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에휴! 쩐 없는 게 왠수지! 그러던 것이 일본과의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문화교류가 이어지면서 보다 쉽게 일본 야동을 구할 수 있게 되어, 구지 그 모자이크 제거기에 대한 욕구는 단번에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그 선택된 야동을 미디어 플레이어로 작동시키면서 펜을 들었다. 맨 처음에 화면에 나타난 그녀의 이름을 적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녀의 이름은 나오질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열나 좇물을 싸대는 휘날레가 끝났는데도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아마도 신참 이었거나, AV업계에 처음 발을 담근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만 해볼 뿐이었다. 대개 유명한 스타들은 빠구리가 끝난 다음에 모델 같은 매혹적인 포우즈의 누드쑈 라든가, 영상 사진집 같은 것들이 곁들여져 있는데, 이것은 그렇질 않았다. 이제사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 그녀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화면에는 보이질 않는 남자가 질문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무릎을 꿇고, 조심스런 표정으로 얌전하게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나이를 밝힐 수 는 없고 그냥 학생이라고만 했는데, 그건 설정이라고 믿어졌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많이도 보아온 그녀의 보지와 탱탱한 히프, 거뭇한 똥꾸녕 주름살 등을 감안해 보면 그녀는 분명, 23살에서 24살 정도가 맞는 나이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맨 처음에 주의 깊게 듣질 않았던 질문 내용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질문을 하면서 그녀의 젖을 슬슬 쓰다듬으며, 젖꼭지를 발기시키려고 애쓰는 남자 배우의 질문이 하도 엉뚱해서 였다. 좋아하는 체위는 뭐냐, 언제 처음 성경험이 있었느냐, 어떤 섹스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 는 질문은 다른 야동 에서도 접할 수 있는, 흔히 있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유독, 가장 슬펐던 사건은 무엇이었냐는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또라이가 아닌가 싶은 생각 마져 들었다. 나는 그 여자의 대답이 궁금했다. 나는 그 여자 배우의 대답을 그 상황에서 열 번은 넘게 돌려 보게 되었다. 연기가 아닌, 앵무새 처럼 외우는 대사가 아닌, 진지한 눈빛의 그 대답, 사랑하는 남자 친구와 얼마 전에 헤어진 일이 가장 가슴 아팠다는 그녀의 대답…..이제는 소파에 누워, 고개만 기대어 세운 뒤에, 카메라 정면을 바라 보면서, 가랭이를 벌려, 하얀 팬티를 드러내 놓고 진지하게 말하고 있던 그녀…. 분명히 그녀의 표정은 미묘한 떨림이 있었고, 음성조차 가늘게 흔들리는 것을, 몇 번의 반복을 통해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화면 속의 남자는 계속해서 학생으로 분장한 그녀의 보지 부분을 팬티 위로 묘하게, 집중적으로, 공알을 중심으로, 손가락 장난을 펼치고 있었다. 연이어 찡그려지는 그녀의 표정과 화면에 젖어 들며 나타나는 그녀의 씹구녕 윤곽…. 와락 하며, 팬티를 잡아 찢으며, 질문이 이어진다. 남자 친구 이외에, 이렇게 보지를 내보인 적이 있느냐는 질문. 그녀는 없다고 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떨군다. 나는 그 장면에서 포우즈를 하고, 화면을 캡춰한 뒤에 포샵 으로 재처리를 했다. 화면에 한 순간 비쳤던 그녀의 눈물이 보였다. 왜 였을까? 헤어진 남자 친구에 대한 미련? 남아 있는 사랑? AV업계로의 진출을 통한 진한 복수의 되돌림? 아무튼, 의문스런 장면이었다. 그녀의 두 다리가 약간 건들거리며, 여유를 부리는 동안, 화면 속의 남자는 안약 같은 통을 들어, 그녀의 공알에 한 방울 떨어뜨린다. 화면으로 사라지기 직전, 사선으로 드러난 그 표식을 나는 알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귀국 선물이라고 받았던, 그 약이었다. 섹스 전에 여자의 공알에 한 방울만 떨어뜨려 주면, 씹에 불이 난 것처럼 공알 에서 폭발적인 쾌감이 발생한다는 그 약이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써 볼 기회가 없었다. 보수적인 아내에게 어디, 보지 빨다가 안약통을 들이댈 수 있었겠는가? 시쳇말로 그림의 떡이었는데, 이제서야 야동을 자세히 보면서 알아챌 수 있었다. 또다시 이어지는 질문… 그 남자는 야동에서 많이 보아오던 누에고지 같은 바이브를 꺼내, 남자 친구가 이런 거 해준 적이 있느냐 면서, 그녀의 공알을 무자비하게 바이브로 압박해 들어갔다. 맨 처음에는 입술만 물고, 참는 듯 하더니, 바이브를 떼었을 때는 숨을 내 쉬다가, 바이브가 씹공알에 닿기만 하면, 불에 데인 것처럼,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허리를 뒤틀었다. 여자가 너무 발광을 하자, 이번에는 바이브를 떼고서 묘기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건 무슨 국민체조도 아니고, 들어갔다, 나왔다라는 명령을 반복했다. 그녀는 그 명령에 순순히 따랐다. 아랫배와 똥꾸녕의 주름이 만들어 내는 그녀의 씹구녕 운동은 가히 탄복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씹구녕의 주름이 말려 들어갈 때는, 안쪽으로 구멍이 뻥 뚫렸고, 보지 안창살이 밀려 나올 때는, 혓바닥 내밀 듯이 쑥 밀려 나오는 것이, 먹었던 좇대가리도 단박에 토해낼 듯, 탄력이 흘러 넘쳤다. 그러나, 그 남자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사람이 조인해도 좋으냐는 질문에, 누워 있던 그녀가 옆으로 다가서는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옆으로 다가선 남자 배우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젊은 녀석인데, 요즈음 사 모으는 야동에 꽤 자주 나오는 인물 이었다. 서양 놈들 못지 않게, 굵고 건실한 좇대를 자랑 하면서,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는 그녀에게 다가 왔다. 화면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고 보지만을 갖고 장난을 쳐 오던 녀석은, 뒤이어 계속해서 보지로 들러 붙었다. 이번에는 그 누에고치 같은 바이브를 세 개나 그녀에게 들이댔다. 하나를 보지 속으로 밀어 넣고, 다른 하나를 다시 보지 속으로, 나머지 하나는 기름을 발라서리, 그녀의 항문에 서서히 밀어 넣었다. 항문에 넣은 바이브는 진동과 함께 괄약근이 움찔했는지, 몇 번을 빠져 나왔는지 모른다. 기어이 세 개의 바이브를 다 넣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젖꼭지를 사정없이 빨고 있던 그 노랑머리가 일어서서 그녀의 입에 좇을 물려 주었다. 입안이 가득 찼으면서도 그녀의 머리 끄댕이를 잡아당기며, 입안으로 좇을 쳐 넣는 그 녀석… 보기만 해도 내 목이 다 막혀온다. 이어서 팔만 보이는 아랫도리의 그 녀석이 아니나 다를까, 씨뻘건 색의 진동 딜도를 준비해서 기름칠을 하고 있었다. 보지로 들어가는 좇대의 형태 위에, 정확히 혹처럼 붙어 있는, 또 다른, 초고속 진동을 자랑하는 딜도의 꼬다리, 그녀에게 노랑머리가 일어서서 좇을 빨리 우는 동안에도, 그 혹처럼 생긴 꼬다리가 정확하게 씹공알을 강타하면, 그녀는 입안의 좇을 토해 내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한 손으로는 빠는 좇을 붙들고, 한 손으로는 자신의 보지 속을 연상 쑤셔 대면서, 공알을 가만히 놔두질 않는, 그 바이브 꼬다리의 공격을 막아 보려고, 아랫도리 쪽을 향해 연상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 남자의 명령은 거셌다. 다리도 벌린 채로, 움직이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었고, 빠는 좇도 입 밖으로 토해내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 서슬에 겁을 집어 먹었는지, 그녀는 좇을 입에 문 채로, 허리가 점차 휘어져 내리더니, 온 몸에 맥을 놓고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그래도 그녀의 보지를 쑤셔대는 딜도의 팔은 가만 있질 않았다. 이미 정신을 놓았음에도 그녀는 딜도의 꼬다리가 공알을 압박할 때면, 시체가 꿈틀거리듯이 온몸을 떨어댔고, 특히나 하복부와 히프로 연결되는 넓적다리의 근육은 덩달아 쥐가 나는 것처럼 경련하고 있었다. 그녀가 정신을 잃었지만 빠구리는 지금 부터였다. 널부러진 그녀의 보지와 똥꾸녕에서 딜도를 빼내고, 입에 좇을 빨리우던 노랑머리가, 그녀의 버둥거리며, 정신을 놓고 있는 가랭이를 벌리더니만 무자비하게 좇을 들이댔다. 흡 부릅뜨면서 떠지는 그녀의 눈. 나는 그 장면을 다시 포우즈 해서 포샵으로 떠서 확대해 보았다. 아까보다 더 확실한 그녀의 눈물…쾌감 때문에? 아니면, 자신의 까발려진 모습으로 인한 수치심 때문에? 아니면, 너무 보지가 아파서?....알 수 없었다. 그 묘한 분위기의 놀란 얼굴 하며…대개의 야동에서 남자의 넘치는 정력을 묘사하고자, 펌핑의 장면을 교묘히 카피해서, 반복적으로 이어 붙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닌 말로 그 노랑머리의 정력은 대단했다. 같은 장면의 연속이 아니라, 그는 싸지도 않으면서, 쌌는가 싶으면, 천천히 자세를 바꾸어 다시 또 펌핑을 해댔기 때문 이었다. 이제 그녀는 정신이 거의 나간 표정으로, 게슴츠레 두 눈의 시선이 풀린 지 오래고, 노랑머리가 좇을 쑤셔 박는 동안, 외쳐대는 비명으로 인해, 방금 전까지 자신의 보지를 딜도로 농락하던 그 남자의 좇대를 제대로 빨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들은 선수였다. 그렇게 맥이 빠져 있는 그녀를 기어이 노랑머리의 대대한 좇 위에 앉혀서는, 훌륭한 허릿짓으로, 벌려진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멋들어지게 좇을 올려 쳐 박았으니 말이다. 그녀가 중심도 잡질 못하고 꺼덕 대자, 나머지 녀석이 그녀의 머리를 다시 부여 잡고, 자신의 좇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넘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좇을 들이댄 털 투성이의 남자 히프를 움켜잡고, 결사적으로 좇을 빨았지만, 밑에서 격렬하게 쳐 올리는 좇대의 반동으로 인해서 인지, 아니면 위아래로 털털 거리며, 초점도 않 맞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덜럭 대는 불알의 난타 공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명을 끝끝내 이기질 못하고, 소리를 쳐댔다. 그녀는 기어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바로 누워서 두 팔로는 침대 시트를 찢을 듯이 움켜쥐고, 발광에, 악까지 쓰다가 얼굴이 뻘겋게 상기된 채로 정신을 또 놓아 버리고, 남자 두 놈은 그녀의 얼굴 위로 허연 정액을 사정없이 뿌려놓고는 끝을 내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른 야동을 볼 때에는 이런 장면에서는 기립박수 플러스, 해도 해도, 정말 좇나 잘하네 라는 탄성이 쏟아졌었던 것에 비해서, 이 선택된 야동은 가슴속에 깊숙이 치미는 무언가가 올라왔다. 나는 야동을 보는 사이, 적어 놓은, 여러 가지 메모를 돌이켜 보면서, 어째서 내 자신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이 야동이 그렇듯 큰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봐야만 할 것 같다는 일종의 의무감 마저도 들고 있었다. 출연한 사람의 이름도 알 수 없었고, 제작 회사의 이름조차 없었던 그런 야동… 나는 슬며시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멜 주소록을 열었다. 일본에 사는 친구 놈에게 부탁을 할 심산 이었다. 언제나 일본 출장을 가면 신세를 졌었는데, 이번에도 신세 아닌,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그 야동 중에서 그녀의 얼굴이 가장 정확하게 나와 있는 인터뷰 장면과 그 외의 포우즈 샷을 모아서, 그 녀석에게 멜을 날렸다. 첨부한 사진의 인물이 출현한 야동을 찾아봐 줄 것과 제작사, 그리고, 가능하다면 출연진에 대한 프로필을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따르릉’ ‘경호냐? 나 선태!’ 일본 사는 그 친구였다. ‘야, 벌써 다 알아본 건 아닐 테고, 내 멜은 받았지?’ ‘거럼….근데, 제목도 없고, AV 배우 이름도 모르고, 이거 이래서 되겠어? 내가 무신 형사냐?’ ‘하여튼 넌 일본에 있으니 나보다 찾기 쉬울 거 아니냐? 내 일본 출장가면 한턱 쏠께. 내 그 유명한 우에노의 미소 라멘 집에 가서 야끼 교자, 두 판 더 쏠께.’ ‘소-데스네? 화이고, 쫀쫀하기는….여전하구나! 제수씨는 안녕하시쥐?’ ‘야! 나보다 어린 게, 꼭꼭 제수씨야, 형수지. 짜슥이 맞을라구!’ ‘아쮸? 너 그럼 국물도 없다. 너 가츠오부시(가다랭이 포)국물 없이 샤부샤부 되는 거 봤냐? 하여튼 어디가 이찌방(일번지)인지, 뭘 몰라도 한참을 몰라요. 내 되는대로 연락 할께.’ 그 뒤로 일주일이 넘도록 일본에 사는 친구 선태로부터는 연락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나는 또다시 하던 버릇대로 이어폰을 하나만 귀에 꼽고, 풀리질 않는 글의 서두 때문에 이리 저리 글을 쳐 넣다, 지우다, 왠간히 씨름을 하고 있었다. ‘딩딩,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착신음과 함께 메일이 도착했다는 소리가 야동의 여자들, 숨 넘어가는 소리 사이로 들려 왔다. 나는 메일을 열었다. ‘경호 보아라. 무슨 연유에선지 모르지만, 네가 보낸 사진으로, 어제까지, 시간 나는 대로 쫓아 다니면서 긁어 모은 메모를 정리해서,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도 같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 발품을 팔아가며, 알아 본 것이니, 너무 섭섭하게는 생각지 마라. 맨 처음에 나는 쉽사리 찾을 수 있으리라고 여겼는데, 하루가 다르게 그 사진의 여배우를 알아가는 도중에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지. 나도 야동을 워낙 좋아하는 거, 너도 알지? 네가 말했 듯이, 그 노랑 머리 젊은 친구는 요즈음 AV계에서 한창 뜬다는 친구라, 나도 쉽사리 알아볼 수가 있었어. 그 친구는 고릴라라는 프로덕션에 속한 배우라, 내가 잘 아는 친구와 줄을 댈 수 있었지. 사께나 한잔 하자고, 도꾜바시(동경교) 근처의 고급 바에서 만났는데, 맨 처음에 그 사진을 보여주니까 못 알아 보더라구. 일주일에 두 편 이상은 찍는다고 하니, 그 많은 보지들을 어떻게 기억할까 싶기도 했다.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해서, 그 노랑머리가 같이 나온 사진을 보여 주었더니 어렴풋하게 기억난다고 하길래, 네가 알려준 대로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 무엇 이었냐는 질문을 한 것에 대해서 기억이 나질 않느냐고 물었었다. 몇 번을 알려줄 수 없다고 빼더니, 술이 좀 거나하게 오르더니 얘기 하더구나. 이제 더 이상은 AV업계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하대. 그런데, 그게 좀 껄끄러운 얘기라서 말이야. 문제는 그 여자와 헤어진 그 남자에 대한 것인데,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 여자가 그 남자와 부모에게 보란 듯이 복수하기 위해서 몸을 까발렸다는 거야. AV업계에서 유명해지면, 한국과 달리 TV에도, 영화에도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이곳은 되어 있거덩. 그런데, 그 여자처럼 돈이 궁한 것처럼 제작업자의 헌팅에 모여들어, 일회용으로 사용 되어지고 나면, 그것처럼 수치스러운 일도 없다고 하더라구. 그렇게 화면으로 까발려 졌다가 사라지는 여자들이 수도 없어, 여기는…그런데, 말끝에 한국 욕을 막하는 거야. 그래서 무신 소리냐고 막 대들었는데 잘 들어 보니까, 남한 얘기가 아니고, 북한 얘기 더라구. 그 여자랑은 촬영 말고, 따로 한 번 인가, 두 번 만나, 술 먹고 빠구리 했다는데…이미 그 여자는 긴자의 내노라 하는 술집에 나가고 있더라는 거지. 그런대로 이쁘고, 깜찍했는데, 부모들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젊은 사람들까지 영향을 주는, 한국 사람들의 민족성을 도대체 이해하질 못하겠다고 혀를 차는 거였지 뭐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무슨 스토리가 있느냐구. 원래 그 여자와 헤어진 남자 친구는 같은 조총련계 강꼬구진(한국인) 이었데, 가족끼리도 잘 알고,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이 험난한 일본 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던 사이 였는데, 그 할아버지 대에서 조총련계 인물들의 만경봉호 태우는 문제로 갈라서기 시작했다는 거야. 서로가 타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다 쓰는 와중에, 남자 쪽에서 여자 측의 이모부 가족을, 자기들 대신, 홀랑 북송선에 태워 보냈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여자측은 그 길로 민단으로 전향해서, 조총련과 이를 가는 적대적 관계로 돌변했고, 그 당시 젖먹이 였던 두 남녀는 조부모 사이 때부터 시작된 영원한 불협화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연찮게 만나서리 가깝게, 그것도 몰래 정이 들어갔겠지? 두 사람이 성년이 되어서 결혼을 앞두고 양가의 부모에게 결혼을 요청했다니, 그게 이루어 질 수 있었겠느냐 그 말이야. 믿었던 남자 친구 마져, 너그들은 북조선의 은혜를 저버리고 파렴치하게도 남조선에 빌붙은 거머리 라는 둥, 이념적 화근으로 치닫는 바람에 여자도 획 돌아버린 거라구. 보기에는 그냥 야동 처럼 보였어도 그 안에 그런 스토리가 담겨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암튼 재주도 좋아요, 어디서 고런 야동을 고르기도 힘든데,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족집게로 뽑듯이 그렇게 골라내나, 골라내긴! 요즈음 화해무드다 뭐다 해서 민단이랑, 조총련 사이에도 장벽이 조금씩 헐리고 있는 마당 이긴 해도, 이렇게 건드릴 수 없이 곪아 터진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어. 세월로도 치유될 수 없는 것들이 있긴 있는가 봐. 언제나 우리도 남북의 구분 없이 어울려 살 수 있는 날이 올라나? 나 그 노랑머리 한테, 요 얘기 끄집어 내느라 수억 썼다. 너 일본 오기만 와라. 내가 깝데기를 홀라당 벗겨줄 테니, 알았쥐? 고롬 안뇽. 또 연락하며, 지내자구…..제수씨 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껄껄껄….. -선태 내려 보냄-‘ 나는 도착한 멜을 읽고 또 읽어 보았다. 나에게 끝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던 그 야동의 진가를 나는 그제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멀리 현해탄을 건너와서 까지 불법으로 팔리고 있던 야동 에서조차 깊이 곪아 있던 그 상처…. 그것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이 깨어진 것에 대한 복수의 되새김질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모두의 뼈아픈 메아리였다. 결코 사라짐이 없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