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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25부
최고관리자 0 28,083 2023.01.14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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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25부] 며칠후.... [서연]이가 내게 베푸는 용서의 조건중 한가지.. 복학.. 하지만 막상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자.. 화난듯.. 내 자취방으로 느닷없이 쳐들어온 [서연]이... 그리고 어디론가 개끌려 나가듯.. 다짜고짜 끌려가고 있다. 지금 늦은아침.. 자다 일어나서 무슨꼴인지 모르겠다. 이윽고 버스에서 내린곳은 부모님이 사는 동네이다. "호호호... 어머님.... 이것좀 드셔 보세요..." "하하.. 아니.. 뭘 이런걸 다...." "호호.. 안그래도 저번에 찾아뵙고 제대로 인사를 못드려서요.. 오빠가 저랑 약속했거든요.. 복학하기로요..." "..아니... 이녀석!!....정말..그러기로 한거니?????..... 응?????.........." "어머님.. 앞으로는 자주자주 찾아뵐께요.." "하하.. 그래요... 하하.. 이녀석.. 지애미말이라면.. 듣지도 않더니.. 하하...하하하......" 엄마가 [서연]이가 맘에드시는지.. 무척 밝은 표정을 지으신다. 하지만 왠지 시원섭섭해 하시는 표정이 슬쩍 비친다. 그렇게 해서.. 학교를 찾았다. 혹시나 해서 내 옆에 붙어있는 [서연]이.. 방학인데도 교정에는 많은 학생들이 보인다. [서연]이와 지나는 도서관옆..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널부러진 수많은 인파들.. 혹시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음대생이 있지 않을까??... 8월의 한낮 더위의 푹푹 찌는 열기속을 걸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는건지.. 무언가가 이마위에서 흘러 내리는것 같다. [서연]이가 내 얼굴에 손을 대려한다. "뭐야!!!....." "뭐야 오빠?? 땀닦아주려 그러지... 왜그래??..." "........아...하하..." "...................." 손수건을 들고 있는 [서연]이.. 착한 [서연]이가 내 표정을 살핀다. 내 몸에 박힌...녹슬었던 칼날이.. 다시 예리해져만 간다. 학과사무실에서 조교와 면담을 하고.. 복학절차를 밟았다. 수강신청을 하고 등록금 납부용지를 받았다. 까페를 운영해서 조금씩이지만 모아놓은 돈이 어느정도 있어서 앞으로 부모님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된다. 그날저녁.. [툰드라..] 그그저께도 어제도 여기로 모이더니.. 이것들이 또 오늘 이리로 들이닥쳤다. 토익, 토플학원에.. 기사자격증 시험준비에.. 졸작에.. 할일이 태산같은데도 이것들은 당최.. 걱정거리가 전혀 없어보인다. 왁자지껄한 술자리.. [은미]가 보이지 않는다.. "야... 여기 서비스 다른거 없냐??...메인 하나시켰는데.. 이게 뭐냐??? 이게??..." "그냥 주면 주는데로 고맙게 쳐먹어라..좀...." "형.. 안돼겠는데??.... 오늘도 끝날때까지.. 원가로 마셔봐??..." "하하......." "야!!.. 누구 망해 자빠지는거 보고 싶냐??..." "대식옵빠!!.... 꽁짜안주 이정도면 된거지.. 뭘더 바래??.." "하이고.... 서연이.. 요거.. 지 서방이라고 편드는것좀봐??.. 안주는 지가 다 먹으면서.." "호호...옵빠.. 안주는 이거면 됐어.... 호호..." "희준아.. 손님도 없는데.. 뭐해?? 이리 안오고??........" "아직 알바 안왔잖아.. 준비좀 할께 있으니까.. 먼저들 마셔.." "옵빠.. 내가 도울일 있어??...." "아냐.. 됐어.. 그냥.. 다들 앉아 있어.."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되니.. 복학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사그라지고.. 내 몸에 박힌 죽은 [은영]이에 대한 죄책감의 칼날이.. 다시 무뎌지는것 같다. 하지만.. 영원히 뽑을 수 없는 칼날.. 난 평생을 이렇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윽고 알바생 [민주]가 오고.. 술자리에 합석이다. "하여간에.. 복학 하기로 한거 잘한거야.." "그래... 그건 진짜 잘했다.." "모르지...머...." "그나저나 연주 걔 연락없냐??.." '연주???... 한장군???????....' "몰라...영민이말로는 유학같다는 얘기도 있고.. 희숙이말로는 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농사지으러 갔다는 얘기도 있고.." "하하... 농사??...." "걔가 사육되는거 아닐까??.. 돼지니까.." "이자식이!!... 너 또 사람가지고 말 그렇게 할래??..." "형은.. 성질은??....." "잠깐만..!!.. 연주가 왜??..." "아니.. 너 휴학하고.. 걔도 그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휴학을 해버렸지 뭐야??.." "뭐????... 한장군이??.... 왜??.." "훗.... 모르지 뭐...." 우리의 대화를 듣던 [서연]이가 맥주잔을 입에 댄채.. 유심히 나와 [대식]이의 표정을 살피려는듯 눈알을 돌려댄다.. 그런 [서연]이의 표정을 읽은 나와 [대식]이가 더이상 [한장군]에 대한 얘기를 하지않자.. 대화의 끝맺음이 어색함을 느낀 [서연]이가 다짜고짜 캐묻기 시작이다. "뭐야??... 한장군이 누구야??..." "하하... 우리과 친구지.." "근데.. 왜 오빠가 휴학하고.. 그 친구가 휴학이야??..." "그거야 모르지.... 그냥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겠지..." "종필오빠.. 바른대로 말해.. 빨랑!!...." "왜 날 끄집어 들여??... 난 몰라.. 아무것도..." "민주씨... 한잔 해요...오늘 손님도 없는데...." "호호.. 아녀요...선배님들 드세요..." "대식오빠!!.. 말끊으려 하지마??..." "나도 몰라... 진짜야... 윤지야.. 나좀 살려줘라.. 서연이 얘 눈 치켜뜬거봐라.. 무서워 죽겠다..." "호호......" 그나저나 [은미]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오늘 보이지 않으니.. 왠지 술자리의 중요한 무언가 하나가 빠져버린듯 한 느낌이다. [종필]이형 역시.. 평소보다 조용하기만 하다. '둘이.. 뭐가 있구나...' "희준오빠... 나한테 앞으로 거짓말한다거나.. 그런거 없기로 약속했지???? 바른대로 말해.... 한장군인지.. 그 친구 머야?? 무슨 사이야??....." '집요하다......' 여자의 직감이란게 정말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더이상 숨기고 자시고 할게 없다. "아니.. 그전에.. 같은과 여동생인데.. 날 좀 좋아했어..." "풋.......큭큭...." "푸하하하하........" 웃고 있는 [대식]이와 [종필]이형과는 달리 금새 울그락 불그락한 표정으로 변해 버리는 [서연]이.... "..그래서????...." "그래서는 뭐.... 그냥.. 그랬단거 뿐이지..." "체!!!... 어우.. 기가막혀!!...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아니... 내가 걔랑 사귄것도 아니고... 무슨 썸씽이 있는것도 아니고.. 어?? 그렇잖아.. 괜히 그런얘길.. 뭣하러 니한테 해?... "이씨!!!.... 당연히.. 얘길 해야지..어????...." "야..너는 너 좋아하는 남자들 없냐?? 엄청 줄섰다며??.... 나도 나좋아하는 여자 한명정도 있는건데..." "그래서 나는 얘기 했잖아!!.. 줄섰다고!!... 어??...." "아이고.. 좋겠다... 줄서 있어서..." "야야!!!... 니들 그렇게 다시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싸우냐??? 싸우기는..." "하여간에... 딴짓 했다간 봐??....." "........ 야.. 별명이 장군이다... 딴짓은 무슨...." "푸하하하하......." "큭큭......." "이씨!!.. 오빠들 왜 웃어??..." 밤열한시... 친구들이 파장을 낸다. "희준아.. 수고해라..." "오빠.. 잘놀았어여..." "그래.. 조심히들.. 들어가고...윤지.. 잘가....." "내일이나 모레쯤.. 남자들끼리 올께..." "웃겨????......" "잘가....." 드디어 진상들이 가버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서연]이를 큰길의 택시타는곳까지 바래다 준다. 내옆... 내팔에 감긴.. [서연]이의 팔... 느껴지는 [서연]이의 봉긋한 가슴.. "오빠.. 키스해줘..." "여기서??.........." "빨랑......." "훗... 왜이래??..." "...나.. 꿈만같애... 이렇게 요즘.. 오빠를 다시 만날수 있어서..." 택시를 기다리는 대로변...공중전화 박스옆..나의 목에 길다란 두팔을 걸친.. [서연]이.. [서연]이의 허리를 감고 마치 부르스를 치듯.. 마주하고 있다. 진한눈썹... 짙은 쌍커플의 동그란 큰눈.. 오똑한 콧날.. 도톰한 입술.. 왠만한 연예인 뺨치게 생긴..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서연]이.... 아쉽지만.. 오늘 이별의 시간이다. "다신.... 잠수타지마???...." "알았어..." "다신.... 나외에 다른여자랑 바람피지말고??..." "그래...." "다신....나한테 거짓말하지말고??.." "걱정마..." [서연]이가 나에게 베푸는 용서의 조건들이 열거된다. 첫번째 빼놓고는 잘 지켜지지 않을꺼 같지만.. 약속은 했으니 최선을 다해 지켜야만 할 것이다... [서연]이와 나눴던 재회의 섹스... [서연]이 몸속에 넣자마자 나와버린 정액.... 그날 그 어이없는 일로.. [서연]이는 내가 자기와 헤어진 후 여지껏 다른여자랑 한번도 자본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100%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날.. 왜그랬을까?? 너무나 그리웠던 [서연]이였기에 그랬을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내좃대가리 녀석.. 참 기특하기도 하다.. "오빠..뽀뽀해줘..." [쪼옵.......] 이윽고.. 저멀리 택시가 보인다. "자.. 이거 차비해..." "호호... 나 돈 있어.." "내가 벌잖냐... 내일모레쯤.. 니 옷하나 사줄께.. 같이 쇼핑이나 가자.." "호호... 정말????.....진짜지?????..호호... 택시비는 내가 낼께.." [서연]이를 택시 뒷자리에 태워준다. "아저씨.. 상도동까지요.. 택시비 여기요.." "오빠.. 나 갈께... 이따가 전화할께..." "그래.. 잘 들어가..." [서연]이를 보내고 아쉽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가게로 향한다. 알바생.. [민주]가 퇴근을 준비하려는듯 눈치를 본다. '아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하하.. 민주 미안... 빨리 퇴근해야지..." "네..사장님.. 들어갈께여..." 두테이블의 손님들이 가게안에 남아있다. 왁자지껄한 친구들의 술판은 [민주]가 깨끗히 정리해 두었다. 바텐에 앉았다. 트럼펫연주..피아노 소리.. 엇박자의 알게모르게.. 가슴을 두드려 대는 째즈음악을 듣고 있다. 어쩌면 하늘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을 [은영]이에게 너무 미안할 정도로 지금.. 나만 행복해 하는게 아닐까??..... 자정이 다되어가는 시간.. 이제.. 더 올 사람도 없는 시간이다. 출입구옆.. 분전반의 간판불을 내려버린다.. 뒤를 돌아서는데.. 가게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술에 취한 [은미]다.. "오....빠...." "어.. 은미야... 너 술한잔 했어????..." "응......" "하하... 어디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아냐.. 나 많이 안마셨어... 그냥.. 지나다 들렸어..." "..............." [은미]와 함께.. 바텐에 마주앉았다. "오빠.. 나 맥주한병 주라.." "너.. 괜찮아??..." "걱정마...." 바텐에 팔꿈치를 댄채.. 앞머리를 쓸어올리는 [은미].. 느닷없이 이시간에 찾아온 [은미]가 반갑기도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후우.... 오빠... 나 있잖아.. 밤하늘의 별을 보고 왔다??..." "........훗....." "나.. 지금 대성리에서 오는 길이야...." "뭐??????.... 거긴 왜갔어??.........." "저번에.. 우리가 술먹었던 자리... 종필이 개새끼가..흑흑... 바람피웠던 자리... 흑흑흑............." "............" "저번에는 몰랐는데.... 오빠 말듣고.. 흑흑... 오늘 가서 밤하늘을 뚫어져라 보니까.. 진짜 빨려들어갈것처럼... 너무나 어둡고.. 너무나 깊고... 흑흑흑....." "은미야...." "옵빠.... 나 바보스럽지... 그치????......" "바보스럽긴....." "오빠.. 기억나???? 종필이 그 개새끼가 거기서 바람피우기전에 나랑 함께 있었던 나무그늘 아래...." "......응........." "거기서 나랑 했던 얘기 기억안나???..." "글쎄...하하... 잘..." "오빠가 그랬잖아.. 앞으로 친구처럼.. 지내고.. 오다가다 만나면 아는척이라도 하자고." "아... 아.. 맞아.. 그랬지..." "근데.. 내가 안쨈鳴?말했지??... 그게 왜 그런지 알아???...." "..... 글쎄...." "후우...... 미안해... 사실.. 오빠를 사랑하나봐...." ".............은미야!!....."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지금도... 오빠 때문에 미쳐버리겠어.. 가슴이 막.. 찢기고..!!.. 막 답답하고...!!... 내 말못하는 사정을.. 오빤 모르지??...." "느닷없이... 지금 너.. 무슨 얘기야??..." "그래.. 오빠!!.. 오빠한테는 서연이가 있으니까..!!.. 다.. 내 잘못이지..뭐... 종필이 그새끼!!.. 나때문에.. 지애인..자살해버리고.. 저렇게 사는게 너무 안쓰러워서.. 나도 공범이나 마찬가지니까!!!.... 으흑흑..!!..그래서 그만 실수를 저지른거야...." "............" "미안해오빠!!!... 정말 미안해!!!...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내가 바보스러웠어..!! 아니... 오빠랑 헤어지고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후회했어!!!!....으흑흑흑..." "오빠가 행복하길.. 너무나 바랬는데... 이상하게 오빠가 서연이랑 행복하니까.. 그때부터.. 미칠것만 같아.. 죽고싶었어.... 종필이 개새끼가 바람피워서 종필이랑 헤어진거 아냐!!!... 오빠 때문에... 대성리에서.... 오빠랑 있으니까.. 미칠것 같아서 그래서 그날도 그냥.. 먼저 간거였고... 그참에 종필이랑 헤어진거야.....흑흑흑.." [은미]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고 있다. 이걸 믿어야 하는건지.. 어쩐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옵빠!!.... 지금까지 한것처럼만 나 대해줘... 더이상 안바랄께..... 서연이랑 잘 지내고.. 연애하다.. 나중에 결혼해도 상관없어...!!... 제발.. 나를 잊지는 말아줘..... 염치없는 부탁이야... 으흑흑흑......" 꼬여만 가는 상황... 도대체.. 얘가 지금 하는 얘기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을 뿐이다. "좋아.. 널 잊지는 않을께.. 하지만.. 널 사랑하지는 않을꺼야..." "그래... 고마워... 흑흑흑... 나 갈께...." 힘없이 돌아서서 나가려는 [은미]... 휘청이며.. 걸어가는 폼이.. 저러다 누가 집어나 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구석탱이의 길다란 쇼파위에.. [은미]를 눕혔다. 쇼파위에 눕자마자.. 곯아 떨어져 버리는 [은미]..... [서은미].... 나에게 사랑의 달콤한 사탕을 입에 넣어주고... 나에게 이별의 섬뜩한 칼날을 배에 담가주고... 그렇게 날떠나 영원히 행복할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이제서야 나에게 이런 부담을 한가득 털어놓다니.. 언제나 고맙도록 헌신적이었던 그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듯 말못할 나름대로의 맘고생들이 다들 하나씩 있었다니....... 왠지 내일부터.. 아니 이시간부터.. [은미]를 마주하기가 그전같진 않을꺼 같다. 가게안.. 가득차버리는 째즈음악.. 이윽고 마지막 테이블의 남녀커플이 일어나.. 바텐 카운터쪽으로 빌지를 들고 온다. 깎지 낀 두손.. 벌그레한 여친의 얼굴.. 남친녀석이 지갑을 뒤적거려 끄집어 내민 카드.. 이 두 젊은 남녀 역시.. 기구한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카드를 힘차게 긁었다. '어라??..' "저.. 손님.. 이거 거래 정지인데요???....." "네???...." "...오빠..내가 계산할께..... 잠깐만요... 이걸로.. 해주세요..." "넵......" '어라??.......' "저.. 손님... 이거는 한도초과 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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