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씨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도 오늘따라 기지개를 켜고 햇빛을 만끽하고있다.
덩커덩..덜커덩...
전철이 기분좋은 나를 반기듯이 같이 흔들려주고있다.
전철도 봄바람 났나?ㅎㅎㅎ
나는 뭐가 좋은지 연신 피식거리며 웃고있었다.
일요일이지만 전철안에는 산행을 하기위한 사람들로 초만원이었다.
이리저리 사람들에 치이면서 차창을 바라보던 나는 조그만 어린남자아이를 발견했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딸또래의 아이..
뭐가 그리 짜증이 났는지..계속 엄마에게 칭얼거리고 있었다.
그아이엄마는 무슨죄를 그리 크게졌는지는 몰라도 계속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문득 배탈때문에 따라오지못한 아들놈이 생각났다.
배아프다면서도 따라오겠다고 하던놈...
가만히 들어보니 아이는 엄마에게 사탕을 사달라는것이다.
여기서 어떻게 사탕을 사주니....엄마가 내려서 꼭 사줄께
그러니까 집에서 잔다했자너~
아마도 잔다하는 아이를 데려온 모양이다.ㅎㅎㅎ
가만~~~내주머니에 사탕이 있는것이 생각났다.
난 내주머니를 뒤졌다..
역시~~~~~
꼬마야~이아저씨가 사탕줄께...울지마~~~~~
나는 다소 멋적은 표정으로 그아이에게 사탕을 집어주었다.
안그러셔도 되는데~~~
그아이엄마가 미안한듯 나에게 말하였다
감사합니다~~~잽싸게 내손의 사탕을 받아준 그아이는 사탕을 입에 넣고는 금새 기분이 좋아져서
뒤로 돌아서 창을 쳐다보며 뭔지 모를 동요를 흥얼거렸다.
아들을 미소로 바라보던 그녀는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하였다.
나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받아주었다.
언뜻보기에 나영희를 닮아보이는 그녀...
머리는 바람머리..
그녀역시 이봄을 만끽하려는듯 약간은 쌀쌀한 날씨지만 빨간 얇은 등산복안에 목이 깊게 파인
검은 티와 무릎정도까지오는 청바지를 입고있었다.
바지단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다리가 퍽 늘씬해보였다.
키가 한167~8?
다음역은~~~~도봉산역~도봉산역~~
그녀를 감상하는사이에 전철 안내방송에서 도봉산역임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서둘러 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여기서 내리려는듯 꼼짝해지지가 않았다.
얘...여기서 내려야해~~~~
싫어싫어~~~~나 기차놀이 더할거야
그녀는 이번엔 내리지않겠다는 아이와 실강이를 하고있었다.
하하 고놈~~~나는 아이를 번쩍안았다.
아저씨가 내려서 맛있는거 사줄께~`
안그러셔도 되는데....그녀는 말끝을 흐렸지만 이리 사람 많은곳에서 아이를 데리고 내리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나는 그녀석을 안고는 매표구를 빠져나와 매점으로 갔다.그리곤 사탕한봉지를 그녀석에게
건네주었다.
엄마에게 더이상 보채지마~~나는 그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감사합니다.해야지~그녀가 아이의 머리를 강제로 숙이게하듯 하며 인사를 하게했다.
예~~~좋은 등산되세요~~~
나는 그리 말하고는 서둘러 역을 빠져나왔다.
역시 산은 좋다 공기도 맑고...
나는 가볍게 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산행을 하였다.
정상에서 야호~~~~~ 모든 잡념을 털어버리듯이 고함도 치고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멀리 사람들 사는 곳을 쳐다보았다.
수통의 뚜껑을 열고 물을 한모금 마시려는데...
엄마~~~~~얼른와~~~~~~
조금은 익숙한 목소리...
그녀석이다.엄마를 졸라대던..
곧이어 땀에 잔뜩 젖어서 빨간등산복을 벗어 허리에 두르고 무릎에 손을 받치고 입술을 깨물면서
올라오는 그녀가 보인다.
앗~~아저씨다~~~~~
그녀석이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한듯 소리치더니 엄마의 팔을 끌어 내쪽으로 온다.
그녀는 약간은 무안한듯한 표정으로 끌려오더니
안녕하세요~일찍 올라오셨네요
예...ㅎㅎㅎ 저놈이 이젠 엄마를 안조르나보죠?ㅎㅎㅎ
예..제가 끌려온걸요~~~~ㅎㅎㅎ그녀가 웃어보인다.하얀치아가 드러난다.
나,그아이,그녀...
이렇게 걸터앚아 바람을 맞고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저기는 무슨동,저기는 무슨동하면서 가르쳐주었고,
그런 나를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 쳐다보고있었다.
누가보더라도 단란한 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맑던 날씨가 아까부터 조금씩 꾸물하더니 저만치서 잔뜩 구름이 몰려오는듯하다.
일기예보에서 오후엔 한때 소나기라 하더니...
난 그녀에게 비가 오려나 봐요..내려가셔야겠어요
예...감사했습니다
아뇨~저도 심심하지않고 좋았던걸요..그럼...안녕히
나는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내려가는데...
아저씨~~~~~~~~그놈이 날 부르며 뛰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