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윤아의 첫사랑 (번외편) -------------------------------------------------------------------------------- “학교 다녀왔습니다.” “어. 윤아 왔구나. 보충수업 벌써 끝났니? 어서 들어가봐. 네가 좋아하는 사람 와있다.” “앗! 상태씨 와써?” “얘는…… 상태씨가 뭐니? 너보다 한참 나이 많은 사람인데.” “핏~ 아찌는 나하구 겨런약속 해딴 마랴. 그러니까 상태씨라고 해도 괜차나.” “어머. 얘좀봐. 머리에 피도 안마른게 못하는 소리가 없네.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한회장님 서재에 가봐.” “히힛. 아라쏘. 엄마아~ 사랑해염. 쪼옥~.” “에이. 징그러워. 얘. 저리가. 엄마 젖은 왜 만져?” “헤헤헷.” 서재에 들어선 윤아는 한우일회장과 안상태의 엄중한 분위기에 도저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커다란 바둑판 위에 엄청난 수의 흰돌과 검은돌이 뒤섞여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한참 보고 있자니 현기증이 나며 바둑판이 점점 회색으로 변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이런 지루한 바둑은 왜 두는 거야?’ “할아부지~~~ 저 와써여! 유나 완눈데 바둑이 더 조아? 상태 아찌두 글쿠… 치~” 한참동안 미동도 없이 바둑판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한회장과 상태는 고개를 들어 윤아를 쳐다봤다. “어이구~ 우리 공주님 벌써 학교갔다 오셨나? 오늘도 학교에서 좋은 거 많이 배웠어요? 공주님. 이리온. 올치. 착한 것. 이 할아버지 오늘도 우리 윤아공주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혼났어요.” “흥~ 고진말. 유나 온거뚜 몰라쓰면서……” “에구~ 우리 공주님 화나셨습니까?” “하핫! 천하의 회장님도 손녀 앞에서 만큼은 쩔쩔 매시는 군요. 윤아야. 많이 컸구나. 이제 숙녀가 다 됐네.” “흥~ 아찌두 미웡.” “으앵? 내가 뭘 어째서?” “아찌. 아찌는 유나 안보구 시퍼쪄? 유나눈 아찌 보구 시퍼서 맨날 아찌만 기다리눈데……” “아항! 나두 윤아 많이 보구 싶었지. 여기 윤아 선물도 가지고 왔는걸.” “와아~ 정말? 어디? 어디? 히야~ 정말 이뿌다. 이거 정말 유나가 가져두 돼?” “그럼. 윤아 선물 구하느라 이렇게 늦게 왔잖아.” “야~ 신난다.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안실장. 오늘은 더이상 승부를 못낼 것 같구만…… 윤아가 저렇게 신나서 좋아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은 이만 접는게 좋을듯 허네. 저녁준비도 아마 끝나갈테니 어서 내려가 보게나.” “네. 회장님. 그럼 전 이만 물러가 있겠습니다.” 윤아는 엄마와 오빠의 아내인 최진숙에게 상태한테서 받은 선물 자랑을 한뒤 저녁식사 준비를 도와주고 있었다. “자~ 이제 준비끝. 윤아야. 이거 저기에 올려 놓구. 이제 모두 모시고 오도록 하렴.” “할아부지~ 오빠아~ 아찌아찌~” “진숙아. 이것 좀 밖에다 내다 줄래.” “네. 아가씨가 오늘 굉장히 신나 보이네요.” “원참. 저녀석두. 상태가 온게 그렇게 좋은가봐. 안하던 짓까지 다하고……” ‘그나저나 우리 그이도 별일 없어야 할텐데……’ “어머님. 옆에 누가 와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어머! 상태군. 빨리도 왔네. 자, 어서 여기 앉아. 그리고 이것하고 여기……” “매번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긴.” “어험. 에미야. 아직 영호한테서는 연락이 없는게냐?” “네. 저번에 연락온 뒤로는 아직……” “그래? 뭐 알아서 하겠지. 자, 다들 식사하자.” “아찌~ 이짜나~ 저네 한 약속 꼭 지키기야.” “켁…” “어라? 아찌…… 벌써 잊어버렸다는 표정이네. 유나 데리구 놀이공원에 가기로 해짜나! 치~” ‘아…… 그거였구나. 휴우~ 난 또 다른 거 말하는 줄 알았네.’ “글구, 아찌. 유나 크믄 아찌랑 겨런하는거 이찌마!” ‘허걱! 여태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윤아야! 어서 밥먹고 숙제 해야지.” “네. 잘먹겠습니다.” “하핫. 안실장. 우리 윤아가 자네가 정말 마음에 드나 보네.” “하…하핫. 그러게 말입니다. 회장님.” -------------------------------------------------------------------------------- 윤아는 하드를 맛있게 먹으면서 상태에게 재잘거리며 오늘 놀이공원에서 있었던 재밌던 일들을 신나게 얘기하고 있었다. 상태는 아직도 연락이 없는 윤아의 아빠 한영호에 대한 걱정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걸까? 혹시……’ “아찌! 아찌이~~~” “어……엉? 왜?” “이잉~ 왜그래 아찌? 오늘 이상하다.” “아. 뭐가? 잉? 저게 뭐야?” 윤아와 상태 앞에 갑자기 나타난 네명은 아무리 봐도 동네깡패같아 보였다. “어이~ 그림 좋은데……” “오오~ 아저씨. 제법 영계를 데리고 있는 걸. 왠만하면 양보하시고 그냥 가는게 어때?” “뭐야? 당신들 학생같아 보이는데 이런시간에 쓸데없이 모여있지만 말고 집에가서 공부하는게 어때?” “에이, 씨벌. 이새끼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샌님같이 고상하게 생긴 놈이 뚤린 주둥아리라고 함부러 지껄이네. 오늘 그입 다신 못놀리게 해주마.” “아찌. 저 오빠들 무서워.” “윤아야.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이 있어. 내가 저 오빠들 혼내주고 올게.” “어쭈~ 저새끼 봐라. 웃기는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자식이 죽을라고 환장했나.” 상태는 오른손으로 등뒤에서 어디에 숨겼는지도 모를 30센치 정도의 금속막대기를 꺼낸뒤 아랫쪽으로 한번 휘둘렀다. 그 금속막대기는 챠르륵 소리를 내며 마치 안테나가 늘어나듯 1미터가 넘게 늘어났다. “오라~ 겨우 작대기 하나 들고 우리랑 싸우겠다 이거지? 오늘 너 임자 만났어.” 네명중 앞에 있던 세명이 제각기 흉칙한 무기를 꺼내며 상태에게 덤벼들자 상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금속막대기를 휘두르며 화려한 솜씨로 세명을 단 한번의 움직임으로 쓰러뜨렸다. 적어도 윤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저…저건…… 분명히……’ 오한표는 상태의 움직임을 보고 전율을 떨었다. “자. 어서 너도 덤벼라.” 상태가 자세를 바로 잡고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서있던 한표에게 손짓을 했다. “젠장. 어디서 본 듯한 솜씨라더니. 네녀석이 한영호냐?” “어라? 당신이 그 이름을 어떻게?” “그 움직임을 보면 네녀석이 한우일의 수제자인걸 쉽게 알수 있지.” “한우일씨도 아는가?” “당연하지. 그가 대결하는 모습을 몇번씩이나 내 두눈으로 똑똑히 봤었으니…… 온힘을 다해 덤벼라. 적어도 난 저 쓰레기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네녀석에게 힘든 상대가 될테니.” “그럼 네 솜씨도 한번 보자꾸나.” “헛!” 방금 세명을 쓰러뜨린 뒤 나머지 한명과 분투하는 상태의 화려한 검술 실력을 본 윤아는 자신의 두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