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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데? - 2장
최고관리자 0 59,719 2023.06.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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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철이 경철이도 현정이와 뻘쭘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현정이의 상태가 이럴 것을 미리 예상했었으므로 이 자리에 나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진우가 혼자서는 나가기 싫다면서 집요하게 졸라대는 통에 그와 같이 나오기는 했다. 그런데 이렇게 둘이서만 남은 이런 상황에서 그는 막막했다. 경철 : 우리도 이만 일어서자. 현정 : 영화 말고는 별 볼일 없나? 경철 : 글쎄. ... 아이쇼핑? 현정 : 걷는 것은 쫌 .... 둘은 밖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막상 갈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들은 혜화동 로터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올라갔다. 이제는 나무들마다 잎이 무성해져서 여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저 나뭇잎들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가로등의 불빛도 다른 때와는 달리 오늘은 현정이의 눈에 낭만적인 것으로 보였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한움쿰씩 몰려서 웅성거리고 또 시끌벅적한 곳도 있었다. 현정 : 좋네 경철 : 뭐가? 현정 : 나 혼자서 여기 갈때는 항상 빨리 걸어서 집으로 갔었는데 경철 : 빨리 걸을 때가 있었으면 천천히 걸을 때도 있어야지. 현정 : 바쁘니까 ... 마음도 각박해지고. 혼자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것도 쫌 아니쟈나? 경철 : 그럼 오늘은 이렇게 내가 있으니까? 현정이는 마치 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처럼 언제나 이 길을 시간에 쪼들린채로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면서 걸었었다. 그런데 오늘처럼 이렇게 진우랑 같이 여기 저기를 기웃거려가면서 천천히 걷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이것은 현정이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까 보이지 않던 것과 느끼지 못하던 것들이 눈에 보이고 또 마음에 와서 닿을 정도로 느껴진다. 아니면 혹시 옆에 남자가 있어서 그런건가? 오늘은 월급도 들어왔고.... 참으로 뿌듯함이 느껴지는 날이다. 현정 : 뭐 하나 물어봐도 돼? 경철 : 뭐? 현정 : 혹시 알바하니? 경철 : 지금 당장은 안하는데 곧 시작할 것 같아. .. 왜? 현정 : 네가 알바를 안하면 내 입장을 모를 것 같아서. 경철 : 엄마가 새벽에 나가서 밤에 집에 오면 퍼지는 것을 자주 봤거든. 현정 : 방학 때면 시간이 좀 괜찮아질까? 경철 : 힘내 .... 이제 두달이야. 현정 : 고마워 .... 한달은 또 시험때문에 정신이 없겠고. 경철이는 현정이랑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경철이는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고 했다. 현정이는 그를 따라서 계단으로 내려가서 그를 배웅해주었다. 현정 : 오늘 미안해. 경철 : 그런 생각은 하지 마. 현정 : 다음 부터는 내가 시간이나 마음에 여유가 없는 날은 미리 말할께. 경철 : 오늘은 나름 괜찮았던 것 같은데? 현정 : 영화보러 같이 못갔쟎아? 경철 : 마음에 두지 말아요. .. 솔직히 영화는 나도 쫌 별로야. 현정이와 경철이는 대학은 다르지만 같은 건축과에 다닌다. 경철이는 진우와 같은 건물에 있는 오피스텔에서살고 있다고들었다.. 그 오피스텔은 동대문 근처의 장충동에 있다고 했다. 현정이는 오늘 나와준 경철이에게 미안했고 또 고마웠다. 오늘 일요일에 만나서 한 것이라고는 피자를 같이 나누어 먹은 것이 전부였다. 나중에 30 분 정도 대학로를 산책하면서 그는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현정이를 안심시키고 또 위로까지도 했다. 집에 도착한 현정이는 경철이에게 카톡을 보내놓았다. [현정톡] : 잘 들어갔어? 그리고나서 현정이도 씻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잠이 쏟아져왔다. 그렇지만 잠들기 전에 경철이랑 카톡으로 몇마디 주고받고 싶었다. 어차피 수경이는 늦을 것이니까. 현정이가 경철이에게 보낸 카톡에 대하여 답장을 기다렸지만 경철이로부터는 답장이 없었다. 현정이는 듣던 음악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CD의 마지막 곡이 끝나면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현정이가 보기에 시크릿가든은 바이얼린과 피아노의 환상적인 조합인 것 같았다. 이글의 주 멤버는 <피오뉼라 셰리(Fionnuala Sherry)> 와 <롤프 뢰블란 (Rolf Løvland)> 이다. 아일랜드 여자 피오뉼라는 바이얼린을 연주하고, 또 노르웨이 남자인 롤프는 작곡을 하고 그리고 직접 피아노까지 연주한다. 현정이 혼자서 밤에 를 들을 때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물론 우리나라 소프라노 가수 신영옥씨가 우리말 가사로 노래한 버전도 있지만 현정이는 그냥 연주곡이 더 마음에 들었다. 또 이들의 을 들을 때면 멜로디 자체가 너무도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이라는 곡은 말 그대로 봄의 세레나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시인과 방송작가 두 분이 이 곡에 <10월의 마지막 날에> 라는 우리말 가사를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호주라면 또 몰라도 우리나라의 봄이 왜 10 월로 변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슬프고 애잔한 음악을 좋아한다는데 이들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의 음악이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현정이가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슬픔이나 이런 감성적인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들의 음악은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현정이는 이들의 음악을 좋아한다. 현정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작곡가였다. 그들은 길어야 10분 정도의 그 짧은 시간에 한 곡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마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의 과제는 <계곡에 건물짓기>이다. 계곡과 건물은 우리가 자유롭게 생각해서 그것을 디자인하는 것이 과제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현정이는 내일 아침 일찍 스터디그룹에 들고가야 할 그림을 선정하고 있었다. 그 동안 현정이는 틈틈이 도서관에서 또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스케치를 해두었었다. 그것들이 지금 보니까 모두 100 개가 넘는다. 그 그림들 중에서 30 개만 골라서 USB에 담아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스케치를 할 때와는 달리 지금 보니까 마음에 드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몇 개는 손을 더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보니까 이미 새벽 두시가 다돼간다. 기다리던 경철이로부터의 답장은 끝내 오지 않았다. 진우가 수정이랑 영화보러 갔다고 해서 경철이도 아까 현정이와 헤어진 후에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갔나? 현정이는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점심 시간에 전화기를 보니까 경철이에게서 답장이 와있었다. [경철톡] : 미안~ 어제 집에 와서 혼자서 캔맥주 마시고 뻗어서 아침까지 자버렸어. 아침에 눈뜨자마자 현정이 카톡을 보니까 정신이 번쩍 들고 좋던데~!! 현정이는 수업이 끝난 후에 저녁때 도서관에 들어가서 일반물리학 책을 폈다. 이 과목은 현정이에게 또 하나의 한계이다. 고등학교때 배워보지 못한 것들이 등장할 때면 도통 깜깜하기만 했다. 물리학이라는 과목 안에 무슨 수학이 이렇게도 많이 들어있는지. 원래 현정이는 고등학교때부터 수학를 어려워했었다. 지금 배우는 공학수학에서도 뜬구름 위를 헤매고 있는 중이다. 일반물리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이 수학 때문인 것 같았다. 간밤에 늦게 까지 디자인에 매달렸었기 때문인지 더욱 짜증스러워졌다. 일반물리학 때문에 또 스터디그룹에 껴야하나를 생각해보았으나 이제 현정이에게는 더 이상의 시간은 없었지만, 앉아서 공부하다가 밤 8 시가 되자 도서관을 나왔다.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텅 빈 냉장고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하철 안에서 현정이는 전화기를 열고 이것 저것을 들여다보다가 경철이의 카톡에 답장을 보내가로 했다. [현정톡] : 새벽 두시까지 너한테서 답장 오기를 기다렸는데 ㅋㅋ 현정이가 마트에서 물건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너무도 피곤했다. 지금 잠자리에 든다면 아마도 48 시간은 논스톱으로 거뜬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정이는 피곤한 몸으로 사온 물건을 정리하고 또 빨랫감이 꽉차있는 세탁기도 돌렸다. 그리고는 라면을 끓여서 밥 한 공기를 말아서 저녁도 때웠다. 청소를 끝내고 빨래를 모두 널고 나니까 벌써 자정이 다돼간다. 잠잘 준비를 하고 전화기를 열어보니까 수정이와 경철이에게서 카톡이 들어와있다. [수정톡] : 내일 9시쯤에 저녁먹으러 우리 집에 와 [경철톡] : 내가 카톡 보낸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왜 기다리는데? 현정이는 수정이에게 내일 저녁에는 시간이 안된다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경철이에게 뭐라고 답장을 할까 말까를 생각해보다가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이른 아침에 학교에 갈 준비를 끝내고는 어제 경철이의 카톡이 생각났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현정이가 보낸 카톡을 읽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었다. 지금이 아침 7시이니까 경철이는 아직 자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에게 하나 보내주기로 했다. [현정톡] : 오늘 아침 강의는 전부 제끼고 잠만 자냐? 이제 곧 시험인데 정신차리고 공부 쫌 해야지 !!? ㅋㅋ 현정이는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 휴게실에 앉아서 스케치를 손질했다. 어제 스터디그룹에서는 현정이의 스케치 30 장 중에서 12 장을 선정했다. 그들은 이 그림의 주 오브젝트를 조금씩 더 선명하게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현정이의 첫 강의가 10 시부터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커피 한 잔을 앞에 갖다놓고 여유를 부리면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철이에게서 아까 보낸 카톡의 답장이 왔다. [경철톡] : 으이구우~ .. 새벽까지 숙제했거든. 첫 수업이 10시부터니까 자도 되쟈나? 현정이는 이 <카카오톡> 이라는 것 때문에 자신이 경철이에게 조금씩 다가서고 있음을 느꼈다. 사람과 사람 특히 남자와 여자는 대화라는 것을 주고받는다. 이 대화를 통해서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다. 경철이도 이런 것을 느끼는 것일까? 어제 수정이는 전화에서 ㅇ늘 저녁에 진우도 온다는 말을 했었다. 현정이만 간다고 하면 경철이도 따라서 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 현정이가 거절한 상태에서 경철이가 어떻게 할 지가 궁금했다. 아무튼 현정이는 오늘 저녁 일곱시에 스터디그룹에 가서 스케치 12 장을 넘겨주어야 하기 때문에 수정이에게 9시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날 스터디그룹 미팅이 끝나고 나서 맥주마시러 가는 바람에 현정이는 밤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현정이가 잠들 무렵에 경철이의 카톡을 받았으나 귀찮아서 그냥 자고 다음 날 아침에야 읽고나서 바로 답장을 보냈다. [경철톡] : 어제 밤에 수정이네 집에 네가 올 줄 알고 나도 갔었는데 .... [현정톡] : 나는 7시 약속때문에 못간다고 수정이한테 분명히 말했거든요. 현정이는 아침 6시가 되면 일어나서 7시에 집을 나서서 학교 도서관으로 일단 도착한다. 도서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지만 아침은 먹지 않는다. 다가오는 여름에 대비하여 몸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정이가 먹는 것은 점심과 저녁 그리고 그 사이에 하는 군것질이다. 잠은 하루에 4시간 많으면 6시간 정도를 잔다. 동아리에도 관심은 있으나 일주일이 7 일인 이 시스템에서는 도대체 시간이 나지 않는다. 현정이는 동아리를 빼고 아르바이트를 넣은 것이다. 그렇게 짜여진 일과를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현정이는 매주 반복하다시피한다. 대학이라는 곳에는 젊음도 있고 낭만도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현정이의 일상에는 늘 쪼들림의 연속 뿐이었다. 제일 많은 것은 시간에 쪼들리고 또 돈에 쪼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수학에 쪼들리고 공학수학, 일반물리학, 화학에서는 실력에 쪼들린다. 돈과 시간에 쪼들리는 것은 어떻게 해보겠는데 공부하면서 실력에 쪼들리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현정이에게 남자친구가 없다거나 연애를 못하는 것은 아직은 언급의 가치가 없다. 사랑이나 연애보다 현정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 현정이가 지금 카카오톡이라는 괴물덩어리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경철이랑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정이는 매일 경철이 생각을 하고 또 어떨 때에는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날 수요일저녁에 현정이가 경철이로부터 받은 카톡은 [경철톡] : 그럼 우리 내일 저녁에 한번 보자 이 카톡에 대하여 현정이는 답장을 뭐라고 해야 할지를 괸하게 되었다. 만나자면 밤 9 시는 넘어야 하고 그러면 밤 늦게 헤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경철이를 만나는 이유 때문에 일주일에 세번 월, 화, 목요일 저녁 7 시에 있는 스터디그룹의 미팅에 빠질 수도 없다. 그러나 현정이는 이 쯤에서 칼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경철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현정톡] : 내일 목요일 저녁 9 시 우리 학교 정문 앞 .. 가능하냐? 현정이는 잠들기 전에 경철이로부터 연락을 기대했으나 경철이의 답장은 그 다음 날 점심 시간에야 읽을 수 있었다. [경철톡] : 콜~ [현정톡] : 모임이 9시 쯤 끝나니까 정문 앞에 <다가서기> 에서 기다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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