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훈씨…뭐해? 상가 가야지”
창밖을 보며 아무생각이 없던 경훈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맞다. 오늘 그녀의 상가에 가기로 한 날이었지.
우울한 기분, 그 상념을 떨치지 못한 채 일어나 재킷을 걸쳤다.
“가야죠”
직원을 태우고 병원 빈소에 가는 휠을 잡았지만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헝클어졌다.
…… × …… × ……
희은을 알게 된 지 3년
대학을 졸업하고 다니던 교회 일을 그만두고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온 그녀는
업무와 스트레스로 고민했다.
그런 그녀를 도와주고 함께 출장을 가며 싹튼 사랑이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등산을 하고, 테니스를 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바보같이 아무런 고백도 하지 못했다.
그 때는 그저 곁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을 뿐이었다.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4년째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언제부터인지 멀어지기 시작한 그녀는 새로 사귄 남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보이지 않으면 정이 멀어진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서먹해진 그녀는 날 피했고
나 역시 그런 그녀를 보기가 어색해졌다.
5년째.
그녀가 결혼했다.
순백의 드레스를 걸치고 신성한 서약을 하는 순간
그제야 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
예식장 화장실에서 토악질을 했다.
눈물이 흘렀다.
그녀를 보내고 나서야
내 어리석음과 용기 없음을 비웃었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다.
그저 옆에서 바라보며
그녀의 행복만을 바랬다.
그렇게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겨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 사이 그녀는 딸을 출산했고 돌 잔치에 가서 본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안녕....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