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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는 아내 - 14부
최고관리자 0 162,292 2022.10.16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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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해질녘의 황혼 빛이 베란다 커튼 사이로 스며들며, 마루에 앉아있는 나사가 빠진 것처럼 멍한 분위기의 한 여성을 비춘다. 세상여파에 지친 직장인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끝마쳤는지, 긴 생머리는 아직도 물기를 머금고 있고, 샤워 하느라 살짝 달아오른 뺨은 거실의 차분한 공기 속에 천천히 식고 있다. 

코 위에 반쯤 걸쳐진 반무테 안경은 평소와 다르게 반쯤 흘러내려 그녀의 정신없는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고, 핑크빛이 감도는 두툼한 입술에선 연신 한숨이 터져 나오는 그녀의 이름은 정나은이다. 


“이제는 좀 괜찮네.” 


정나은은 눈망울을 데굴 굴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부드러운 빛깔의 파스텔 톤이 돋보이는 품이 넉넉한 일체형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주말 내내 자신의 몸에 새겨진 김우영의 욕망을 떨쳐내느라 고역이었다. 

남편과의 부부싸움도 잊은 채 새벽 귀가한 그녀는 아직도 거실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솔직히 사과했다. 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감정이 가슴속에서 넘쳐흘렀지만, 그저 묵묵히 고개 숙이고 사과 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시무룩한 남편에게 먼저 다가서려는 그때 자신의 몸에 진하게 배어있던 그 야릇한 향기가 떠올라 멈칫했다. 꼼꼼하게 씻었지만 혹시 몰라 망설이는 그때 남편이 자신을 품속에 가둬줬다. 

남편이 자신을 껴안아줬을 때 그의 체온에 안심하려는 순간 찌릿하고 엉덩이에서 올라온 감각이 그녀를 현실로 되돌려버렸다. 남편의 품에 안겨 있을 때마저 남편보단 김우영 그가 자신의 몸에 남긴 욕망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수치스럽고 굴욕적이었다. 

잔뜩 체액으로 더럽혀져 침대 위에서 눈을 떴을 때보다 더욱 수치심이 몰려와 몸이 떨리려는 걸 남편이 눈치 챌까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견뎠다. 남편의 품을 벗어나 안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침대에 쓰러져 생각했다. 아무리 욕구불만이었어도 술기운과 마사지에 몸이 푹 퍼졌어도 남편에게도 안 내준 엉덩이를 내줬다는 것에 당장이라도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오르는 걸 꾹 눌러 담았다. 자신이 숫처녀 때로 돌아간 것 마냥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저 연약한 여자가 되어 헐떡였다. 

그리고 그 기묘하고 생소한 감각 속에 절정에 오르고 또 올랐다……만족한 것이다. 

덮고 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몸을 움직이자, 엉덩이에서 찌릿하고 올라오는 그 감각이 정나은에게 잊지 말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주말 내내…….” 


정나은은 주말 내내 엉덩이에서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찌릿한 감각에 하루 종일 수치심 속에서 그 밤을 되새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편에게는 미안함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머릿속에선 하루 종일 그날 밤이 떠오르고 꽉 차서 아무것도 주위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보니 오늘은 안 불러냈네?” 


주말이 지난 월요일임에도 그가 안 불러냈다는 것을 자각하자 의아함이 피어오른다. 베란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황혼을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자 그녀의 눈에는 당황이 깃든다. 


‘내, 내가 왜 불러내는 지, 안 불러내는 지를 신경 쓰는 거지?’ 


그와 동시에 이제는 거의 진정된 찌릿한 감각이 온 몸을 타고 전류처럼 흐른다. 정나은은 아직도 진정이 안 된 건가란 생각에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자 점점 크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과 샤워를 끝마치고 달아오른 뺨이 거의 식었음에도 또 다시 열기를 띄기 시작하는 것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어?” 


찌릿한 감각과 그 열기가 시작된 것은 묘하게 남아있는 통증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랫배에서 시작된 찌르르한 감각과 열기를 자각하자 정나은의 몸은 확 달아오른다. 


“…….” 


그녀는 현실에서 도피하듯 그저 하염없이 베란다 너머로 스며드는 해질녘의 햇빛과 어스름한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째깍, 째깍 울리는 시계소리와 희미하게 스며들고 있던 해질녘의 햇빛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어스름했던 밤하늘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마루에 멍하니 앉아있는 정나은은 형광등의 강렬한 불빛이 싫은지, 따뜻한 느낌의 보조등을 켜둔 채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 


정나은의 흐릿한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고 째깍거리는 시계를 바라본다. 벌써 날짜지 오래됐다. 이미 다들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임에도 정나은은 자리를 벗어날 생각은 없는지 고개를 다시금 베란다 너머로 돌리려는 그때 현관문에서 철컥, 철컥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왔다!” 


정나은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부리나케 현관으로 남편을 마중 나간다. 자신 때문에 속상했을 남편이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올 건 자명지사, 그렇기에 그녀는 이런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것이다. 철컥하고 열리는 현관문을 바라보던 정나은의 환한 미소는 순식간에 사그라진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온 거야?” 


술에 잔뜩 취한 남편을 부축한 김우영이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흉흉한 안광이 김우영에게 경계심을 표출한다. 김우영은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 잔뜩 취해 실신하듯 잠든 남편을 그녀에게 건네준다. 


“뭐 같은 회사 동료끼리 한 잔 할 수 있지. 더 있겠어?” 


안정수가 확실히 취해 잠든 걸 확인한 그는 거리낌 없이 정나은에게 조롱을 던진다. 정나은은 그런 조롱을 들은 척도 안하고, 취한 남편을 거칠게 뺏어 자신의 품으로 안는다. 


“알았어. 이제 가.” 

“뭘, 안방으로 옮길 순 있겠어? 의식 없는 사람은 무거운 법이야.” 


정나은은 그런 김우영의 말에 보란 듯이 남편을 부축해 안방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버린다. 끌끌 웃는 김우영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안방으로 남편을 부축해 들어온 정나은은 남편을 침대에 눕히고 재빨리 남편을 살펴본다. 

“다행이 뭔가 문제 있어 보이진 않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정나은은 남편의 옷을 벗기곤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준다. 확하고 피어나는 진한 술 냄새와 청아한 향기를 맡으며 그녀는 남편의 얼굴을 잠시 내려다보곤 조용히 안방에서 나온다. 갑작스런 김우영의 방문에 더 할 나위 없이 당황한 그녀는 평소와 달리 왜 남편의 몸에서 청아한 향기가 나는지 깨닫지 못한 채 안방 문을 확실히 닫은 뒤 현관에 서 있는 김우영에게 다가온다. 


“왜 아직 안 갔어?” 

“음? 아, 아아 사랑하는 남편을 여기까지 부축해 줬는데 물 한 잔 정도는 줘도 되지 않아?” 


정나은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그의 모습을 살펴본다. 확실히 장정 하나를 옮기는 건 쉽지 않았는지, 살짝 땀이 배어나온 모습이다. 그가 지쳤건 아프건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그녀지만 그래도 남편을 데려다 줬다는 건 다르다. 


“잠깐 기다려.” 


정나은이 휙 하고 바람소리가 날정도로 냉철하게 뒤돌자 품이 넉넉한 원피스 자락이 사르르 흩날린다. 무릎까지 내려온 원피스 자락이 흩날리며 뽀얗고 육덕진 허벅지가 살짝 보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늦은 시간인 만큼 집안에는 따뜻한 느낌의 보조등 하나만이 켜져 있는 것이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현관문 정면 쪽으로 이어진 마루 겸 부엌, 그 왼쪽 편으론 작은 방이 하나 있고, 마루에서 오른편엔 살짝 안으로 들어가 잘 보이진 않는 안방과 화장실이 보인다. 

신혼부부가 살기엔 적당한 집. 


‘저 작은 방에서 정나은을 덮쳤다가 도망가는 그녀를 안방까지 쫓아가 결국 잡아서 잡아먹었던 게 떠오르는군.’ 


김우영은 그때를 회상하며 비릿한 미소가 입가에 떠오른다. 마루에 붙어있는 부엌으로 물을 가지러 간 그녀를 기다릴 겸 현관에 놓인 사람 허리높이까지 오는 신발장에 겉옷과 가방을 잠시 내려둔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현관문에 설치된 보조등이 움직임을 인식 못하고 훅하고 꺼져버린다. 

김우영이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보조등을 키자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돌아오는 정나은이 뭐하냐는 물음과 동시에 손에 쥔 차가운 물을 건네준다. 김우영은 별 것 아니란 몸짓으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곤 시원한 얼굴로 컵을 넘긴다. 


“후우~마시니 좀 살겠군.” 

“그럼 이제 사라져.” 


이제야 살겠다는 표정으로 넥타이를 푸는 김우영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그러자 김우영이 의아한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응? 이제 메인디시를 먹을 차례인데?” 


정나은이 그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양 어깨를 움켜쥔다. 


“어?” 


정나은은 확하고 자신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걸 느끼며, 화들짝 놀라 몸을 경직시킨다. 손에 꼭 쥔 유리잔이 하마터면 손을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질 뻔 했지만 지금 이걸 떨어트린다면 잠든 남편에게 들릴지도 모른다는 순간적인 판단에 모든 신경이 손에 쥔 유리잔에 집중되자 김우영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웁?!” 


그리곤 자신의 입술에 전해진 부드러우면서도 두툼한 입술의 감각에 정나은의 눈은 함박만 하게 커진다. 놀라 경직된 정나은이 혹여 자신의 품을 벗어날까 그녀의 허리와 뒷머리를 감싼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둔 채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나은은 손에 쥔 유리잔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고, 자신의 입술을 탐하고 있는 그의 입의 감촉을 깨닫곤 화들짝 놀라며 그의 품을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단단하게 고정된 그의 팔은 그녀가 벗어나는 걸 내버려두지 않는다. 

확하고 피어오르는 술 냄새와 남편을 옮기면서 흘린 땀 때문이라곤 믿어지질 않는 진한 수컷의 체취가 단번에 정나은을 휘감으며 아찔하게 자극한다. 그 강렬한 향기에 놀란 그녀가 입을 벌리자 김우영의 입속에서 뜨거운 뱀이 단번에 그녀의 안으로 침투한다. 


“웁?! 하음, 하아! 아으읍!”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온 김우영의 뜨거운 혀는 뱀처럼 그녀의 입안을 휘젓고 다니자 정나은은 그 감각을 느끼며 새된 신음을 토해낸다. 

김우영은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둔 순간부터 향긋하게 피어오르는 그녀의 체취를 느끼며, 보드라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짓누른다. 꽉 껴안은 그녀의 허리가 살짝 떨리고, 도망가려는 듯 뒤로 빼는 그녀의 뒷머리를 강하게 고정시키자 그녀의 입이 벌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혀를 집어넣었다. 

달콤한 과일주를 탐하는 것처럼 그녀의 입안을 휘저으며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다. 그녀의 입안을 휘젓고 다니는 자신의 혀 때문인지 새된 신음이 새어나왔지만 그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그녀의 까슬까슬한 혓바닥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휘감는 것에 모든 정신을 쏟는다. 


“……!!!” 


현관문에 선 채 얼어붙은 듯 껴안고 있는 두 남녀지만, 그들의 입속에선 치열하기까지 한 술래잡기가 한참이다. 곧이어 정나은의 눈은 더욱 커지더니 눈을 꽉 감는다. 마치 자신의 몸을 옥죄고 있는 그의 팔처럼 입속에서 자신의 혀를 휘감기 시작한 그의 혀를 외면한 것이다. 

얼어붙은 듯 움직임이 없는 두 남녀이기에 현관문에 부착된 보조등은 움직임을 감지 못하고 불이 확 나가버린다. 마루에 켜져 있는 따뜻한 느낌의 작은 보조등은 너무나 그 빛이 미약해 현관문까지 닿지 않아 현관에 선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둠속에 숨는다. 

하지만 현관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쩝쩝 무언가를 강하게 빠는 소리나 이따금 들려오는 뜨거운 숨결을 참지 못하고 단번에 토해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질척한 물소리가 한참을 이어지는가 싶더니 새로운 소리가 더해진다. 사락사락하는 무언가 옷이 스치는 소리가 어둠속에서 들려오더니 움직임을 감지한 보조등에 불이 들어온다. 

어둠을 몰아낸 보조등 아래에 들어난 두 사람의 모습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어쩐지 힘이 빠져 보이는 정나은의 모습과 그녀를 받쳐주듯 강하게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과 그녀의 뒷머리를 짓누르고 있던 김우영의 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손은 어디로 갔을까? 

품이 넓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정나은 때문에 그의 모습이 거의 보이진 않지만 사락사락하는 옷깃 스치는 소리는 틀림없이 그녀의 원피스에서 들려오고 있다. 곧이어 품이 넓은 원피스 하단이 살짝 들리는 가 싶더니 곧이어 그녀의 엉덩이부근의 원피스가 들썩거리며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역시 김수진과는 탄력이 다르군.’ 


김수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그녀답게 탄력이 남다르다. 원피스 안에 침투한 자신의 손이 정나은의 육덕진 허벅지를 지나 잘 발달된 골반을 살짝 쓰다듬더니, 곧이어 그녀의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꽉 움켜쥔다. 

그가 정나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자 꼭 감고 있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이고, 살짝 풀린 그녀의 허리에 힘이 다시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 여전히 두 사람의 입은 겹쳐진 채로 정나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쥔 그의 손은 이따금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터치하듯 스쳐지나가며 허벅지를 매만지는 둥 조심스레, 그리고 격렬하게 키스를 나눈다. 


‘왜 이, 이런 키스를……?’ 


그제 밤부터 그의 묘한 배려심 어린 행동이 당황스럽다. 평소의 그였다면 그저 이 자리에서 자신을 자빠뜨리고 배아래 짓눌렀을 것이다. 또한, 몇 번이나 그와 몸을 섞으면서도 이렇게 격정적이고 사랑이 담긴 키스는 단 한 번도 받아보질 못했다. 

정나은은 자신의 입속을 뛰노는 그의 뱀 같은 혓바닥에 유린당하며 손에 꼭 쥔 유리잔의 차가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렇게나 차가웠던 유리잔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곧이어 자신의 원피스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길에 풀려가던 허리에 힘을 되찾아줬지만,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한 그의 입과 손은 힘이 돌아온 그녀의 몸을 더욱 빠르게 달아오르게 한다. 

원피스 속으로 사라진 김우영의 팔의 움직임을 감지 못한 보조등은 다시금 나가며 어둠에 휩싸인다. 고요한 집안에 질척거리는 물소리와 더욱 뜨거워진 숨결을 토해내는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읏!”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았던 그 소리들은 정나은의 달콤하면서도 놀란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정적을 깬다. 놀란 정나은이 크게 움직였는지 또 다시 보조등에 불이 들어왔고, 두 사람의 모습이 들어난다. 

품이 넉넉하기에 아무리 끌어올려도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원피스는 어쩔 수 없지만 그녀의 무릎 쪽에는 흘러내린 하얀 팬티가 중간에 걸쳐져 있다.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 쪽에서 노닐던 김우영의 손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뜨거운 키스와 움찔움찔 떠는 그녀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휘감은 그의 팔은 그녀가 도망가는 걸 막고 있다. 

곧이어 보조등에 불이 나가고 어둠에 휩싸인 현관문 쪽에선 질척거리는 물소리에 찌걱거리는 물소리가 더해진다. 상대적으로 높은 쪽에서 나는 질척거리고 빠는 소리와는 달리 무언가가 드나드는 것 같은 찌걱거림은 상대적으로 아래쪽에서 들려온다. 

마루에서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따뜻한 빛은 어둠에 뒤덮인 현관에서 이뤄지는 뜨거운 행위를 곁눈질로 지켜보고 있다. 어둠속에 숨은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고 싶은 걸 알아채기라도 한 듯 보조등에 불빛이 들어오자 뜨거운 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은 어느새 떨어져 있었다. 


“하아, 하아…….” 


연신 몰아쉬는 정나은의 뜨거운 숨소리가 들려오고,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김우영의 입은 서서히 내려와 그녀의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에 가져다댄다. 그녀가 헐떡일 때마다 원피스 위로 보이는 탐스러운 능선이 부풀기를 반복한다. 그녀의 허리를 감쌌던 김우영의 팔이 등 뒤에서 원피스를 잡고 확 끌어내리자 김우영의 눈앞에 탐스런 젖가슴이 출렁이며 수줍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유리잔 깨지겠군.’ 


김우영은 유리잔을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줘서 쥐고 있는 정나은을 보며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에 남편이 깰까봐 두려운 것인지, 이 유리잔을 핑계로 자신을 밀치지 않는 것인지는 그녀만이 알 것이다. 


‘아니면 그녀 스스로도 모르거나…….’ 


그녀가 혼란스러워 할지, 쾌락에 헐떡이는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을지 김우영은 눈동자만 위로 올려도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있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는다. 자존심 쎈 암고양이를 길들이는 건 이런 맛에 하는 거다. 그저 탐할 뿐이다. 


“……햐으읏?!” 


덥석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정도로 김우영은 입을 쩍 벌려 눈앞에 흔들리고 있는 탐스런 하얀 과실을 게걸스럽게 베어 문다. 정나은은 김우영의 욕망이 절절이 묻어나는 게걸스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하, 하아악! 뭔가 다, 달라!’ 


정나은은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자 그녀의 긴 생머리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며 출렁인다. 이미 몇 번이나 빨려본 그녀지만 남편처럼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것도 아니고, 김우영의 배아래 깔려 쾌락에 절여져 정신이 없을 때 느낀 그 감각도 아니다. 하물며 아이가 없어 경험해보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부드러움조차 아닌 원초적인 욕망. 

츄룹, 츄룹, 쩝쩝 마치 음식을 먹는 것 같은 게걸스러움이 느껴지는 소리가 자신의 가슴에서 울려 퍼지며 그녀의 아랫배를 더욱 달아오르게 한다. 환하게 불이 들어온 보조등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밝은 불빛이 원망스럽다. 


‘어, 어서 불이 꺼졌으면…….’ 


그녀의 소망을 이뤄주기라도 한 듯 곧이어 불이 나가며 시야에는 불빛 하나 안 보인다. 안 그래도 사람의 눈이란 건 어둠에 적응되기까지 좀 시간이 걸리는데,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보조등 때문에 두 사람의 눈은 어둠에 전혀 익숙해지질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촉감에 예민해지는 걸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 


“……흐읏.”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의 탐욕스러움과 껄끄러운 혓바닥이 자신의 젖가슴 위를 달리는 걸 정나은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아낸다.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터져 나온 애액은 허벅지를 타고 서서히 흘러내리는 걸 느꼈지만 그녀는 못 박힌 듯 애처롭게 떨 뿐이다. 

김우영은 그녀의 젖가슴을 양껏 탐하다가 입을 떼자 그녀의 입에선 편안한 탄식이 터져 나오는 걸 들었다. 그 탄식에 김우영의 질척질척한 입은 호를 그리더니 혀를 길게 내빼 그녀의 부풀어 오른 능선을 맛보며 서서히 가슴골로 얼굴을 파묻어간다. 


“……흐응.” 


미약한 비음과 파르르 떨리는 정나은의 젖가슴을 느끼며 김우영은 그녀의 가슴골 사이에 혓바닥을 가져다 댄 뒤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부드러운 가슴골 사이에서 혓바닥을 뗀 뒤 그녀의 체취를 양껏 들이마신다. 


“…….” 


정나은은 자신의 가슴골에서 느껴지는 김우영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파르르 떨고 있다. 어느새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괴롭히던 그의 손가락도 움직임을 멈춘 채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 고요함이 두 사람을 지배하고 파르르 떨렸던 자신의 몸이 서서히 진정을 찾아가는 걸 느낀 정나은은 의아함이라는 감정이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기 직전 자신의 가슴골에서 느껴진 감각에 허리가 풀려버린다. 

핥짝! 


“!!!” 


어둠 속 폭풍같이 달아오르던 자신의 몸에 모든 감각이 끊기고, 서서히 진정을 찾아갈 무렵 찾아온 거칠기 그지없는 표면과 질척거리는 그의 혓바닥이 자신의 가슴골 사이를 길게 핥고 지나간다. 갑작스런 그 감각에 정나은은 소리도 못 지르고 허리가 풀려 주저앉으려는 순간 김우영은 알고 있었다는 듯 가랑이 사이에 그의 손가락은 가장 깊숙하고 예민한 곳을 자극하며 강제로 허리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원피스 속에 들어간 김우영의 손은 현란하게 움직이며,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한순간에 가슴에서 가랑이 사이로 모든 신경이 옮겨간 그녀는 어둠속에서도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걸 느끼며 후들거리는 허벅지에 남은 힘을 모조리 쏟아 붓는다. 


‘가, 가! 간……!’ 


정나은은 하얗게 변해가는 의식 속 모든 신경이 가랑이 사이에 몰려 아랫배에서 터져 나오는 쾌락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자신의 젖가슴에서 새로운 감각이 절정의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김우영은 그녀가 가려는 그 순간을 캐치하고 눈앞에 파르르 떨리는 탐스러운 과실의 꼭지를 살짝 깨문 것이다. 


“꺄흐으읏!!!” 


정나은이 냈다고 그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터져 나온다. 두 사람의 부끄러운 모습을 어둠속에 숨겨주던 보조등도 털썩하는 무언가가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불이 들어온 현관 앞에는 정나은이 쓰러진 채 파들파들 경련하고 있다. 뒤로 젖혀진 고개며,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 어느새 떨어진 건지 정나은의 안경은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그녀의 연분홍빛 입술을 살짝 벌어져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다. 반 이상 흘러내린 파스텔 톤의 원피스는 이미 옷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탐스런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육덕진 허벅지 바로 위까지 말려 올라간 품이 넉넉한 원피스 아래에선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절정에 오른 유부녀의 여체는 힘이 풀려있고, 그녀의 손에 쥐어져있던 유리컵은 그녀의 손을 벗어나 데구르르 소리를 내며 마루로 굴러간다.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허리 아래로 손을 내리자 철컥, 철컥하는 금속음이 난다. 현관문에 들여놓은 사람 허리높이까지 오는 신발장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벨트 푸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곧이어 사륵하는 옷이 벗겨지는 소리가 나더니 김우영이 허리높이까지 오는 신발장 아래로 모습을 감춰버린다. 절정의 여운에 빠져 있는 정나은의 허리를 김우영의 것으로 보이는 손이 붙잡더니 신발장 쪽으로 당긴다. 신발장 때문에 그녀의 하반신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자세를 잡는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던 그녀의 몸은 곧이어 움직임을 멈춘다. 몽롱하게 풀려있던 그녀의 눈에는 갑작스레 빛이 돌아오며 찢어질 듯 커진다. 

그녀의 허리는 살짝 들리며 힘이 들어가고, 고개는 더욱 뒤로 젖혀져 마루 쪽을 향한다. 젖혀진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의 몸을 무언가를 꿰뚫고 들어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자신의 입이 점점 큼지막하게 벌어져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깨닫자, 그녀는 황급히 자신의 양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크웁!” 


그녀가 자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자마자 터져 나온 억눌린 신음소리가 그녀의 손안을 맴돌고, 신발장 너머로 들려온 자그마한 둔탁한 소리가 집안에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곧이어 신발장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그녀의 하반신에선 연신 둔탁하면서도 끈적한 물소리가 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은은한 보조등이 들어와 있는 마루에도, 굳게 닫힌 작은 방에도, 살짝 열린 안방과 화장실에도, 다행히 두꺼운 커튼이 쳐져있는 베란다까진 새어나가지 않았다. 


“후우! 후우!” 


신발장 너머로 김우영의 거칠고도 깊은 숨소리가 살과 살이 자아내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모니를 이룬다. 정나은은 그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려는 자신의 신음소리를 틀어막느라 필사적이다. 

환하게 들어와 있는 현관문의 보조등은 움직임을 계속해서 감지하고 있지만, 에너지 절약이라는 고마운 기능이 달려 있어 곧이어 불이 훅하고 나가버린다. 불이 훅하고 나갔음에도 현관문 바닥에는 역동적으로 출렁이는 탐스런 과실의 윤곽과 온 집안을 은은하게 울리는 살과 살의 향연은 멈추지 않는다. 

서서히 피어오르는 뜨거운 공기가 현관문에서 피어날 무렵 에너지 절약으로 잠시 나갔던 보조등에 불빛이 들어오며 정나은의 치태를 고스란히 비춘다. 환한 불빛 아래 출렁이는 젖가슴과 뒤로 젖혀져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김우영은 야릇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그녀의 체취를 느끼며 보조등 아래 드러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은은하게 마루에서 새어나오는 보조등 불빛은 여기까지 닿지 않기에……. 

김우영은 상체를 내려 그녀를 짓누르며 허리를 계속해서 놀린다. 살짝 들렸던 그녀의 허리는 김우영의 무게 때문에 내려가고 동시에 찾아온 중압감을 느낀다. 동시에 김우영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젖혀진 그녀의 고개를 되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 살짝 달아오른 양 뺨, 현관문 바닥에 흐트러진 긴 흑단 같은 머리카락, 틀어 막혀 묘하게 새어나오는 그녀의 신음소리가 김우영의 가슴을 방망이질 하게 한다. 오늘따라 묘하게 반항적이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김우영은 가학적인 마음이 떠오른다. 


‘이대로 손을 치우게 한다면…….’ 


잠들어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들릴지도 모른다. 김우영은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팔목을 잡아 틀어막은 입에서 떼어놓는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점점 커지며 떨어지려는 자신의 손에 힘을 줘보지만 이미 깔아뭉개진 힘이 잔뜩 빠진 그녀로써는 저항 할 도리가 없다. 


“크, 흐으……으읏.” 


그녀의 머리위로 손을 올려 자신의 힘으로 짓누르자 정나은은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필사적으로 참아낸다. 때마침 보조등의 절약기능 덕에 어둠이 순식간에 들이닥친다. 현관문 앞에는 아까보다 덜 역동적인 모습이 어둠속에서 보이고 있지만, 점점 강해지는 둔탁한 소음과 질척거리는 소리는 분명 현관문 밖으로도 들리고 있을 것이다. 


“후욱! 후욱!” 

“하, 하으윽! 햐응!” 


한층 뜨거워진 두 사람의 숨결은 서로의 눈앞에서 섞이는 걸 어둠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정나은은 자신의 하반신에서 그가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그 충격으로 찌릿, 찌릿한 자신의 아랫배의 감각과 그 쾌락이 자신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니고 있는 걸 느끼면서도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아, 안 돼! 이대로라면 드, 들켜! 절대로 들켜!’ 


두 사람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와 자신의 달콤함이 묻어나는 신음소리가 분명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잠든 남편에게 들릴 것이고, 잘못한다면……. 

그 순간 확하고 불이 들어오는 현관문 보조등과 자신의 위에 올라타 가학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김우영의 얼굴이 보였다. 어깨를 단단히 감싸고 있어 벗어날 수도, 자신의 손은 머리 위로 올려져 짓눌려져 발버둥 칠 수도 없다. 유일하게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다리는 점점 그 쾌락에 어쩔 줄 모르며 부들부들 떨면서 점점 하늘 높이 쳐들리고 있을 뿐이다.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한 정나은의 얼굴에선 순간 무언가가 떠오른 듯이 몽롱하게 풀려있던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 한순간의 해결법은 더욱 많은 고민을 그녀에게 안겨줬는지,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대신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자 어쩔 거야? 이대로라면 들려버린다고?’ 


점점 커지는 두 사람이 내는 소음을 그녀는 어떻게 줄일지 김우영은 묵묵히 허리를 놀리며 지켜보고 있다. 훅하고 보조등의 불빛이 꺼지자 김우영의 시야에도 고민하는 정나은의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쾌락을 탐하고 있던 그는 갑작스레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적인 무언가에 화들짝 놀랐다. 

곧이어 들어온 보조등의 불빛에 그 물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정나은 그녀의 얼굴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바로 그녀의 입술이었다. 


‘……오, 오호~?’ 


터져 나오는 자신의 신음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자신의 입을 스스로 틀어막은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자신의 입술일지라도……. 

살짝 풀린 그녀의 눈동자와 더욱 달아오른 양 뺨, 입을 통해 전해지는 달콤하면서도 뜨거운 그녀의 숨결에 김우영은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그렇다. 그녀 스스로 자신에게 다가온 것. 


‘그렇단 말이지?’ 


게다가 치욕적이고, 굴욕적으로 어쩔 수 없이 행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이 그녀의 많은 속마음을 대변해준다. 김우영은 짓눌렀던 그녀의 팔을 풀어주곤 그녀의 뒷머리를 붙잡아 자신에게 더욱 밀어붙인다. 

그리곤 더욱 강하게, 격렬하게 허리를 놀리며 그녀의 입안을 미친 듯이 유린한다. 서로의 입으로 입을 틀어막았음에도 새어나오는 그녀의 환희어린 신음소리는 두 사람의 입 안에서 맴돌며 조금씩 새어나간다. 

현관문의 보조등이 꺼졌다, 켜지길 계속해서 반복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드문드문 비춰주며, 두 사람을 휘감은 뜨거운 공기는 훅훅 집안에 퍼져나간다. 비록 신발장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두 사람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끈적함이 묻어나고 신발장 위로 살짝 튀어나온 정나은의 다리는 뻣뻣하게 굳어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그녀가 느끼고 있는 쾌락을 짐작케 해준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고, 키스를 나누고 있는 두 남녀의 입에선 서로를 서로의 입으로 틀어막았어도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신음소리는 두 사람의 입 안에서 맴도는 환희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해준다. 두 사람의 격렬한 사랑은 절정에 오르기 직전 김우영이 문득 정나은의 입에서 자신의 입을 뗀다. 


“하아악! 하윽! 아으응!” 


그러자 터져 나온 정나은의 달콤한 신음소리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입에서 울려 퍼진다. 자신이 내지른 신음소리에 정나은은 필사적으로 쾌락 속에 허우적거리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을 걸 찾는다. 평소의 그녀라면 이미 자유로워진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겠지만 절정에 오르기 직전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그녀는 그저 눈앞에,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김우영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틀어막는다. 

그럼에도 김우영은 짓궂게도 입술을 떼려하자 정나은은 도망가려는 그를 어떻게 붙잡아야 할지 모르고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양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 


그 순간 두 사람의 격렬했던 사랑이 절정을 맞이했는지,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서로를 껴안은 채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김우영 아래 짓눌려 있는 그녀는 미동도 못한 채 그저 몸 안을 휘젓고 다니는 쾌락을 자신의 입을 통해 터트리고 있었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자신의 양 다리는 경련하며 신발장 위로 단편적으로 보여 지고 있다. 

평**면 하반신만 이어져 있어야 할 두 사람의 관계는 입술을 통해서도 이어져 서로가 느끼고 있는 쾌락을 상대방에게 쏟아 붓고 있다.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굳은 정나은은 자신이 팔로 김우영을 감싸 안고 그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찌릿, 찌릿한 아랫배의 감각을 감싸주듯 밀려들어오는 뜨거운 욕망과 입안을 유린하고 있는 그의 혓바닥을 느끼며 그의 얼굴 사이로 스며드는 강렬한 보조등 불빛을 올려다보고 있다. 영원히 하늘 높이 쳐들려 있을 줄 알았던 그녀의 다리는 신발장 아래로 모습을 감추며 털썩하는 소리를 자아냄과 동시에 현관문 보조등은 훅하고 나가버린다. 


새벽 공기는 차다. 철로 이루어진 현관문은 당연히 그 차가운 공기에 온기를 뺏겨 차가워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어쩐지 은은한 온기를 품고 있는 현관문이 있다. 고요한 새벽 다들 잠자리에 들어있을 야심한 시각 그 은은한 온기를 품은 현관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열린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우영이다. 


“후우~이거 부인 잘 먹었습니다.” 


어쩐지 땀에 푹 젖은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김우영은 시원한 새벽공기를 느끼며, 잘 아는 동료의 집에서 저녁 한 끼 대접받고 나오는 그런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현관문을 연 채 뒤를 돌아본다. 

살짝 벌어진 현관문틈 사이로 순식간에 차가운 새벽공기가 들이닥치며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야릇하고 퇴폐적인 공기를 밖으로 끄집어낸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기에 더욱 잘 느껴지는 정나은의 야릇한 살내음을 느끼며 김우영은 현관문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차가운 현관문 타일에는 연신 왈칵, 왈칵 토해져 나오는 비릿한 밤꽃 향기가 가득 피어나는 액체가 번지고 있었고, 칠칠맞게 벌어져 그 액체를 토해내고 있는 유부녀의 하반신이 현관문 틈 사이로 엿보인다. 이미 옷으로써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파스텔 톤 원피스는 그녀의 허리에 걸쳐져 있고, 탐스럽게 오르내리는 그녀의 젖가슴엔 뜨거운 땀방울이 시원한 새벽공기를 느끼며 또르르 흘러내린다. 


“…….” 


굳게 다물어진 두툼한 입술과 붉게 달아오른 양 뺨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고, 얼굴을 보이기 싫은지 팔로 그녀의 눈가를 가리고 있어 표정을 알기 어렵지만 김우영은 아무래도 좋다.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몸은 슬슬…….’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을 사용해 쾌락에 절여져 실신한 것도 아니고, 치욕적으로 범해져 그 수치심에 물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부드러운 분위기에 휩싸여 기분 좋게 퍼진 유부녀의 몸은 만족해버렸다는 걸 온 몸으로써 표현하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몸을 내려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몸만은 만족해버렸다는 걸. 그걸 알고 있기에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만족해버려 여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기에……. 

김우영은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차가운 새벽공기에 달아오른 몸을 달래며 집을 향해 돌아갔다. 


“…….” 


철컥하는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집안은 소름끼치는 적막함이 흐른다. 마루에 켜져 있던 은은한 보조등 마저 없었으면 이 차가움이 감도는 집안을 어떻게 했을까? 

잠시 열렸던 현관문을 타고 들어온 차갑고, 깨끗한 새벽공기가 자신의 몸에서 피어나는 야릇한 체취와 섞이며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마루며, 굳게 닫힌 작은 방과 안방, 화장실을 거쳐 베란다 커튼에 부딪힌다. 

새로이 들어온 새벽공기가 온 집안을 휘젓고 현관문에 다시금 돌아와 그 아래 핀 야릇한 꽃향기와 완전히 똑같아질 때까지 현관문에 핀 그 꽃은 찌릿하는 그 아랫배의 감각과 기분 좋게 남은 그 쾌락을 외면하듯 눈을 꼭 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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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음화는 아마 주말쯤에 올라올 것 같습니다. 

다음화는 안정수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요. 

항상 이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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