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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에서 섹스까지 - 5부
최고관리자 0 39,418 2023.03.1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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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발년이!" 현구의 노한 목소리와 함께 따귀를 치는 듯한 소리가 철썩 하고 울러퍼졌다. 같은 따귀지만 방금 전의 '짝' 소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렬하고 묵직한 소리였다. 누군가가 쓰러지듯 쿵 하는 소리가 문 안쪽에서 요란스럽게 새어나왔다. 문득 상황이 대충 파악되기 시작하면서 덜컥 겁이 났다. 현구 녀석이 괜한 짓을 해서 일을 그르치기라도 한다면 삽시간에 나도 같이 피를 보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봐 이 개 같은 년아, 뭐? 신고?" "흐.. 흡.." 으르렁대는 현구의 노호성과 따귀를 맞고 위축된 다영이의 움츠러든 목소리가 섞여나온다. 말 뿐만이 아니라 몸으로도 뭔가를 밀어붙이고 있는지 안에서는 자꾸만 부스럭대는 소리가 났다. "평소에 궁둥이 흔들어대면서 따먹어달라고 존나게 꼬리치던 년이.... 꼴같잖게 뭐? 신고? 신고해봐, 이 씨발년아. 그 전에 개창년을 만들어줄테니까." "미, 미친새끼.... 화장실에 그딴거 달고.... 찍어서 협박하는게 정상이냐? 내, 내가 살다살다 너같은 미친 변태새끼는 처음 본다..." 아뿔싸....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나왔다. 전후 사정이야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방금 전의 내용으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현구가 이미 다영이에게 몰카의 존재를 밝혀버린 것.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위협을 가했다는 것.... 사실상 이미 일은 터져버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 불현듯 후회가 들었다. 현구녀석이 이렇게까지 무대포로 일을 그르칠 정도의 다혈질일거라고는 미처 계산을 못 했던 것이다. 아니, 솔직히 그런 우려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구는 내 계획에 있어 필수요소였기 때문에 애써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이것은 현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기도 했다. "현구야, 무슨 일이야?" 몸을 숨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에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얼굴이 벌개져 성난 숨을 몰아쉬는 현구와 세탁물 더미 사이에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다영이가 보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곧장 내게 집중되었다. "형님... 아니, 그게 이년이..." "오, 오빠! 도와줘요! 경찰에 신고해야 해요... 이, 이 사람 완전 싸이코에요....!" 사태분간을 하지 못하는 다영이가 몸을 일으켜 내게로 뛰어왔다. 내 등 뒤에 몸을 숨기는 다영이의 모습을 보니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나는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 사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영이보다는 현구에게서 들었어야 정상일 터였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먼저 대답한 것은 다영이였다. "저.. 저 사람이..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여자 회원들을 찍고 있었어. 바, 방금 전에 나한테 와서..." "뭐라고 했는데?" "영상을 찍었다고...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그걸 퍼트리겠다고 협박을...." 불쌍한 다영이는 내가 자기 이야기를 너무 순조롭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갑자기 나타난 구원자에게 매달리기라도 하는 것 마냥 술술 설명을 쏟아냈다. 다영이에겐 날벼락이었겠지만 나에겐 이미 대충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한숨이 나왔다. 현구 녀석은 정말 그런게 협박거리로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서희 팀장의 불륜장면 정도 되는 약점이라면 모를까 그런걸로 어설프게 협박을 했다간 오히려 역으로 고소를 먹고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될 경우 나까지 덩달아 인생 종 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현구야, 어쩌려고 이랬냐..." "죄송함다, 형님.... 처음엔 그냥 꼬실려고만 했는데 씨발년이 가소롭게 자꾸 튕기길래... 장난으로 위협만 할 생각이었는데 저 년이 그걸 보더니 신고를 하겠다고 나와서...." "그런걸 함부로 보여주면 당연히 안되지, 임마. 누구 인생 종칠 일 있어?" "면목 없습니다... 욱해서 그만....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거 저 년 입은 막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입을 막아야 할지에 대해서 현구 녀석이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야 안 봐도 뻔했다. 다영이는 나와 현구를 번갈아 보며 이상한 낌새를 채기 시작했는지 얼굴이 파랗게 질려 더욱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무, 무슨... 오빠도 설마...." 다음 순간 다영이가 바깥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것과 내가 몸을 날려 먼저 문을 닫아버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문 밖으로 도망가려다 가로막힌 다영이가 더 피할 데도 없는 모서리 안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오, 오빠들.... 무슨 생각하는거야.... 이거 범죄야. 알아?" "씨발, 조용히 좀 해봐 썅년아. 나도 생각 좀 하게." 사태가 복잡해지자 내 입에서도 썅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지금이 웬만한 위기 상황이 아님을 직감한 다영이가 문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사람 살려요! 밖에 누구 없어요!? 여, 여기.... 으읍!" "아, 이 씨발년이 진짜!" 현구가 달려들어 다영이의 입을 우악스런 손으로 틀어막고 악력으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우.. 우욱.. 우우욱!" 숨통이 조이자 위기감을 넘어서 공포를 느끼는지 다영이가 세차게 몸부림을 치면서도 이내 입을 다물었다. 현구는 남자인 내가 봐도 위협적인 그 두껍고 울퉁불퉁한 팔근육으로 다영이를 압박하며 나지막히 으름장을 놓았다. "더 짖기만 해 봐 개년아. 경찰서 가기도 전에 변사체로 만들어 줄 테니까." "........" 겁에 질려서인지 목이 틀어막혀서인지 다영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현구가 세탁물들 사이를 손으로 대강 더듬어 후줄근한 회색 티셔츠 두 장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냅다 악력으로 한장을 길게 찢어 너울거리는 헝겊처럼 만들더니 그것으로 다영이의 양 손을 묶기 시작했다. 대충 감이 온 나는 어쩔 수 없이 남은 티셔츠 한장을 마저 찢어 적당한 크기로 뭉쳐서 다영이의 입 속에 냅다 그것을 틀어박았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영이는 천으로 양손이 등 뒤로 묶이고 포박되어 입은 틀어막힌 채로, 세탁물 창고의 한 구석에 마치 전쟁영화의 인질처럼 내동댕이쳐진 꼴이 되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자 그녀는 공포에 젖은 두 눈동자만 파들파들 떨어댈 뿐이었다. "이제 어쩔거야? 그러게 그런 협박거리도 안 되는 걸 가지도 일을 저지르면 어떡해?" "그러니까 지금부터 확실한 협박거리를 만들면 되죠, 형님. 제 실수니까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뭘 어떻게?" "저 년 개창년 만들어버리는 동영상 찍어다가 여기저기 퍼트린다고 협박하면 지가 어쩌겠습니까? 제가 오늘 아주 확실하게 개걸레 만들어버릴테니 형님은 느긋하게 구경하시거나 아니면 같이 끼시죠." "에라이 막장 새꺄.... 일이란건 신중해야 하는 거야. 이렇게 처리하단 좆 될수도 있단 말이다." "죄송함다. 이왕 이렇게 된거 어쩌겠습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이긴 했으나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돌발 전개에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어떻게든 수습을 하기는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경악스런 끔찍한 대화내용을 듣고 있는 다영이의 표정도 점점 더 공포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그 순간, 적막을 깨고 핸드폰의 진동소리가 또렷이 창고 안에 울려퍼졌다. - 우우우우웅.... 내 진동소리는 아니었고, 표정을 보아하니 현구의 것도 아니었다. 소리는 구석에 포박되어 처박힌 다영이의 몸 한 구석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까 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냅다 다영이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읍..! 으읍..!" 입이 막힌 다영이년이 뭐라고 지껄였지만 신경쓰지 않고 왼쪽 엉덩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뽑아냈다. 액정에 '유미'라는 이름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너 이따 김유미 그 년 만난다고 했지?" "......." "빨리 대답해, 씨발년아!"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윽박을 지르니 다영이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문득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희미하게나마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 하여 나는 현구에게 지시를 내렸다. "현구야, 바깥에 사람 아무도 없는거 맞지?" "예. 다 나갔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한번 살펴봐." 현구가 바깥을 살피러 나가자 나는 다영이의 핸드폰 잠금패턴을 얻어내어 그녀의 폰으로 카카오톡에 접속했다. 다영이가 전화를 받지 않자 때마침 유미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오고 있었다. [어디야? ㅎㅎ 왜 전화가 안돼?] 프로필 사진에 떠오른 유미의 모습을 보니 왠지 이 상황에 대한 묘한 흥분이 일어오르기 시작했다. 고민의 순간을 거치고 나니 이 돌발 상황에 대해 적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다영이의 휴대폰을 이용해 유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아직 헬스클럽이야 ㅋㅋ 혹시 이쪽으로 와줄 수 있어?] 답장을 보내자마자 1이 지워지면서 곧바로 다시 답장이 왔다. [아직?? 아까 나온다고 했잖아] [현구 오빠랑 얘기 좀 하다보니까 시간이 걸려서 그래ㅜㅜ] [흠.. 알았어. 나 곧 버스에서 내려. 그럼 그 쪽으로 갈게.] [그래 고마워 ㅎㅎ 나 탈의실에 있을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다영이는 내가 자기 휴대폰으로 뭘 하고 있는지 알아내려는 눈치였지만 난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난 이후 그녀의 휴대폰을 멀찍이 치워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현구가 바깥을 살피고 돌아왔다. "아무도 없습니다, 형님." "그래, 현구야. 네 말대로 하자." "예?" "니가 이 년 책임지고 어디가서 못 떠들게 확실히 입 막아." "흐, 흐흐흐...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 동안 나는 한 명 더 데리고 올테니까 여기서 일 보고 있어." "예? 그건 무슨 말입니까?" "두고 보면 알아." 의아해하는 현구를 뒤로하고 나는 바깥으로 나와 창고 문을 탁 하고 닫았다. 문 안쪽에서는 잠시 지독한 정적이 흐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요한 폭풍이라도 몰아치듯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법석을 떠는 소리와 함께 재갈에 가로막힌 다영이의 외마디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16. (1) - 유미의 시점. 여느 때처럼 버스에서 내린 유미는 요즘들어 단짝 친구와 함께 다니고 있는 헬스클럽의 정문 앞에 금새 도착했다. 오늘은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 운동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아직까지 클럽에 남아있는 다영이와 만나 함께 귀가하기 위해서였다. 헬스장의 마감시간을 훌쩍 넘긴 이 늦은 시간까지 아직도 건물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모를 노릇이었지만, 굳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까지 하니 유미는 별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를 싸한 느낌....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바람이 차가운 탓이라고 생각하며 넘겨버렸다. "다영아?" 3층 헬스클럽에 도착해 입구로 들어서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다시 엄습했다. 내부에는 이미 아무도 없고, 불은 켜져 있었지만 다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보니 이번에도 전화를 받질 않는다. 마지막으로 온 메시지에는 탈의실로 와달라는 말만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미심쩍은 기분을 뒤로 하며 여자 탈의실의 문을 두 번 노크했다. - 똑 똑. 안 쪽에서는 대답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문득 노크 없이 매일 드나들었던 문을 굳이 두드릴 이유가 있나 싶어 유미는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 "다영아? 거기 있어?" 여자 탈의실 안 쪽은 더 없이 고요하고 한적했다. 다영이는 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는 것 같은 침묵이 내리깔려 있었다. "야, 오다영... 빨리 나와. 너 어디있어?" 왠지 모르게 꺼름칙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떨쳐내려는 듯 유미는 목소리를 높이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출입문을 지나 안쪽으로 두어걸음 정도.... "안녕하세요, 유미 씨." 그리고 다음 순간,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잡아세웠다. # 16. (2) - 증거물. "그 쪽은...." 나를 보는 유미의 시선에 한껏 경계심이 느껴진다. 아무도 없을 때이긴 하지만 여자 탈의실을 무단으로 침입한 낯선 남자에 대해 경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태연하게 탈의실 안 쪽으로 들어와 그녀가 나가지 못하게 문을 닫았다. "늦게 오셨네요, 유미 씨? 다영이 만나러 오신거죠?" "네? 아... 네. 그... 다영이랑 만나기로 해서요. 다영이 보셨어요...?" "다영인 아까 저한테 이걸 맡기고 먼저 가던데요?" "네? 먼저 가다니요? 그럴 리가 없는데...." "먼저 이것부터 좀 보세요, 유미 씨. 다영이가 유미 씨 보라고 남긴 거에요." "무슨....?" 나는 당황해서 딱딱하게 굳은 유미의 면전에 휴대용 태블릿 화면을 들이밀었다. 화면에는 동영상 하나가 이미 재생되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현구에게는 비밀로 하고 숨겼던 탈의실 촬영 장면의 한 부분을 편집한 바로 그 영상이었다. "이게 뭔지 아시겠어요, 유미 씨?" "그, 글쎄요... 이게 뭐죠?" 처음에는 이것이 뭔지 의아해하던 유미도 어느 정도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니 그 화면 속에 나타나고 있는 장소가 자신이 지금 서 있는 바로 이 곳, 여자 탈의실의 내부임을 점점 더 알아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기묘하게 굳어있던 유미의 표정이 의이함을 거쳐서 당혹감으로 물들더니, 곧이어 경악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유미 씨, 손버릇이 많이 나쁘시더군요." "아, 아니... 이건...." "그 아줌마, 아마 상당히 돈이 많은 의사댁 사모님인 것 같던데. 현구랑도 이렇고 저런 관계로 꽤 친하게 지내구요. 아무래도 이거 경찰에 고소하면 절도죄로 빼도 박도 못하게 될 것 같아 보이는걸요?" 태블릿 화면에 비친 여자 탈의실 안에서는 유미가 조심스럽게 누군가의 락커를 몰래 열고 있었다. 열쇠구멍을 따는데 이용한 가느다란 클립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은 이미 그것 자체로 하나의 범죄 증거였다. 락커를 뒤지던 유미가 잠시후 안 쪽에서 손을 빼내자 손아귀에 반짝이는 금팔찌 하나가 걸려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범죄 행각이 너무나도 뚜렷한 형태로, 이렇게 누군가의 손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지 유미는 그 빨갛고 매혹적인 입술을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며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느낌이 온다.... 서희 팀장을 이미 한번 먹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이 느낌은 내가 아주 제대로 덫을 놓았다는 의미다. "처음엔 생각 못했는데, 아주 우연히도 현구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죠. 그 아줌마가 팔찌를 잃어버렸다고 했던게. 아무리 그래도 유미 씨도 참 대범한걸요. 보아하니 일부러 돈 많은 사람인걸 알고 노린 것 같은데... 이거 꽃 다운 나이에 벌써부터 인생에 빨간 줄 긋게 생겼으니... 하하." "자, 잠깐만요.... 도대체 무슨 수로....." "하하하.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요새 이렇게 유미 씨 같은 도둑고양이들이 하도 많으니 이런 방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도 그리 놀랄건 아니지 않나요?" "......." "자, 그럼 이제 이 증거물을 어떻게 처리한다? 지금 바로 경찰서로 가실까요, 아니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날 밝으면 같이 손 잡고 경찰서로 가실까요? 다행스럽게도 주인 어르신이나 현구는 이 사실을 아직 모릅니다만?"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가던 유미의 표정이 내 마지막 말에 기묘하게 변했다. "그.. 게 무슨..." "말 그대로에요. 이 증거물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저 뿐이고, 저 외에는 아직 유미 씨가 도둑년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거죠. 즉 바꿔 말하면,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유미 씨는 인생을 종칠 수도, 아니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무사히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유미의 얼굴. 이 상황 자체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진대, 내가 하고 있는 말에 대한 신빙성을 갖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어야만 했다. "유미 씨,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단 거기 앉아요." "......." 본능적으로 거부권이 없음을 직감한 그녀가 서서히 탈의실 의자에 앉았다. "지금부터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어떤 질문을 하건 대답은 바로바로 해요. 알겠어요?" "......." 보기보다 머리가 좋지 않은 것인지 이해를 못 하고 눈만 껌뻑이는 그녀. 나는 핸드폰을 들어 그녀에게 액정을 보여준 후, 그 상태에서 터치로 숫자 키패드 세 개를 눌러 전화 버튼을 찍었다. 액정에 떠오른 번호는 바로 112. "자, 잠깐만요!" 그제서야 다급하게 몸을 던져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애걸하기 시작하는 유미. 나는 선심이라도 쓰듯이 종료 버튼을 눌렀다. 지금 이 상황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봐야 더욱 피를 보는 것은 이 쪽이라는 사실을 그녀가 알 리가 없었고, 알더라도 지금은 어찌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시간 잡아먹지말고 질문에 바로바로 대답해요, 알겠어요?" "아, 알겠어요..." "다영이도 유미 씨가 도둑질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그, 그건...." 더듬거리며 대답을 곧장 하지 못하는 모습에 나는 손아귀로 그녀의 턱을 부여잡고 사납게 치켜올렸다. "바로바로 대답하라고 썅년아. 곱게 대해주니까 상황파악 안되냐? 곧장 감방에 처넣어줘?" "아, 알아요... 제가 안에서.... 일 하는 동안.... 다영이는 바깥에서 망을 보고...." "뭐야? 아는 정도가 아니라 둘이 공범이었단 말이야?" "흐.. 흐흑... 네.... 제,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아저씨.... 지, 집이 너무 어려워서.... 흐흑....." 별안간 눈물을 쏟아내는 김유미. 봇물이 터지듯 울음보를 터뜨리고 나니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 동정심을 유발시키려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서러워보였다.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질질 짜지말고 내 말이나 똑바로 들어. 아까도 말했다시피 니가 도둑질하는 증거영상은 내 손에만 있고, 아직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니 소원대로 니가 하기에 따라서는 한번 못 본척 눈감아 줄 생각도 있어. 알겠냐?" "저, 정말...이세요?" "니가 하기에 달렸지. 별로 어려운건 아냐.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거 딱 세 가지만 제대로 하면 된다. 알아들었어?" "네... 네. 알겠어요." 한줄기 희망이라도 찾은 것 마냥 착각하는 것인지 순순히 고분고분해지는 유미. 나는 탈의실에 굴러다니는 달력을 한장 뜯어 백지로 된 뒷면을 그녀에게 내밀고는 볼펜 한 자루를 툭 던졌다. "첫 째, 도둑질을 하게 된 경위와 이유를 쓰고 잘못에 대한 반성문을 그 한 장에 빽빽히 채운다." "네, 네에...? 지금요?" "물론. 10분 안에 써. 그리고 자기소개도 확실하게 하도록 해. 학교, 나이, 키, 몸무게 이런 것들 세세하게 적어서 말야."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명령이었지만 철 없는 어린 소녀의 죄를 갱생시키려는 의도로 생각하기라도 한 것인지 유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펜을 집어들었다. 그녀가 달력 뒷면에 반성문을 써내려가는 동안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며 잠깐 생각에 빠져들었다. # 17. 두 번째 요구. [저는 A대 OO 학과 3학년 김유미입니다. 나이는 스물 셋, 166cm에 49kg 이며 혈액형은 A형입니다. 가족관계로는 어머니 한 분과 남동생 한 명이 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셔서 그 이후 아르바이트로 어머니를 도우며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저희 남매를 버리고 집을 떠나신 이후 아르바이트 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이 들어 그만 잘못된 길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이번 한번만 이라는 생각으로 저지른 잘못이 계속 되풀이 되었고, 그러다 결국 여기까지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저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신다면 다시는 이런 길에 빠지지 않고 성실이 일을 하여 생계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10분 만에 그녀가 다급하게 써내려간 한 장의 반성문은 비록 달력 뒷면에 삐뚤삐둘하게 쓰여진 볼품없는 글이었지만 그 내용만큼은 솔직히 조금 안타까웠다. 아니, 어쩌면 이 내용조차도 동정심을 자아내기 위하여 일부러 부각시켜 쓴 것일지도 모른다. 나라도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상대방의 동정심을 유발했을 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것이 마냥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라고 한다면, 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부친은 죽고 어머니는 자식들을 팽겨치고 튀었다라.... "여기, 저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어, 어떤 벌...." "글쎄, 감옥에 가는 것보다는 덜한 벌이니까 안심해. 아까 말한 세 가지 기억하고 있지? 아직 두 가지 남았어." "알... 겠어요." 첫 번째 명령이 반성문을 쓰게 한 것이라 그런지 나머지 두 개도 갱생 조치의 일환 쯤으로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유미의 얼굴에서 안심하는 듯한 기색이 엿보였다. 하지만 불쌍하게도 앞으로 내가 요구할 두 가지는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리라. "자, 이제 일어서서 따라와." 나는 유미를 일으켜세우고는 앞장서서 탈의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세탁물 창고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영이 어딨는지 궁금해했지? 곧 만나게 해줄게." "......." 창고 쪽에 가까워질수록,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주변의 적막이 서서히 깨지면서 창고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격정적으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 새어나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리고 여기까지 전해지는 묘한 열기.... "아.. 아아... 아아아... 아아아으..." 세탁물 창고의 문 앞에 다다르자, 문 안쪽에서 또렷하게 열기에 젖은 신음소리가 틈새를 비집고 퍼져나오고 있었다. 그 신음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귀에 익은 목소리로 알고 있는 유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 열어봐." 거부할 수 없는 명령. 유미의 덜덜 떨리는 손이 창고의 손잡이를 비틀어 천천히 끼익 하고 열었다. "아아흑! 아흑! 아아흐으.... 아아아...." 문을 열어젖히자마자 순식간에 몇 배로 또렷해진 신음소리가 우리의 귓전을 가득 메우면서 충격적인 광경이 시선을 한가득 사로 잡았다. 벌거벗은 두 남녀.... 울퉁불퉁하고 우락부락한 알몸을 드러내고 짐승처럼 헐떡이고 있는 현구와, 그 밑에 깔려서 온 몸이 땀에 젖은 채 다리를 벌리고 가랑이 사이로 현구의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다영이.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겨진 그녀의 몸은 이미 완전한 전라 그 자체였다. "다, 다영아!!" 유미의 새된 목소리가 창고 안을 메웠지만 그 목소리는 현구의 짐승같은 몸짓이 동반하는 격정적인 소리 아래 깔려버렸다. "유... 미야...." 반쯤 정신이 나가 멍하니 풀린 눈으로 이 쪽을 바라보는 다영. 벌어진 입에서 침이 한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 다영아! 다영아! 괜찮아?" "자자, 재밌게 노는 두 사람을 방해하면 안 되지." 나는 다영이에게로 뛰어가려는 유미를 붙잡았다. 완전히 발가벗겨져 알몸이 된 모습으로 남자의 몸 밑에 깔려 처참하게 범해지고 있는 단짝친구의 모습을 보는 유미의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저기 니 친구 다영이가 현구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게 보이지?" 나는 유미의 어깨를 슬며시 감싸쥐면서 귓가에 두번째 요구를 속삭였다. "두 번째 요구는 너도 저렇게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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