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여샘 - 상 “선생님, 여기 맞죠, 702호?” “으응, 그래, 맞아, 여기야.” 어느덧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아파트 복도에서는 술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하는 여인과 머리 덥수룩한 새파란 놈이 아파트 현관문을 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야, 그 키는 차 열쇠고, 집 키는 그 옆에 달린 거야.” 찰카닥. 현관문을 여는 순간 선생님은 아예 아파트 복도에 누워버리려는 것을 난 억지로 업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렇게 술 취한 선생님을 부축해서 오게 된 건, 나만 재수생인데다가 솔로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동창회를 하게 됐는데 친구들이 선생님도 불러서 같이 놀아보자고 해서 전화했더니 얼씨구나 하고 달려오신 거였다. “하암…” 내 등에 업힌 선생님은 내 귀에 뜨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목덜미에 소름이 돋고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 빛바랜 선생님의 결혼사진이 걸려있었다. 이미 교통사고로 고인이 된 선생님의 남편분의 얼굴이 보였다. “선생님, 침실이 어디죠?” 그러나 필름이 끊겼는지 선생님은 대꾸가 없었다. 짙은 향수 냄새만이 술 냄새와 같이 내 코를 자극할 뿐이었다. 난 방문을 일일이 열어보다가 널찍한 침대가 있는 방에 선생님을 뉘였다. 큰 대(大)자로 뻗은 선생님의 스커트 밑으로 연노랑색 팬티가 살짝 보였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악마의 유혹이야!’ 친구놈들은 대학교에 들어갔다고 한결같이 애인을 팔짱끼고 데려왔었다. 재수생인 나만 홀몸으로 나가다보니 미망인이 되신 선생님과 임시 파트너가 된 거였다. 난 선생님의 귀여운 팬티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간신히 유혹을 떨치고 선생님의 화장대로 시선을 옮겼다. 선생님 외동딸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오늘 동창회 온다고 친정집에 맡겨놓고 왔다고 그러셨지. 난 무심코 화장대의 서랍을 열어보았다. 뭐, 돈을 훔치겠다거나 그런 못된 생각을 품고 그런 것이 아니고 그냥 무심결에 열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화장대 서랍에서는 야한 사이트에서나 보던 물건이 두 가지나 들어있었다. 울퉁불퉁하게 생긴 딜도랑 달걀형 진동기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난 다시금 침을 꿀꺽 삼키고 한 손에 하나씩 자위용 기구를 들고 슬쩍 냄새를 맡아보았다. 사용 후 세척한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숨길 수 없는 체취가 그 기구들에 묻어났다. 심호흡을 해서 냄새를 맡으니 절로 아랫도리가 불끈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