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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음역 에서 - 단편
최고관리자 0 36,006 2022.10.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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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너무나도 뜨겁고 후덥한 날씨에 사람들의 표정에서 불쾌지수를 가늠할 수가 있을 것만 같다.


약간 마른편이어서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나지만, 몸이 처지고 머리도 무거웠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년차를 내고 싶었지만 아침에 갑작스레 전화를 걸어 오늘 쉰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지하철을 타러 간다.






아침부터 이상한 하루였다.


게임도 하지 않고 일찍 잠들었건만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힘들다.


뭔가 꿈을 꾼거 같은데 전혀 기억은 없고, 약간의 두통이 있었다.


피곤한 상태인데도 요즘 좀처럼 않하던, 아침텐트도 치고 있었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도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다.


밥맛이 없다. 밥먹을 시간을 20분후로 알람을 맞추고 무거운 몸을 침대에 눕혔다.


잠이 살며시 드는데...아직 의식이 있는데 꿈이 온다.


“아! 아까 꾸던 꿈이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이다. 그닥 예쁘지도 않는데 그저 미혼이란 이유만으로 꽤 인기가 있던 화학선생님. (나도 약간 관심이 있었지. 그렇다고 혼자 끙끙 가슴앓이를 하거나, 마음에 품고 있거나 한건 전혀 아니었다.)


한창 수업중이다. 난 중간쯤 자리에서 그냥 수업을 듣고 있다.




알람이 운다.(벌써 20분이 간건가?)


20분 더 잤건만 몸이 더 무거워졌다. 마음은 왠지 허무하고...


묘하네. 왜 갑자기 학창시절 꿈을 꾼건지.


살짝 좋아했다 뿐이지, 이젠 거의 기억도 없었는데 뜬금없이 꿈에 나온 선생님.


두통이 계속 있네. 진짜 출근하기 싫다. 그래도 가자.가자. 억지로 억지로 몸을 움직인다.


대충 씻고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다. 후끈!!! 아침부터 거리가 뜨겁다.


진짜 짜증이 날것만 같다. 그래도 더운 날씨 때문에 아가씨들의 노출이 심하다. ‘쭉쭉빵빵하네‘ 싶지만 왠지 그런것도 오늘따라 눈에 잘 않들어 왔다.


그러다 그녀를 봤다.


길음역에 들어서려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여자.


얼핏 꿈에서 본 학창시절의 선생님인가 싶었지만, 이내 아니란걸 알아챈다.


나이는 대략 비슷한 것 같지만 역시나 아니다. 별로 닮은 것 같지도 않네...


그런데 자꾸만 눈이 간다.


나이는 38±3살 정도. 내가 참 나이를 잘 못 맞춘다. 특히 여자나이는 도통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나보다 10살 이상 연상일 수도 있겠다.


정장은 아니지만 비슷한 옷차림에 아마 출근길인 듯 보이고, 약간 굵은듯 싶지만, 희고 예쁜 다리가 눈부시다. 파마도 예쁘고, 분명 예쁜 얼굴이 아닌데.. 예쁘다.


160? 아니면 살짝 않될듯한 키, 약간 통통한듯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이 예쁘고 여성스럽다.


내가 같이 서있으면 참 잘 어울릿것도 같은 황당한 생각들도 들었다.


옷차림등으로 알수 있는건 아니지만 왠지 미혼일 수도 있을것만 같다. 그냥 느낌일 뿐이다.


두근거린다. 어떻게든 얘길 한번 해보고 싶다.


“저기요.”


무작정 말을 붙였다. 이제 어떡할꺼냐?


“네?” 놀란듯한 그분 목소리. 목소리도 예쁘다.


놀란 눈을 하고 뒤돌아서며 날 살짝 올려보고 있다.


귀여움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목부터 얼굴까지 뜨거워진다. 이놈의 더위 때문에 더 심하다. 할말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게 있을 리가 없다.


“저 잠깐 시간 되세요?” 와! 내가 이렇게 용감하고 어이 없는 놈인지 몰랐다.


눈을 마주칠 수가 없어 자꾸 시선을 피하게 되지만 일부러 한번씩 시선을 맞췄다.


빨갛게 상기된 표정.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너무 귀여웠다. 심장은 계속 쿵쾅거리고 아래가 뻐근해진다.


얇은 여름 정장바지다. 이거 참 곤란하지만, 그래도 마인드 컨트롤을 해가며 그녀앞에 서있다.


“지금 바쁜데요. 무슨일이세요?” 역시 이 시간에 바쁜게 당연하다.


여전히 상기되어 있고 내 의중을 모르는 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무슨일이냐?는 물음에 나의 어리버리함이....아까 말걸때의 용감함음 역시 우연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녜요.” -_-;;;


잠깐 어색하게 서있던 그녀 갈길을 간다.


다시 한번 말을 붙여 잡아보고 싶었지만 ‘바쁠거야’ 뭐, 이런 생각들이 날 방해하고, 잠깐 돌아서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날 봤지만 가던길을 계속 가버린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아 나 진짜 황당한 놈이구나.


원래 하얀피부에 통통한 여자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래서 내 스타일이 분명했지만 이렇게 대책없이 말을 걸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환한 아침시간에...


이후로 출근길에 둘레둘레 주변을 둘러봤지만 보이진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출근하는게 아니었을 것도 같고, 유부녀일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꼭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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