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하늘빛혼자 자던 버릇 때문인지 가끔 잠자리가 불편해 눈을 떴지만 이내 여동생의 나신을 끌어 안고 잠이 들었다. 그래서 인지 몸은 조금 찌뿌둥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특히 잠에서 깨어난후 내품안에서 새근새근 잠자는 귀여운 여동생의 얼굴을 볼때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몸을 반쯤 일으키다 어머니를 보았다. 바닥에 깔린 담요위에 그곳을 문지르고 있었다. 밤새 얼마나 많은 음액을 흘렸는지 담요 전체가 젖은듯 반짝 거렸다. '훗' 아무런 생각도 없다. 하긴 더이상 기대도 애증도 없으니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것이 당연했다. 미진이가 보기전에 자위에 열중하는 어머니늘 밀어내고 담요를 뒤집어 주었다. 냄비에 불을 붇고 가스를 켰다. 2구짜리인 가스레인지 한쪽이 막혀서 인지 하나밖에 사용할 수 없다. 물이 끓으면 이유식을 탈까 했지만 귀찮아서 접시에 이유식을 대충 털어 담는다. 숫가락이 있지만 그것도 귀찮다. 이유식이 담긴 접시에 수돗물을 대충 부어주고 그대로 가져다 준다. 저어주기도 귀찮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 아닐까? 관심이 없기에 사랑이나 증오같은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뭔갈 해줘야 하는 의무감도 없는. 어머니도 우릴 키울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나를 빤히 바라보는 어머니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어준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갑작스런 스킨쉽에 고마워서 일까? 친아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워져 버린걸 알아버린 걸까? 후자인듯 하지만 상관없다. 물이 끓자 미진이를 깨웠다. 피곤하다고 옹알 거리면서도 담밸 물고 변기에 앉는다. 라면을 끓여 내니 냉큼 앉는다. 소변보는 소리가 듣기좋았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후후 불어가며 라면을 먹는다. 미진이도 나도 라면이 질린지 오래지만 잘먹는 척해주는 미진이의 도움을 받아 맛있게 먹는 척한다. "어제 그렇게 했어도 괜찮을까?" "뭐?" 라면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묻는다. "그냥 니 안에 해버렸자나." "생기면 그냥 낳지 뭐!" 눈동자가 또르르 구른다. 오래빌 놀리는 자세다. "아들일까? 딸일까?" 괘씸한 마음에 맞장구를 처준다. "아들일꺼야!" "어떻게 알아?" "오빠가 위에서 했자나! 내가 위에서 했으면 딸인데!ㅋㅋㅋㅋ" "내참! 그렇게 해서 남녀가 갈리면 옆으로 하면 반쪽씩 달고 나오냐?" 웃음을 참지 못하고 보지러 진다. 보지러 진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우연인듯 생각났다. "왜? 딸낳고 싶었나 보~~지!" 진짜 새침떼기 내 여동생이었는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자신이 한 말이 무안했던지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 "그때 병원갔었자나. 난소를 다쳐서 엄마가 될수 없대" 고개숙인채로 한참동안 앉아있더니 툭 던져놓고 고개를 돌린채 옷을 벗어 던지고는 욕실의 샤워기를 집어들고 샤워를 시작한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답답했다. 찢어진 목욕 커튼 사이로 흔들리는 머리와 떨리는 어깨가 내 마음을 후벼 파낸다. 저 어린것이 그 큰상처를 안고도 아무런 내색없이 살아왔다는게 못난 오빠를 더욱 주눅들게 했다. 그대로 미진이를 끌어안고 입술을 맞추었다. 멈칫하며 뒤로 물러서는듯 주춤거리다가 이내 날 끌어안고 입술만 부비던 내 입을 열고 혀를 넣어온다. 혀가 부딪칠때마다, 그녀의 타액을 삼킬때마다 달콤한 향기가, 짜릿한 전율이 내 몸을 녹여낸다. 그 잠깐 동안의 키스가 끝나자 난 그녀의 몸에 기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온몸에 깃든 전율을 털어낸다. 키스만으로도 불끈 달아오른 채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흡입해 들어간다. 다시 한번 혀가 엉키고 서로의 입을 번갈아가며 빨아댔지만 허접하기 그지없는 키스실력에 부끄러움과 함께 욕망에 젖어 미진이의 몸에 더욱더 메달리고 말았다. 조금더 강해보였지만 처음보닥 부드러운 키스가 끝나자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며 몸을 돌리는 미진이를 보며 조심스래 커튼을 걷어 올린다. "고마워~ 오빠!" 작지만 세상 어떤 말보다 날기쁘게 해주었다. 젖은 옷을 벗고 조금은 얇아 보이는 반바지를 꺼내 입었다. 남은 라면은 냄비채 어머니 앞에 가져다 주었다. 어차피 집에서 기르는 개란 잔반 처리용이니까. 쇼파에 기대 담배연기를 연신 품어대고 있을때 미진이가 다가와 또다시 내 입에서 연기를 빼앗아 간다. 그리곤 화장대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리며 화장을 시작한다. 미진이와 자리한곳은 오피스텔 건너편 제법큰 나무 아래 평상이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라 우리둘만 서로 기대어 앉았다. 조금 멀리 우리가 사는 오피스텔 입구가 너무나 잘 보이는 장소였다. 우린 영화에 나오는 연인들 처럼 서로의 어께에 의지한채 우리집을 막연히 보고만 있었다. "오빠~~ 나 추워!" 평상위에 올라가 미진이를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 우리가 사는곳에서는 추워보이고 서로가 어울리는 곳에서는 더워보이는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우리였다. 청자켓을 열고 블라우스 단추 몇개를 풀고 미진이의 가슴을 만져 주었다. "못댔어!" 춥다는 말 한마디에 가슴을 빼앗긴 미진이가 내손을 살짝 때리며 눈총을 준다. "우리집 정말 잘보인다!" 미진이의 주먹이 내 이마를 때린다. 눈물이 찔끔난다. 손매가 너무 매웠다. "이 나쁜놈! 니가 날 버리고 도망갔자나" 토라진듯 고개를 획 돌리며 눈까지 감아 버린다. 맞다 여기로 이사오던날 난 잠든 그녀를 버리고 집을 나섰다. 여동생이 몸을 팔아 번돈으로 백수 생활을 하기에는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녀의 젊음을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당시 내 주머니에는 차비 만원과 그녀에게서 빼앗은 수면제 45알이 전부였다. "다시는 널 떠나지 않을께. 진심이야." "그때도 그말 했었거등. 바보!" 그래도 많이 풀렸는지 내 손을 이끌어 옷속 가슴으로 옮겨준다. 내린 눈때문에 길이 막혔지만 첫날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버스를 기다리다 뒤늦게 ?아나온 미진이에게 잡혔다. 그리고 정류장에서 부터 집안까지 담배 세갑 정도의 시간만큼 맞았다. 그놈들에게 당한거에 비하면 백분지일도 안되는 아픔이었지만 마음이 아팠다. 미진이가 더이상 때릴 힘이 없어 지쳐 주저 앉은 그 순간부터 천배쯤 더 아팠다. 그렇게 난 담배 한보루가 다 탈 시간만큼 움직일수 없었다. 모로 누워 내 허리띠를 움켜쥔 미진이의 손과 내게 고정된 그녀의 시선때문에. 그날 이후 그 추운 겨울날 여기에서 날 지켰을 여린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녀는 황량한 이곳이나 허름한 오피스텔이 아닌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희망이란 세상 모든 절망과 어둠이 휩쓸고간 자리에 허용된 담배 한개피 만큼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